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 흥행 이을 화제작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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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15:43
키워드로 살펴본 2024년 극장가…《베테랑2》 《범죄도시4》 《미키 17》 등 기대작 줄줄이 '스탠바이'
막판 추격. 2023년 극장가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까지는 여러모로 막막해 보였다. 《범죄도시3》가 '나 홀로 질주'했을 뿐, 많은 예산이 투입된 《더 문》 《1947 보스톤》 《거미집》 등이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관객 돌파에도 실패하며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한국 영화계에서 굵직한 행보를 보여온 중견 감독들의 성적표라는 점에서 결과는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감독도 놀라고, 배우도 놀라고, 극장도 놀랐다. 게다가, 11월초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옥수역 귀신》 《범죄도시3》 《밀수》 《잠》 《30일》 단 5편뿐. 사람들이 말했다. "이러다 영화 산업 정말 망하는 거 아닌가?"
그런 분위기를 두 편의 영화가 나타나 막판에 반전시켰다.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그날을 기록한 《서울의 봄》이 추격의 일등 공신.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말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도 흥행을 거들었다. 그 화력이 1편 《명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극장가에 한숨 돌릴 귀한 여유를 줬다.
물론 여기서 안심하면 진짜 망한다. 위기는 기회라면, 기회일 때 위기도 오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대작 영화 두세 편이 산업을 떠받치는 건 기형적이다. 영화 산업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허리가 튼튼해야 모두가 산다는 건 지겹게 해온 말이지만, 그 갭이 벌어져도 너무 벌어져버렸다. 여전히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 극장가의 2024년 지형도를 살펴봤다.
영화 《베테랑2》의 주연배우 장윤주, 김시후, 황정민, 오대환, 오달수(왼쪽부터) ⓒCJ ENM 제공
키워드1. 속편들이 몰려온다
시퀄, 프리퀄, 스핀오프 등으로 성공한 콘텐츠 이어가기는 이제 영화판의 흔한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올해도 전편의 인기를 업은 속편들이 관객을 만난다. 가장 눈길이 끄는 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다. 무려 9년 만의 귀환이다. 전편의 주역들도 다시 모였다. 황정민을 필두로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이 강력범죄수사대로 컴백했다. 1편 흥행에 큰 역할을 한 유아인은 없다. 유아인은 올해 《베테랑2》에서뿐 아니라 극장에서 아예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마약 투약 혐의로 촬영을 마치고도 브레이크가 걸린 《승부》는 어찌 될지…. 《하이파이브》와 《종말의 바보》는 또 어찌 될지…. 잠시 딴 길로 셌다. 각설하고.
《베테랑2》의 분위기 변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이는 건 정해인의 합류다. 《서울의 봄》에 특별 출연해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보여준 영리한 배우다. 황정민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베테랑2》는 《모가디슈》로 팬데믹 한복판을 성공적으로 뚫고, 《밀수》로 지난해 여름 시장을 든든히 지킨 류승완의 작품이다. 《베테랑》은 류승완이 '순수영화키드'였던 시절 탐닉했던 요소요소들이 즐비한 작품으로 평가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도 진탕 신나게 뛰어놀았을지 궁금하다.
영화 《범죄도시4》의 주연배우 마동석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이 이두박근에 불끈 힘주고 달리는 《범죄도시》 시리즈도 4편으로 돌아온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이젠 좀 물리지 않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보러 갈까?"를 말하는 관객이 더 많은 작품이다. 빌런의 존재감이 중요한 작품이니만큼,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한 김무열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마동석과 김무열의 케미는 두 사람이 형사와 조폭으로 만났던 영화 《악인전》에서 한 차례 확인한 바 있다. 그땐 마동석이 조폭이고 김무열이 조폭 같은 형사였다. 이번엔 그 관계가 역전된 셈인데 《악인전》 때 케미가 어땠더라. 딱히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임팩트가 크진 않았는데…. 영화는 보기 전까지 모르는 법이니, 편견은 일단 접자.
마동석은 올해 《범죄도시4》 외에도 꽉 찬 스케줄로 바쁠 예정. 이달 26일 넷플릭스 작품 《황야》로 먼저 관객을 만난다. 디스토피아 배경에서 액션을 펼치는 마동석을 볼 수 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도 개봉 예정이다. 역시나 마동석이 누군가를 때려잡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에선 그 대상이 무려 '악마'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의 경우 앞선 두 영화와는 사정이 다르다. 《베테랑2》와 《범죄도시4》가 전편들의 흥행을 동력 삼아 간다면, 《외계+인》 2부는 1편이 도리어 걸림돌이다. 2022년 개봉한 1부가 154만 명이라는 다소 살 떨리는 스코어를 기록했던 탓에, 2부 공개를 준비하며 최동훈 감독이 고심 또 고심했다는 후문. "도 닦는 심정으로, 150번 돌려보며 편집"했다는데 그 간절함이 관객들에게 전해질지 관심을 끈다.
