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 뒤 돌아본 삶
자유인43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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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4 17:18
김대중 탄생 100년·출간 30년 기념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재출간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12월19일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다음 날이었다. 이듬해 1월26일 김 전 대통령은 영국 연수를 떠났다. 자연인으로서 삶을 정리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출판사의 제안에 영국에서 틈틈이 글을 썼다. 그 해 말 김 전 대통령의 첫 자전 에세이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3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7월 정계 복귀를 선언했고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1998년에는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의 개정판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올해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자 그의 첫 에세이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가 재출간됐다. 김 전 대통령은 편하고 쉬운 문장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삶의 방식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무엇이 되느냐'에 의미를 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사느냐'를 중시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무엇'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를 무시합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이 되기만 하면 '어떻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되기만 하면 '어떻게'는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넓게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37쪽, 내가 기록될 역사의 페이지)
만물은 음과 양으로 이뤄져 있는데 음이 있고 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으며 그것이 음양설의 핵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흑 속에 백이 있고, 백 속에 흑이 있는 것이지 흑백 양단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완전한 흑이나 절대적인 백을 고집하는 사람은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중략)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어 보이는 역경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대응 여햐에 따라서는 오히려 그것이 큰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습니다.(56~57쪽, 6년간의 대학생활)
통일된 독일을 주의 깊게 둘러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동독인들이 과거 통일 전과 비교해서 분명히 생활이 나아졌건만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공산 세계의 타율적 무사안일주의에 익숙해 있던 그들이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행복한 자유 조건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는 데 그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지금 무한한 기회와 함께 자유가 주어졌고, 그 자유는 책임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한 책임을 감당하기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그렇게도 서독 사회로 흡수되기를 갈망했으면서도 민주사회의 보물인 자유와 기회 속에서 행복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66쪽,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세계 4대 발명품 중 세 가지가 중국에서 발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발명품을 이용하여 문화를 꽃피우고 역사의 도약을 이룩한 것은 서구 사회입니다. 그 세 가지의 발명품이란 종이와 나침반, 그리고 화약을 말합니다. (중략) 이러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누가 무엇을 발명했느냐보다는 누가 그 발명을 창조적으로 모방, 발전시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최초의 발명이라 하더라도 이를 발전시켜 산업이나 생활에 적용시키지 못한다면 큰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중략) 결국 종이, 나침반 그리고 화약을 발명한 중국이 이를 창조적으로 모방한 서구에 의해 점령되고 식민지화되는 화를 입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이 발명한 나침반을 이용해서 찾아와, 자신들이 발명한 화약으로 만든 대포를 앞세운 열강들에게 자신들이 발명한 종이로 항복문서를 만들어 바친 것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160~161쪽, 흉내도 창조적으로)
'오늘은 결코 어제가 아니다. 내일은 결코 오늘이 아니다. 세상은 반드시 변한다. 내일은 오늘의 고통이 감소되기도 하고, 축북으로 변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 참는 데까지 참아야 한다. 참는 것이 축복이다.' (중략) 어떤 외국인이 말하기를 한국 사람은 참으로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가지의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하나는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인물을 키우지 않는 경향이 있고, 다른 하나는 참고 견디지 못하고 너무도 성급하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참을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재야와 학생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학생운동의 역사를 볼 때 국민과 유리된 성급한 행동이 얼마나 많은 좌절을 가져왔고, 민주주의와 통일을 원치 않는 자들에게 얼마나 큰 이득을 안겨주었는지를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168~172쪽, 하루만 참자)
