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선택한 대만 민심… '민생' 제3 후보 돌풍 눈길[글로벌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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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4 23:59
대만 총통선거 결과
경제상황 악화에도 현상유지 선택
더 커진 '대만인' 정체성 영향으로
이탈표마저 '친중' 국민당에 안가
제 3당 커원저 26.46% 표 얻어내
입법위원 선거에선 국민당이 우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지난 13일 대만에서 진행된 총통 선거에서 대만 국민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국가의 정체성과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물가 폭등과 취업난 등 경제상황 악화와 8년동안 통치한 집권 민주진보당에 대한 피곤증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중국과 거리를 둬 온 친미 성향의 민진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2020년 대선때 민진당을 찍었다 이탈한 표가 추격자인 중국국민당으로 가지 않고 제3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에게 간 것도 그 때문이다. 사표가 될 줄 알면서도 중국과 경제통합과 정치협력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국민당에게는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
■민진당에는 불만·국민당은 불호
14일 대만 외신 등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집권당인 민진당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경쟁 구도인 국민당에는 표를 주지 않았다. 이는 국민당 대선 후보가 받은 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국민당의 허우요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표는 467만여표, 득표율은 33.49%다. 이는 지난 2020년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얻은 552만여표에 비해 85만표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대만의 중국과의 관계 및 통일 문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과 정체성을 보여준 것이다.
민진당과 국민당, 양당의 줄어든 표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청년층을 파고들면서 민생과 생활, 주변의 내 문제를 거론한 제3의 후보 민중당의 커원저가 가져갔다. 커 후보가 얻은 표는 369만표로 전체 득표율 26.46%를 점했다.
커 후보의 창당 4년째 된 민중당은 이번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3석을 더 가져갔다. 고물가와 열악해진 생활여건 속에서 중국 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대결에 지친 젊은층과 부동층들이 민생과 내 삶을 외친 제3의 후보에게 쏠린 것이다.
대만 국민들은 2022년 11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게 대승을 안겨주고 이번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국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민진당의 의석을 무려 10석이나 줄어들 게 한 상황에서도 총통 자리는 민진당에게 3번째나 자리를 맡겼다는 것은 명확한 발신으로 볼 수 있다.
지자체와 국회에서는 국민당에게 기회를 줬지만 대중 관계 등 외교 정책과 전체적인 나라의 방향을 쥔 조타수 자리에는 민진당을 무려 3번째 연임시킨 뜻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에 의존적이고 중국 대륙과 자신들을 하나의 뿌리로 여기는 국민당에게는 외교국방을 맡기고 나라의 운명을 쥔 선장자리는 맡길 수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만정치대학교 선거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2023년도 통일문제와 관련, 60.7%는 현상유지를 원한다고 답했다. 독립 지향은 25.9%, 통일지향은 7.4%에 불과했다. 즉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간섭받지 않고 지금 그대로, 이 체제아래서 살겠다는 대답인 셈이다.
■강해진 '나는 대만인' 정체성 영향
대만 사회 전반적으로 '나는 대만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크게 강해졌다. 대만 사회 전반에 베이징어보다는 민난어를 중심으로 한 대만 방어이 많이 쓰이게 됐고, 1949년 장제스 국민당 주석과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세대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지면서 대만화가 진전됐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주인이 바뀌어 왔던 대만은 1945년 2차세계 대전 이후 일본통치에서 중국 국민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나 1949년까지 거의 방치돼 오다가 1949년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 국민당 주석이 오면서 국민당의 대만이 됐다. 장제스는 대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앞서 정착해 있던 대만 본토인 수 만명을 학살하기도 했다. 장제스의 이주 과정에서 200만명 이상의 국민당 소속 군대 및 그 가족 등 중국 대륙에서 살던 사람들이 대거 대만에 정착해 살면서 2000년까지 중국의 주류 세력을 형성했다. 이 같은 역사적 유산이 빛바래면서 대만에서는 대만 정체성이 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커진 대만 정체성이 대륙의 공산당을 자신들과 한 뿌리로 여기는 국민당의 대만 대선 집권을 막은 셈이다.