영화 《미키 17》의 감독 봉준호 ⓒ뉴스1
키워드2. 봉준호가 오고 박찬욱도 온다
많은 대중은 배우를 보러 극장에 간다. 아주 드문 경우 감독이 더 궁금해 가기도 한다. 그런 드문 감독이 봉준호와 박찬욱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로 돌아온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그의 행보는 예상대로 한국 밖이다.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옥자》에 이어 다시 봉준호의 재능에 베팅했고, 미국 메이저 배급사 워너브러더스도 손을 내밀었다. 제작비에서 잠시 동공 확장. 무려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가 투입됐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제작비가 1억6500만 달러였음을 생각하면 할리우드가 봉 감독에게 지니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미키 17》의 원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7》이다. 미래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해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 복제인간 미키가 존재론적 위기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누군가에게는 《트와일라잇》의 광채 뿜어대는 드라큘라로, 누군가에겐 《굿타임》의 연기파 배우로 기억되는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이다. 봉 감독의 할리우드 '찐친' 틸다 스윈튼도 가세했다. 헐크 마크 러팔로도 있다. 스티븐 연도 올라탔다. 이 조합, 궁금할 수밖에.
박찬욱 감독도 돌아온다. 다만, 극장이 아닌 OTT로 온다. 감독 외에 제작자로도 온다. 먼저 제작을 맡은 영화 《전, 란》을 보자.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이 박정민을 어떻게 모실지가 매우 궁금한 영화다. 원래 극장용을 목표로 박찬욱이 집필한 작품이었는데,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됐다. 봉준호 감독이 로버트 패틴슨과 영화 현장을 누볐다면, 박찬욱 감독은 HBO 드라마 《동조자》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마주했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이 2015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동조자》는 HBO max 오리지널로 공개될 예정.
《듄: 파트2》, 《퓨리오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키워드3. CJ ENM은 혹한에서 벗어날까
지난해 많은 배급사가 흥행 추위와 싸워야 했지만, CJ ENM만 할까. CJ ENM은 추위 정도가 아니라 혹한에 떨었다. 137억원이 투입된 이해준 감독의 《유령》, 여름 대목에 개봉한 《더 문》, 추석을 노렸던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 주요 시즌에 제 몫을 해줘야 할 기대작들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적자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고….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CJ ENM이 영화 사업을 접는다는 소문까지 흉흉하게 나돌았다. 2024년엔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까.
일단 포문은 앞서 언급한 《외계+인》 2부가 열었다. 류승완의 《베테랑2》도 CJ ENM 작품이다. 9년 전, 흥행 보따리를 안겼던 효자이니만큼 올해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을까 싶다. 《내부자들》(2015)과 《남산의 부장들》(2020)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도 눈에 띈다. 1909년, 하얼빈에서 일본 제국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액션 대작이다.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등이 출연했다.
《엑시트》(2019)로 942만 명을 동원하며 주목받은 이상근 감독이 《엑시트》의 주역 윤아와 다시 손잡고 로맨틱 코미디 《2시의 데이트》(가제)로 돌아온다. 다시 한번 깜짝 흥행을 선보일까. JK필름이 만든 윤여정, 유해진 주연의 《도그데이즈》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와 공동으로 투자·배급해 만든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가 주연한 영화로 전미비평가협회(NSFC)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해외에서의 호평이 국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인사이드 아웃2》, 《쿵푸팬더4》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CJ ENM 제공
키워드4. 애니 열풍 다시 한번?
지난해 극장가는 외화가 강세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영화가 워낙 안돼서 외화가 더 두드러진 해였다. 특히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애니메이션 열풍이 셌다. 그렇다면 올해는? 그 바통을 이을 유력 주자는 《인사이드 아웃2》다. 2015년 개봉해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이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해 큰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엔 불안이 합류한단다. 《쿵푸팬더4》도 극장가를 찾는다. 8년 만의 속편.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지금 에버랜드에 사는 '용인 푸씨' 푸바오 열풍이 한창이다. 《쿵푸팬더4》로서는 호재다.