북한 방송이 김대중을 당선시키려고 선동했다는 안기부 발표도 선거 기간 중에 나돌았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이 찍으라고 했으니까 내가 용공이고 좌경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나를 함정에 몰아넣으려 하였습니다. (중략) 나는 우리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런 터무니없는 요인들로 결정된다는 사실에 몹시 마음 아픕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다 용인된다고 하는 이런 식의 선거 풍토와 정치 관행이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입니다(278쪽, 은퇴 전야)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재출간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12월19일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다음 날이었다. 이듬해 1월26일 김 전 대통령은 영국 연수를 떠났다. 자연인으로서 삶을 정리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출판사의 제안에 영국에서 틈틈이 글을 썼다. 그 해 말 김 전 대통령의 첫 자전 에세이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가 출간됐다. 3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7월 정계 복귀를 선언했고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1998년에는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의 개정판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올해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자 그의 첫 에세이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가 재출간됐다. 김 전 대통령은 편하고 쉬운 문장으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삶의 방식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무엇이 되느냐'에 의미를 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사느냐'를 중시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무엇'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를 무시합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이 되기만 하면 '어떻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되기만 하면 '어떻게'는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넓게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37쪽, 내가 기록될 역사의 페이지)
만물은 음과 양으로 이뤄져 있는데 음이 있고 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으며 그것이 음양설의 핵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흑 속에 백이 있고, 백 속에 흑이 있는 것이지 흑백 양단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완전한 흑이나 절대적인 백을 고집하는 사람은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중략)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어 보이는 역경도 지나고 보면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대응 여햐에 따라서는 오히려 그것이 큰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습니다.(56~57쪽, 6년간의 대학생활)
통일된 독일을 주의 깊게 둘러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동독인들이 과거 통일 전과 비교해서 분명히 생활이 나아졌건만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공산 세계의 타율적 무사안일주의에 익숙해 있던 그들이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행복한 자유 조건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는 데 그 원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지금 무한한 기회와 함께 자유가 주어졌고, 그 자유는 책임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한 책임을 감당하기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그렇게도 서독 사회로 흡수되기를 갈망했으면서도 민주사회의 보물인 자유와 기회 속에서 행복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66쪽,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세계 4대 발명품 중 세 가지가 중국에서 발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발명품을 이용하여 문화를 꽃피우고 역사의 도약을 이룩한 것은 서구 사회입니다. 그 세 가지의 발명품이란 종이와 나침반, 그리고 화약을 말합니다. (중략) 이러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누가 무엇을 발명했느냐보다는 누가 그 발명을 창조적으로 모방, 발전시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최초의 발명이라 하더라도 이를 발전시켜 산업이나 생활에 적용시키지 못한다면 큰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중략) 결국 종이, 나침반 그리고 화약을 발명한 중국이 이를 창조적으로 모방한 서구에 의해 점령되고 식민지화되는 화를 입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이 발명한 나침반을 이용해서 찾아와, 자신들이 발명한 화약으로 만든 대포를 앞세운 열강들에게 자신들이 발명한 종이로 항복문서를 만들어 바친 것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160~161쪽, 흉내도 창조적으로)
'오늘은 결코 어제가 아니다. 내일은 결코 오늘이 아니다. 세상은 반드시 변한다. 내일은 오늘의 고통이 감소되기도 하고, 축북으로 변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니 참는 데까지 참아야 한다. 참는 것이 축복이다.' (중략) 어떤 외국인이 말하기를 한국 사람은 참으로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가지의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하나는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인물을 키우지 않는 경향이 있고, 다른 하나는 참고 견디지 못하고 너무도 성급하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참을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재야와 학생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학생운동의 역사를 볼 때 국민과 유리된 성급한 행동이 얼마나 많은 좌절을 가져왔고, 민주주의와 통일을 원치 않는 자들에게 얼마나 큰 이득을 안겨주었는지를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168~172쪽, 하루만 참자)
북한 방송이 김대중을 당선시키려고 선동했다는 안기부 발표도 선거 기간 중에 나돌았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이 찍으라고 했으니까 내가 용공이고 좌경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나를 함정에 몰아넣으려 하였습니다. (중략) 나는 우리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런 터무니없는 요인들로 결정된다는 사실에 몹시 마음 아픕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다 용인된다고 하는 이런 식의 선거 풍토와 정치 관행이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입니다(278쪽, 은퇴 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