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I와의 삶` 원년] AI가 곧 국가 경쟁력… 기술·규제두고 부상하는 `AI 국가주의`
자유인283
IT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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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4 19:17
<5> 각국 AI 투자, 규제주도권 경쟁
韓, 62개국 중 특허·정책 우수
운영환경·민간투자 등 '부진'
브뤼셀 효과에 규제 필요성도
챗GPT 등장을 시작으로 2023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생성형AI(인공지능) 열풍이 2024년 새해에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 세계에 드리워진 경기침체의 그늘과 곳곳에 서리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한파도 혁신을 향한 경쟁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AI분야를 선도하는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겠지만, 새로운 변혁을 맞아 미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전 세계 주요국들의 행보도 점차 본격화될 전망이다.생성형AI는 이미 글로벌 어젠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월 골드만삭스는 생성형AI 발전이 세계경제에 대대적 변화를 촉발함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 GDP(역내총생산)가 7% 증가해 약 7조달러(약 9205조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생산성도 1.5%포인트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생성형AI 시장이 2023년 113억달러(약 14조8595억원)에서 연평균 35.6% 성장해 2028년 518억달러(약 68조 1170억원) 규모를 이룰 것이라 예측했다.
◇생성형AI 격류 속 각국 각자도생 움직임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사용자가 만든 챗GPT 기반 AI챗봇 서비스를 공유·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앱마켓인 'GPT스토어'를 최근 오픈했다. MS(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투자한 효과를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톡톡히 보며 약 13년 만에 애플로부터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들에 맞서 구글은 지난달 초거대AI부터 온디바이스AI까지 다양한 환경에 맞춰 구현 가능한 멀티모달 LLM(거대언어모델) '제미나이'를 선보이며 AI패권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미국 빅테크들 간 AI 선두경쟁에 시선이 쏠린 사이 세계 각국의 추격 또는 생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4억 인구수만큼 데이터도 방대한 'G2' 중국이 대표적으로, 그 중심에는 역시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있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지난해에만 LLM '퉁이치엔원'을 4월 첫 발표와 11월 2.0버전 두 차례 내놨고, 지난달에는 동남아시장을 노려 이 지역 언어들을 학습한 LLM도 따로 선보여 앞으로 이곳에서 우리 AI기업들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 내 론칭된 LLM만 238개에 달해 바이두 CEO(최고경영자)가 자원 낭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빅테크 종속(락인)을 피해 '소버린AI'로 각자도생에 나서는 행보도 눈에 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브릿(Brit)GPT 구축에 지난해 10억파운드(약 1조6757억원) 예산을 배정했는데, 이를 11배 규모로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들의 국민보건서비스(NHS) 데이터 활용 허용도 검토하고 있다. 미·영을 견제하는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부터 '앵글로색슨 편향 위험'을 제기하며 산업 육성에 나섰고, 이에 부응해 미스트랄AI는 프랑스 첫 LLM을 오픈소스로 내놨다. 이 AI스타트업은 지난달 4억달러(약 5260억원), 또 독일에선 알레프알파가 그 한 달 전 5억달러(6575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UAE(아랍에미리트연합) TII(기술혁신연구소)는 지난해 메타 '라마'에 이어 오픈소스 LLM으로 인기를 끌었던 '팰컨'을 내놓은 뒤 이를 바탕으로 AI기업 AI71을 출범시켰고, 인도에서는 AI스타트업 사르밤이 인도어 모델 구축을 위해 4100만달러(약 539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인도의 또 다른 AI 스타트업 크루트림은 인도 최초의 다언어 LLM을 공개한 바 있다. 일본도 유명한 슈퍼컴퓨터 '후가쿠'를 투입해 후지쯔와 연구기관들이 뭉쳐 일본어 LLM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흐름을 'AI 국가주의(내셔널리즘) 시대'라고 표현했다.