드니 빌뇌브와 티모시 샬라메가 함께한 《듄: 파트2》도 3월에 개봉한다. 사실 국내에선 화제성 대비 흥행이 강한 영화는 아니다. 파트1 흥행도 155만 명 수준이었다. 다만 '듄친자'라는 이름이 생길 정도로 마니아 팬들의 화력이 셌는데, 2편 흥행은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확언할 수 있는 한 가지. 아이맥스관이 듄친자로 미어터지겠구나. 《매드맥스》 프리퀄인 《퓨리오사》, 《존 윅》 시리즈 스핀오프인 《발레리나》, 마블의 《데드풀3》도 2024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막판 추격. 2023년 극장가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까지는 여러모로 막막해 보였다. 《범죄도시3》가 '나 홀로 질주'했을 뿐, 많은 예산이 투입된 《더 문》 《1947 보스톤》 《거미집》 등이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관객 돌파에도 실패하며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한국 영화계에서 굵직한 행보를 보여온 중견 감독들의 성적표라는 점에서 결과는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감독도 놀라고, 배우도 놀라고, 극장도 놀랐다. 게다가, 11월초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옥수역 귀신》 《범죄도시3》 《밀수》 《잠》 《30일》 단 5편뿐. 사람들이 말했다. "이러다 영화 산업 정말 망하는 거 아닌가?"
그런 분위기를 두 편의 영화가 나타나 막판에 반전시켰다.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그날을 기록한 《서울의 봄》이 추격의 일등 공신.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말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도 흥행을 거들었다. 그 화력이 1편 《명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극장가에 한숨 돌릴 귀한 여유를 줬다.
물론 여기서 안심하면 진짜 망한다. 위기는 기회라면, 기회일 때 위기도 오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대작 영화 두세 편이 산업을 떠받치는 건 기형적이다. 영화 산업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허리가 튼튼해야 모두가 산다는 건 지겹게 해온 말이지만, 그 갭이 벌어져도 너무 벌어져버렸다. 여전히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 극장가의 2024년 지형도를 살펴봤다.
영화 《베테랑2》의 주연배우 장윤주, 김시후, 황정민, 오대환, 오달수(왼쪽부터) ⓒCJ ENM 제공
키워드1. 속편들이 몰려온다
시퀄, 프리퀄, 스핀오프 등으로 성공한 콘텐츠 이어가기는 이제 영화판의 흔한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올해도 전편의 인기를 업은 속편들이 관객을 만난다. 가장 눈길이 끄는 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다. 무려 9년 만의 귀환이다. 전편의 주역들도 다시 모였다. 황정민을 필두로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이 강력범죄수사대로 컴백했다. 1편 흥행에 큰 역할을 한 유아인은 없다. 유아인은 올해 《베테랑2》에서뿐 아니라 극장에서 아예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마약 투약 혐의로 촬영을 마치고도 브레이크가 걸린 《승부》는 어찌 될지…. 《하이파이브》와 《종말의 바보》는 또 어찌 될지…. 잠시 딴 길로 셌다. 각설하고.
《베테랑2》의 분위기 변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이는 건 정해인의 합류다. 《서울의 봄》에 특별 출연해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보여준 영리한 배우다. 황정민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베테랑2》는 《모가디슈》로 팬데믹 한복판을 성공적으로 뚫고, 《밀수》로 지난해 여름 시장을 든든히 지킨 류승완의 작품이다. 《베테랑》은 류승완이 '순수영화키드'였던 시절 탐닉했던 요소요소들이 즐비한 작품으로 평가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도 진탕 신나게 뛰어놀았을지 궁금하다.
마동석이 이두박근에 불끈 힘주고 달리는 《범죄도시》 시리즈도 4편으로 돌아온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이젠 좀 물리지 않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보러 갈까?"를 말하는 관객이 더 많은 작품이다. 빌런의 존재감이 중요한 작품이니만큼,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한 김무열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마동석과 김무열의 케미는 두 사람이 형사와 조폭으로 만났던 영화 《악인전》에서 한 차례 확인한 바 있다. 그땐 마동석이 조폭이고 김무열이 조폭 같은 형사였다. 이번엔 그 관계가 역전된 셈인데 《악인전》 때 케미가 어땠더라. 딱히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임팩트가 크진 않았는데…. 영화는 보기 전까지 모르는 법이니, 편견은 일단 접자.
마동석은 올해 《범죄도시4》 외에도 꽉 찬 스케줄로 바쁠 예정. 이달 26일 넷플릭스 작품 《황야》로 먼저 관객을 만난다. 디스토피아 배경에서 액션을 펼치는 마동석을 볼 수 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도 개봉 예정이다. 역시나 마동석이 누군가를 때려잡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에선 그 대상이 무려 '악마'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의 경우 앞선 두 영화와는 사정이 다르다. 《베테랑2》와 《범죄도시4》가 전편들의 흥행을 동력 삼아 간다면, 《외계+인》 2부는 1편이 도리어 걸림돌이다. 2022년 개봉한 1부가 154만 명이라는 다소 살 떨리는 스코어를 기록했던 탓에, 2부 공개를 준비하며 최동훈 감독이 고심 또 고심했다는 후문. "도 닦는 심정으로, 150번 돌려보며 편집"했다는데 그 간절함이 관객들에게 전해질지 관심을 끈다.
