[인터뷰] 권지웅 대출 한도 조정해 전세 물량 줄여야
자유인259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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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5 09:54
"오늘 어떤 친구가 제게 (주간조선 인터뷰) 꼭 나가야 하냐고 묻더라. 저는 '시민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날 좋아하는 시민만 만나고 날 안 좋아하는 시민은 꺼리면 그게 무슨 정치인이냐."
지난 1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권지웅(36)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상대 진영 정치인과 대화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김용태 전 최고위원,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과 라디오에 출연해 여러 정치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짧게 만나면 소위 '답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길게 만나면 그렇지 않다. 동의하지 않을 순 있지만 이해는 되는 것이다. 그런 게 중요하다. 그래야 교점을 찾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다. 상대가 그 제안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권 전 비대위원은 지난해 4월 만들어진 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접수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센터에 들어온 피해 사례만 1000건이 넘는다. 대학생 시절부터 '주거'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2013년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을 맡아 주거권 활동을 벌였다. 최근에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전세사기 방치국가'란 책을 펴낸 권 전 비대위원은 주거 문제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특정 진영에 가깝다는 오해 때문에 (정부가) 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려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제가 확인해보니까 대책위 활동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포함이 안 됐다. 정당 활동을 한 사람이 거기 들어간 게 아닌데. 피해자들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모인 게 대책위인데 대통령이 약간 그런 식(진영 논리)으로 이 문제를 보는 게 아닌가 싶었다. 결과적으로 부산 엑스포가 불발되면서 피해자와의 만남 일정도 다 취소됐다.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은 국가일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 피해를 대하는 국가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권 전 비대위원은 "무분별한 전세제도는 확대된 전세 대출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자기 돈을 모아서 전세 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전세 대출이 2008년부터 본격화됐는데 그전에는 전세 대출이 제한적이었다. 전세를 구하는 개인 입장에선 전세 대출의 문턱이 낮은 게 좋지만, 사회 전체 차원에선 전세 시장에 돈이 과도하게 들어오면서 전세가가 오른다. 예를 들어 2011년도에 대학생 전세자금 대출이 처음 만들어졌는데 상한이 7000만원 정도였다. 그때 수도권 대학가 주변에서 4500만원짜리 전세가 일괄적으로 7000만원 선에 맞춰졌다."
권 전 비대위원은 전세사기 문제를 겪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고민은 '전세제도를 확대시킬지 줄일지'라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전세 물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단계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전세 대출의 한도를 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2022년도에는 오피스텔 매매가가 2억원인데 전세 대출이 2억1000만원까지 나와서 매매가보다 더 대출받을 수 있었다. 전세가가 매물의 70% 이하로 계약될 때만 전세 대출을 하는 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전세 대출은 대부분 국가가 보증한 대출 상품이기 때문에 국가가 의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
권 전 비대위원은 "모든 사람이 집을 살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주거 정책이 펼쳐지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집을 빌려 사는 사람들도 주거 계획을 세우고 주거와 관련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비싸게 팔렸다는 건 누군가가 그 가격에 산 것이다. 집값은 누군가가 그 가격에 사줘야 오른다"라며 "세대적 관점에서 보면 후세대로 부담이 전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을 빌려 쓰는 사람을 위한 정책 필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는 정치에 '경쟁'과 '국가 운영'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정치권력을 쥐기 위해 권력투쟁을 하면서도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선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 정치에선 대화와 타협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은 어떤 사안을 볼 때 관련된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판단하기 어렵다. 자신이 믿을 만한 정치인이 내려준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건 국민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대리인이 해야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근데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계속 상대를 적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당내에서도 주류 세력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문화를 정치가 만들었다는 자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원칙과상식' 중 3인이 탈당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당내 갈등으로 제3지대 신당 창당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권 전 비대위원은 "박빙인 지역에 신당이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라고 봤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만들어봐야 호남에서 되겠어?'라고 볼 것이 아니라 박빙인 지역에서 민주당에 미칠 영향을 봐야 한다. 1~2% 차이로 결정되는 지역에서 원래 민주당 후보에게 가야 할 표를 신당이 가져가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민주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지금 국민의힘 비대위를 어떻게 평가할까. 권 전 비대위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정치 혐오가 있다"며 "정치 혐오에 기반해 지지 세력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혐오의 대상이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도 향하는 것 같다. 비대위원 인선할 때 관련 내용이 새나오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당에 있는 의원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인의 자질을 떠나서 국민이 뽑은 대변인이다. 이들을 상의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무척 위험하다."
30대 청년 정치인으로서 그가 생각하는 청년 정치는 '새로운 정치'의 다른 말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그냥 젊은 정치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기성 정치인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해야 한다. 변한 세상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1980년대에는 4인 가구가 제일 많았는데 지금은 1인 가구가 가장 많다. 정규직 노동자를 늘리려 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 1980년대에 만들어졌던 기준 중에 지금과 맞지 않는 게 얼마나 많은가. 정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없는 청년이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선거철마다 청년이 들러리로 소모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권 전 비대위원은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고 했다. "확률적으로 젊은 사람으로 바뀌면 변화한 현실을 정치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정치에 들어올 수 있다. 다만 국가와 정당이 어떻게 굴러가고 국가를 어떻게 견제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정당이란 시스템이 (부족한 부분을) 백업해줘야 한다. 원래 그걸 돕는 게 당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