◇기술은 빠르게, 규제는 유연하게 대응…지원에 '뚝심' 있어야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 개발한 LLM을 상용화한 국가다. 빅테크발 생성형AI가 세계를 뒤덮는 가운데 자체 생존 역량을 갖췄을 뿐 아니라 세계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AI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이런 비교우위가 충분한 연구와 투자 없이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영국 데이터분석 미디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 AI산업 수준은 62개국 중 종합순위 6위였다.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특허(3위)·정책(6위) 부문은 우수한 것으로, 운영환경(11위)·인재(12위)·연구수준(12위) 부문은 다소 개선됐으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투자(18위) 부문은 상위 10개국 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또 다른 지표로 스탠포드대 HAI(인간중심AI연구소)가 지난해 4월 내놓은 'AI 인덱스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민간분야 AI스타트업 투자는 31억달러(약 4조765억원) 규모로 미국, 중국, 영국, 이스라엘, 인도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미중 양강 체제가 굳건한 채 세계 각국이 AI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없다. AI의 근간인 SW(소프트웨어) 분야 기본기를 다지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글로벌 AI 리더십 경쟁은 기술뿐 아니라 규제 관련해서도 일어나고 있다. EU(유럽연합)에선 세계 최초이자 향후 각국이 참고하는 '브뤼셀 효과'도 예상되는 AI법이 2026년 초 시행될 전망이다. 브렉시트를 한 영국은 지난해 11월 중국까지 끌어들여 첫 'AI 안정성 회의'를 개최, 고성능·고위험AI인 '프런티어AI'에 대한 공동대응을 꾀하자는 '블레츨리 선언'을 이끌어내며 중재자 자리를 노린다. 이 가운데 최근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개설을 약속한 AI 관련 미·중간 대화채널을 통해 AI의 군사적 활용이나 데이터·규제 표준 논의 등이 양국 간 이뤄질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AI업계는 규제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관련 글로벌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일 뿐더러 산업 자체도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초기 단계이므로 괜히 앞서갔다가 발목을 잡힐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그보다는 갈수록 가속화되는 글로벌 AI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의 R&D 지원 등에 '뚝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바이오·양자와 함께 AI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성배 연세대 AI연구원장은 "현재 AI분야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기술과 투자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글로벌까지 목표하는 우리 AI업계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기로, 빠르게 따라가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기본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원책 또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AI 컨트롤타워 마련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짚었다.
韓, 62개국 중 특허·정책 우수
운영환경·민간투자 등 '부진'
브뤼셀 효과에 규제 필요성도
챗GPT 등장을 시작으로 2023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생성형AI(인공지능) 열풍이 2024년 새해에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 세계에 드리워진 경기침체의 그늘과 곳곳에 서리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한파도 혁신을 향한 경쟁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AI분야를 선도하는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겠지만, 새로운 변혁을 맞아 미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전 세계 주요국들의 행보도 점차 본격화될 전망이다.생성형AI는 이미 글로벌 어젠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월 골드만삭스는 생성형AI 발전이 세계경제에 대대적 변화를 촉발함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 GDP(역내총생산)가 7% 증가해 약 7조달러(약 9205조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생산성도 1.5%포인트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생성형AI 시장이 2023년 113억달러(약 14조8595억원)에서 연평균 35.6% 성장해 2028년 518억달러(약 68조 1170억원) 규모를 이룰 것이라 예측했다.
