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시스템 공천은 곧 이기는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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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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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07:28
3선 중진인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경남 진주시갑)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이 기간 동안 쓴 볼펜만 14자루다. 박 의원은 의원실 벽면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수첩을 가리키며 "여기 꽉 채운 42권의 수첩과 14자루의 볼펜에 정책의 힘을 믿고 정책을 실현한 노력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위의장 시절을 "눈이 충혈될 정도로 힘들었지만 결과가 눈에 보이니까 보람됐다"며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지난 1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월 16일 '시스템 공천' 도입을 발표한 이후였다. 국민의힘의 공천룰에 따르면 전체 지역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눠 교체지수를 도입한 후 현역 의원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 하위 10%는 컷오프(공천배제)하며 10% 초과 30% 이하에 대해서는 경선에서 감점을 부여한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경선 득표율에서 15%를 추가 감산하는 내용도 담겼다.
- 국민의힘이 발표한 공천룰에 따르면 권역별로 경선 방식이 다른데. "중도·무당층 비율을 고려해 수도권과 영남 지역의 경선 비율을 달리했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당의 주인과 나라의 주인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수도권의 승률을 더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난 1월 18일 의원총회에서 공천룰 관련 (장동혁) 사무총장의 설명이 있었는데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호남·충청권의 경선 방식과 관련해) '당원 30%, 일반국민 70%'와 '당원 20%, 일반국민 80%' 두 가지를 두고 깊이 있는 토론을 했다고 하더라. 좀 더 국민들에게 가는 게 좋지 않겠나 해서 '당원 20%, 일반국민 80%'로 정했다고 들었다."
국민의힘 공천룰에 따르면 수도권과 호남권, 충청권의 경우 당원 20%, 일반 국민 80% 방식으로 치러지지만 서울 강남 3구와 영남권, 강원권은 당원 50%, 일반 국민 50% 방식으로 경선이 진행된다. 당세가 미약한 지역은 일반 국민의 여론을 좀 더 감안해 공천한다는 취지다.
- 3선 이상 현역 의원에게 페널티 적용하는 건 어떻게 보나. "당에 소속된 입장으로서 당이 공천에 관한 큰 틀을 가지고 가는데 개인적 유불리를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당이 그렇게 하는 데는 큰 방향성이 있지 않겠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을 했는데, 저도 작년부터 '이기는 공천, 시스템 공천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경쟁력 높은 후보를 내려면 시스템 공천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표를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이 돼야 한다. 저는 '이기는 공천, 시스템 공천, 국민 눈높이 공천'을 줄여서 '이시국 공천'이라고 하겠다. 공정한 시스템이 생겼으니 앞으로는 이를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공천룰에 따르면 현역의원 교체지수는 당무감사 결과 30%, 공관위 주관 컷오프 조사 40%, 기여도 20%, 면접 10%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는 조금 다르지 않나. 같은 공천룰을 적용하는 게 맞을까. "같은 선상에 놓기에는 다른 요소들도 있다. 그러나 같은 영남에서 차등을 둔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 안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감 있고 공정한 선을 찾아내는 지혜가 중요하다. 인위적으로 했다가 실패한 과거 사례들이 있지 않나. 역대 총선에서 실패했던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적절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 같은 영남권이라 해도 PK는 '스윙스테이트'로 평가받는다. "전통적으로 유권자들이 상황에 따라서 판단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표심으로도 많이 나타났다. PK는 결코 누구만이 독차지할 수 있는 안방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에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자 요충지다."