영화 《미키 17》의 감독 봉준호 ⓒ뉴스1
키워드2. 봉준호가 오고 박찬욱도 온다
많은 대중은 배우를 보러 극장에 간다. 아주 드문 경우 감독이 더 궁금해 가기도 한다. 그런 드문 감독이 봉준호와 박찬욱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로 돌아온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그의 행보는 예상대로 한국 밖이다.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옥자》에 이어 다시 봉준호의 재능에 베팅했고, 미국 메이저 배급사 워너브러더스도 손을 내밀었다. 제작비에서 잠시 동공 확장. 무려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가 투입됐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제작비가 1억6500만 달러였음을 생각하면 할리우드가 봉 감독에게 지니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미키 17》의 원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7》이다. 미래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해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 복제인간 미키가 존재론적 위기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누군가에게는 《트와일라잇》의 광채 뿜어대는 드라큘라로, 누군가에겐 《굿타임》의 연기파 배우로 기억되는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이다. 봉 감독의 할리우드 '찐친' 틸다 스윈튼도 가세했다. 헐크 마크 러팔로도 있다. 스티븐 연도 올라탔다. 이 조합, 궁금할 수밖에.
박찬욱 감독도 돌아온다. 다만, 극장이 아닌 OTT로 온다. 감독 외에 제작자로도 온다. 먼저 제작을 맡은 영화 《전, 란》을 보자.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이 박정민을 어떻게 모실지가 매우 궁금한 영화다. 원래 극장용을 목표로 박찬욱이 집필한 작품이었는데,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됐다. 봉준호 감독이 로버트 패틴슨과 영화 현장을 누볐다면, 박찬욱 감독은 HBO 드라마 《동조자》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마주했다.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이 2015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동조자》는 HBO max 오리지널로 공개될 예정.
키워드3. CJ ENM은 혹한에서 벗어날까
지난해 많은 배급사가 흥행 추위와 싸워야 했지만, CJ ENM만 할까. CJ ENM은 추위 정도가 아니라 혹한에 떨었다. 137억원이 투입된 이해준 감독의 《유령》, 여름 대목에 개봉한 《더 문》, 추석을 노렸던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 주요 시즌에 제 몫을 해줘야 할 기대작들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적자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고….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CJ ENM이 영화 사업을 접는다는 소문까지 흉흉하게 나돌았다. 2024년엔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까.
일단 포문은 앞서 언급한 《외계+인》 2부가 열었다. 류승완의 《베테랑2》도 CJ ENM 작품이다. 9년 전, 흥행 보따리를 안겼던 효자이니만큼 올해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을까 싶다. 《내부자들》(2015)과 《남산의 부장들》(2020)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도 눈에 띈다. 1909년, 하얼빈에서 일본 제국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액션 대작이다.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등이 출연했다.
《엑시트》(2019)로 942만 명을 동원하며 주목받은 이상근 감독이 《엑시트》의 주역 윤아와 다시 손잡고 로맨틱 코미디 《2시의 데이트》(가제)로 돌아온다. 다시 한번 깜짝 흥행을 선보일까. JK필름이 만든 윤여정, 유해진 주연의 《도그데이즈》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와 공동으로 투자·배급해 만든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가 주연한 영화로 전미비평가협회(NSFC)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해외에서의 호평이 국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인사이드 아웃2》, 《쿵푸팬더4》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CJ ENM 제공
키워드4. 애니 열풍 다시 한번?
지난해 극장가는 외화가 강세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 영화가 워낙 안돼서 외화가 더 두드러진 해였다. 특히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애니메이션 열풍이 셌다. 그렇다면 올해는? 그 바통을 이을 유력 주자는 《인사이드 아웃2》다. 2015년 개봉해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이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해 큰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엔 불안이 합류한단다. 《쿵푸팬더4》도 극장가를 찾는다. 8년 만의 속편.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지금 에버랜드에 사는 '용인 푸씨' 푸바오 열풍이 한창이다. 《쿵푸팬더4》로서는 호재다.
드니 빌뇌브와 티모시 샬라메가 함께한 《듄: 파트2》도 3월에 개봉한다. 사실 국내에선 화제성 대비 흥행이 강한 영화는 아니다. 파트1 흥행도 155만 명 수준이었다. 다만 '듄친자'라는 이름이 생길 정도로 마니아 팬들의 화력이 셌는데, 2편 흥행은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확언할 수 있는 한 가지. 아이맥스관이 듄친자로 미어터지겠구나. 《매드맥스》 프리퀄인 《퓨리오사》, 《존 윅》 시리즈 스핀오프인 《발레리나》, 마블의 《데드풀3》도 2024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