8년 집권 뒤 정권 교체라는 통상적인 흐름에 반하는 민진당의 3연임 집권은 이 같은 대만 사회의 정체성 변화와 젊은층 사이의 중국 견제 심리 확산 등 '탈중국화의 진전'으로 요약된다. 대만 유권자 사이에 중국인이란 의식은 사라지고 대만인이란 정체성이 더 커진 것이다. 대만 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따르면, '나는 대만인'이라는 의식이 지난 1994년 20%에서 2023년에는 62%로 늘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대만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13일 "이번 대만 지역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을 바꿀 수 없다"면서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입장은 직전 대선·총선인 2020년 선거에 비해 민진당 지지세가 축소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민진당은 3파전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40.05%)은 2020년 대선(차이잉원 현 총통 당선·57.13%)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중국의 언론들은 대만 선거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경제상황 악화에도 현상유지 선택
더 커진 '대만인' 정체성 영향으로
이탈표마저 '친중' 국민당에 안가
제 3당 커원저 26.46% 표 얻어내
입법위원 선거에선 국민당이 우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지난 13일 대만에서 진행된 총통 선거에서 대만 국민들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국가의 정체성과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물가 폭등과 취업난 등 경제상황 악화와 8년동안 통치한 집권 민주진보당에 대한 피곤증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중국과 거리를 둬 온 친미 성향의 민진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2020년 대선때 민진당을 찍었다 이탈한 표가 추격자인 중국국민당으로 가지 않고 제3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에게 간 것도 그 때문이다. 사표가 될 줄 알면서도 중국과 경제통합과 정치협력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국민당에게는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
■민진당에는 불만·국민당은 불호
14일 대만 외신 등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집권당인 민진당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경쟁 구도인 국민당에는 표를 주지 않았다. 이는 국민당 대선 후보가 받은 표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국민당의 허우요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표는 467만여표, 득표율은 33.49%다. 이는 지난 2020년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얻은 552만여표에 비해 85만표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대만의 중국과의 관계 및 통일 문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과 정체성을 보여준 것이다.
민진당과 국민당, 양당의 줄어든 표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청년층을 파고들면서 민생과 생활, 주변의 내 문제를 거론한 제3의 후보 민중당의 커원저가 가져갔다. 커 후보가 얻은 표는 369만표로 전체 득표율 26.46%를 점했다.
커 후보의 창당 4년째 된 민중당은 이번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3석을 더 가져갔다. 고물가와 열악해진 생활여건 속에서 중국 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대결에 지친 젊은층과 부동층들이 민생과 내 삶을 외친 제3의 후보에게 쏠린 것이다.
대만 국민들은 2022년 11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게 대승을 안겨주고 이번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국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민진당의 의석을 무려 10석이나 줄어들 게 한 상황에서도 총통 자리는 민진당에게 3번째나 자리를 맡겼다는 것은 명확한 발신으로 볼 수 있다.
지자체와 국회에서는 국민당에게 기회를 줬지만 대중 관계 등 외교 정책과 전체적인 나라의 방향을 쥔 조타수 자리에는 민진당을 무려 3번째 연임시킨 뜻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에 의존적이고 중국 대륙과 자신들을 하나의 뿌리로 여기는 국민당에게는 외교국방을 맡기고 나라의 운명을 쥔 선장자리는 맡길 수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만정치대학교 선거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2023년도 통일문제와 관련, 60.7%는 현상유지를 원한다고 답했다. 독립 지향은 25.9%, 통일지향은 7.4%에 불과했다. 즉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간섭받지 않고 지금 그대로, 이 체제아래서 살겠다는 대답인 셈이다.
■강해진 '나는 대만인' 정체성 영향
대만 사회 전반적으로 '나는 대만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크게 강해졌다. 대만 사회 전반에 베이징어보다는 민난어를 중심으로 한 대만 방어이 많이 쓰이게 됐고, 1949년 장제스 국민당 주석과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세대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지면서 대만화가 진전됐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주인이 바뀌어 왔던 대만은 1945년 2차세계 대전 이후 일본통치에서 중국 국민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나 1949년까지 거의 방치돼 오다가 1949년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 국민당 주석이 오면서 국민당의 대만이 됐다. 장제스는 대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앞서 정착해 있던 대만 본토인 수 만명을 학살하기도 했다. 장제스의 이주 과정에서 200만명 이상의 국민당 소속 군대 및 그 가족 등 중국 대륙에서 살던 사람들이 대거 대만에 정착해 살면서 2000년까지 중국의 주류 세력을 형성했다. 이 같은 역사적 유산이 빛바래면서 대만에서는 대만 정체성이 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커진 대만 정체성이 대륙의 공산당을 자신들과 한 뿌리로 여기는 국민당의 대만 대선 집권을 막은 셈이다.
8년 집권 뒤 정권 교체라는 통상적인 흐름에 반하는 민진당의 3연임 집권은 이 같은 대만 사회의 정체성 변화와 젊은층 사이의 중국 견제 심리 확산 등 '탈중국화의 진전'으로 요약된다. 대만 유권자 사이에 중국인이란 의식은 사라지고 대만인이란 정체성이 더 커진 것이다. 대만 정치대 선거연구센터에 따르면, '나는 대만인'이라는 의식이 지난 1994년 20%에서 2023년에는 62%로 늘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대만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13일 "이번 대만 지역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을 바꿀 수 없다"면서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입장은 직전 대선·총선인 2020년 선거에 비해 민진당 지지세가 축소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민진당은 3파전으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40.05%)은 2020년 대선(차이잉원 현 총통 당선·57.13%)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중국의 언론들은 대만 선거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