- 다수의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들이 영남권 출마를 선언했는데. "현역 의원이든,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해온 분이든, 용산 출신이든, 정부 부처에서 일하던 분이든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찾아내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곧 '이기는 공천'이다. 결국 후보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 현역 의원들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선의로 표현하자면 '경쟁'이다. 갈등은 경쟁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다만 그 과정이 지나친 부작용이나 불리함을 만든다면 순리대로 가면 되지 않을까. 윤석열 정부의 기본 틀은 '공정과 상식'이다. 지금은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총선 이후에는 공정과 상식을 확장시키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 그 틀 속에서 현재를 본다면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회의원 정원 50명 감축'을 꺼냈는데. "250명이란 숫자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유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의 판단에 맞춘 혁신이다. 국민들이 힘을 실어준다면 이 같은 개혁 방안이 탄력을 얻고 22대 국회에서 실천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이번 총선의 표심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 중도·무당층 비율이 30%가 넘는 상황에서 제3지대 신당도 여럿 생겼다. 국민의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정당은 사상과 이념 방향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제3지대에 있는 분들이 그런 것을 일치해 하나 된 모습을 보이느냐, 아니면 혼재돼서 뭔지 모르는 상황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국민들이 다르게 판단할 것 같다. 이들이 양당에 만족하지 못하는 무당층 민심을 노리고 편하게 양당을 비난하기 위해 모인 정치적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면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어떤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아직은 의문이 있는 상황 아닌가."
- 국민의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총선 전략이 뭔가. "제가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해서 그런지 정쟁의 힘이 아닌 정책의 힘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의 정책을 민생으로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의 힘이 곧 선거에서 이기는 힘이라고 본다. 국민 맞춤형 정책,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민생 현안을 풀어가는 과정을 많이 제시하고 유권자 한 분 한 분께 녹아드는 정책을 실현할 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선거철만 되면 여야가 많은 공약을 발표하는데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국민에게 다가가는 공약인지가 중요하다."
- 정책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도 존재할 텐데. "예를 들어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고민해서 내놓으면 '그걸로 해결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책을 내놓지만 완전히 해결하는 정책이 될 수는 없다. 계속 나아가야 하는 과정인데 중간에서 이걸로 해결되느냐라고 지적할 때는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정책을 발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필요한 조건들을 끊임없이 공급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게 정책이 발전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 가장 관심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 "이전 정부에서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만 약 400조원이 늘어났다. 이에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는 문제의 중요성이 더 부각됐다. 제가 지난해 6월 국가 '재정 준칙'을 도입해 국가 재정에 기준을 정해서 그 틀 안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산 편성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직 민주당이 협조를 안 해줘서 국회에 계류 중인데 올해는 꼭 처리됐으면 좋겠다."
- 지역구 3선 의원으로서 지속적으로 힘쓰는 지역 현안은 어떤 게 있나. "지난 1월 9일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제가 2012년 처음 총선에 임할 때 1호 공약이 '항공국가산업단지'였는데 작년 말 기준 공정률이 85%로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진주의 성장엔진이 될 진주 최초의 국가산업단지다. 2022년에는 진주시를 포함한 경남도가 우주산업클러스터 위성특화지구로 지정됐다. 진주시의 '우주환경 시험시설' 구축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다. '우주강국 G7' 도약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봐주시면 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저는 우주항공산업을 '천년짜리 먹거리'라고 표현한다. 우주항공청이 '한국판 NASA'로,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은 대한민국의 '휴스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지역을 위해 이룬 성과가 뭔가. "서부경남의 최대 관심사업 중 하나가 'KTX 남부내륙철도'다. 문재인 정부 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26개월이 걸렸다. 보통 1년이면 되는데 훨씬 지연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2022년 1월에 기본계획이 고시됐다. 보통 완공까지 7년이 걸리기 때문에 2027년 완공 목표를 이루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2019년에는 총사업비 4조9000억원 규모였는데 노선·구조물 조정 및 물가상승으로 인해 사업비가 6조8000억원으로 약 39% 증가하면서 규정상 사업 적정성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이다. 전 정부 때 늑장을 부렸음에도 현 정부 들어와서 지역 야권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지역민들은 사업이 백지화되는 것 아닌지 불안해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확약을 받아냈다. 제대로, 신속하게 지을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이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 이외에도 세계 최초로 '국립 저작권박물관'을, 대한민국 최초로 'KSPO 스포츠가치센터'를 개관했으며 경상국립대학교는 '글로컬대학30'으로 지정됐다."
- 민생이 곧 정치인데 정치는 우리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듯하다. "정치는 끊임없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고 어려운 부분을 해소해야 하는데 지금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인으로서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 여의도 문법으로 보자면 정쟁은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싸우는 과정 아닌가. 저는 정책 구현을 통해 정치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국민에게 서비스를 하고 필요한 의무를 다 하는 것은 정책을 통해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