◇생성형AI 격류 속 각국 각자도생 움직임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사용자가 만든 챗GPT 기반 AI챗봇 서비스를 공유·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앱마켓인 'GPT스토어'를 최근 오픈했다. MS(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투자한 효과를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톡톡히 보며 약 13년 만에 애플로부터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들에 맞서 구글은 지난달 초거대AI부터 온디바이스AI까지 다양한 환경에 맞춰 구현 가능한 멀티모달 LLM(거대언어모델) '제미나이'를 선보이며 AI패권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미국 빅테크들 간 AI 선두경쟁에 시선이 쏠린 사이 세계 각국의 추격 또는 생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4억 인구수만큼 데이터도 방대한 'G2' 중국이 대표적으로, 그 중심에는 역시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있다. 일례로 알리바바는 지난해에만 LLM '퉁이치엔원'을 4월 첫 발표와 11월 2.0버전 두 차례 내놨고, 지난달에는 동남아시장을 노려 이 지역 언어들을 학습한 LLM도 따로 선보여 앞으로 이곳에서 우리 AI기업들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 내 론칭된 LLM만 238개에 달해 바이두 CEO(최고경영자)가 자원 낭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빅테크 종속(락인)을 피해 '소버린AI'로 각자도생에 나서는 행보도 눈에 띈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브릿(Brit)GPT 구축에 지난해 10억파운드(약 1조6757억원) 예산을 배정했는데, 이를 11배 규모로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들의 국민보건서비스(NHS) 데이터 활용 허용도 검토하고 있다. 미·영을 견제하는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부터 '앵글로색슨 편향 위험'을 제기하며 산업 육성에 나섰고, 이에 부응해 미스트랄AI는 프랑스 첫 LLM을 오픈소스로 내놨다. 이 AI스타트업은 지난달 4억달러(약 5260억원), 또 독일에선 알레프알파가 그 한 달 전 5억달러(6575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UAE(아랍에미리트연합) TII(기술혁신연구소)는 지난해 메타 '라마'에 이어 오픈소스 LLM으로 인기를 끌었던 '팰컨'을 내놓은 뒤 이를 바탕으로 AI기업 AI71을 출범시켰고, 인도에서는 AI스타트업 사르밤이 인도어 모델 구축을 위해 4100만달러(약 539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인도의 또 다른 AI 스타트업 크루트림은 인도 최초의 다언어 LLM을 공개한 바 있다. 일본도 유명한 슈퍼컴퓨터 '후가쿠'를 투입해 후지쯔와 연구기관들이 뭉쳐 일본어 LLM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흐름을 'AI 국가주의(내셔널리즘) 시대'라고 표현했다.
◇기술은 빠르게, 규제는 유연하게 대응…지원에 '뚝심' 있어야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 개발한 LLM을 상용화한 국가다. 빅테크발 생성형AI가 세계를 뒤덮는 가운데 자체 생존 역량을 갖췄을 뿐 아니라 세계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AI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이런 비교우위가 충분한 연구와 투자 없이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영국 데이터분석 미디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 AI산업 수준은 62개국 중 종합순위 6위였다.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특허(3위)·정책(6위) 부문은 우수한 것으로, 운영환경(11위)·인재(12위)·연구수준(12위) 부문은 다소 개선됐으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투자(18위) 부문은 상위 10개국 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또 다른 지표로 스탠포드대 HAI(인간중심AI연구소)가 지난해 4월 내놓은 'AI 인덱스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민간분야 AI스타트업 투자는 31억달러(약 4조765억원) 규모로 미국, 중국, 영국, 이스라엘, 인도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미중 양강 체제가 굳건한 채 세계 각국이 AI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없다. AI의 근간인 SW(소프트웨어) 분야 기본기를 다지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글로벌 AI 리더십 경쟁은 기술뿐 아니라 규제 관련해서도 일어나고 있다. EU(유럽연합)에선 세계 최초이자 향후 각국이 참고하는 '브뤼셀 효과'도 예상되는 AI법이 2026년 초 시행될 전망이다. 브렉시트를 한 영국은 지난해 11월 중국까지 끌어들여 첫 'AI 안정성 회의'를 개최, 고성능·고위험AI인 '프런티어AI'에 대한 공동대응을 꾀하자는 '블레츨리 선언'을 이끌어내며 중재자 자리를 노린다. 이 가운데 최근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개설을 약속한 AI 관련 미·중간 대화채널을 통해 AI의 군사적 활용이나 데이터·규제 표준 논의 등이 양국 간 이뤄질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AI업계는 규제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관련 글로벌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일 뿐더러 산업 자체도 수익모델을 고민하는 초기 단계이므로 괜히 앞서갔다가 발목을 잡힐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그보다는 갈수록 가속화되는 글로벌 AI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의 R&D 지원 등에 '뚝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바이오·양자와 함께 AI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성배 연세대 AI연구원장은 "현재 AI분야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기술과 투자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글로벌까지 목표하는 우리 AI업계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기로, 빠르게 따라가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과 기본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원책 또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AI 컨트롤타워 마련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