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쏘아 올린 부실 PF 71조 시대…진짜 위험한 '21조' [와이즈픽]
자유인99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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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11:20
부실 PF 규모 71조…"대출 상환 본격화하면 부도 직면"
무려 130조 원.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동향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130조 원 가운데 브릿지론이 30조 원, 본PF는 100조 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실제 부실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PF의 만기 연장 비율입니다. 건산연 보고서에 따르면 만기 연장 비율은 브릿지론이 70%, 본PF는 50%가량 됩니다. 단순 계산하면 부실 규모는 브릿지론이 21조 원, 본PF는 50조 원으로 모두 71조 원에 이릅니다.
시기와 취급 기관도 중요합니다. 대출이 연장된 시기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이고, 취급 기관은 제1금융권인 은행이 아닌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입니다. 일각에서 '부실의 연장'이자 '폭탄 돌리기'라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주 연구위원은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될 경우 다수의 건설사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 사업장이 연쇄적으로 부실화하면서 많은 금융기관이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PF 만기 연장이 이뤄진 사업장이 분양 또는 매각이 안 되면 사업성 확보도 쉽지 않게 됩니다. 단순 계산이라 부실 규모 수치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방향성만은 유의미해 보입니다.
가장 위험한 브릿지론 21조…'착공 전부터 부실'
부실 PF 71조 원 가운데 특히 위험한 건 바로 브릿지론입니다. 전체 PF 가운데 30조 원이 브릿지론인데 이 가운데 만기 연장된 70%가량인 21조 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착공 이후 1금융권인 은행에서 받는 본PF 부실보다 더 위험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브릿지론은 본PF와 달리 부동산 개발 사업이 착공되기 전에 끌어들인 자금을 말합니다. 대부분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에서 받게 됩니다. 시행사는 이 자금을 토지 매입과 사업 인허가, 시공사 보증금 등에 투입한다. 본PF로 넘어가는 연결 다리 역할을 한다고 해서 브릿지론으로 불립니다.
대출 기간도 짧습니다. 본PF는 보통 2년 이상인데 브릿지론은 1년 이내입니다. 부동산 사업의 실물이 없는 상황이니 고금리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업 타당성이 불확실하고 담보까지 부족하니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기 연장된 브릿지론 규모만 21조 원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사업 중단이 결정되면 이미 나간 브릿지론은 회수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면 금융권 부실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면 사업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성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태영건설의 경우만 봐도 브릿지 보증 규모는 1조 2,193억 원에 이릅니다. 여기에 분양률이 75% 미만인 본PF 규모 1조 3,066억 원을 합하면 위험성이 큰 보증 규모는 2조 5,259억 원에 이릅니다. 정부나 시장에서 태영건설 위기를 심상치 않게 보는 이유입니다.
일단 '태영건설 일병' 구하기…연착륙 희망하는 정부
태영건설은 PF 부실의 본격적인 신호탄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합니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태영그룹을 잇따라 압박했습니다. 뉘앙스도 비슷했습니다. 결국 '자금 돌리지 말고 낼 수 있는 돈 다 내놓으라'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태영그룹으로선 절대 놓고 싶지 않은 알짜 자산인 SBS 담보는 물론 그 지분을 팔아서라도 이번 위기를 넘기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냈습니다. 이는 태영건설뿐 아니라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는 다른 대형 건설사에 대한 간접적 압박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적극 나선 이유는 정부로선 부동산 PF 문제의 경착륙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절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추가적인 부실을 막기 위해 85조 원의 유동성 공급 방침까지 세웠습니다. 이 자금은 태영건설에만 투입되는 건 아니고 전체 건설·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쓰이게 됩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동성을 넘어 시장 전체의 신용 문제인 만큼 구조조정 등 본질적인 시장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이른바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희망합니다. 구조조정을 미루려 한다는 지적을 강하게 부인하며 연착륙 방안을 고민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태영건설 위기는 넘기고 보자는 인식이 강해 보입니다.
부동산 PF 부실은 가계부채와 함께 현 정부가 안고 있는 최대 금융 현안입니다. 태영건설 위기를 어설프게 덮고 간다면 과거 잘못된 구조조정 때처럼 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총선 이후 손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태영건설의 시계가 석 달 정도 빨라진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미 시장에선 '총선 전까지 부동산 PF 부실이 터지지 않고 관리될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습니다. 부실 PF '71조 시대'는 이제 시작입니다. 초기 주목을 많이 받는 태영건설이 어찌 보면 운이 좋은 편일 수도 있습니다.
무려 130조 원.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동향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130조 원 가운데 브릿지론이 30조 원, 본PF는 100조 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실제 부실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PF의 만기 연장 비율입니다. 건산연 보고서에 따르면 만기 연장 비율은 브릿지론이 70%, 본PF는 50%가량 됩니다. 단순 계산하면 부실 규모는 브릿지론이 21조 원, 본PF는 50조 원으로 모두 71조 원에 이릅니다.
시기와 취급 기관도 중요합니다. 대출이 연장된 시기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이고, 취급 기관은 제1금융권인 은행이 아닌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입니다. 일각에서 '부실의 연장'이자 '폭탄 돌리기'라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주 연구위원은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될 경우 다수의 건설사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 사업장이 연쇄적으로 부실화하면서 많은 금융기관이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PF 만기 연장이 이뤄진 사업장이 분양 또는 매각이 안 되면 사업성 확보도 쉽지 않게 됩니다. 단순 계산이라 부실 규모 수치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방향성만은 유의미해 보입니다.
가장 위험한 브릿지론 21조…'착공 전부터 부실'
부실 PF 71조 원 가운데 특히 위험한 건 바로 브릿지론입니다. 전체 PF 가운데 30조 원이 브릿지론인데 이 가운데 만기 연장된 70%가량인 21조 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착공 이후 1금융권인 은행에서 받는 본PF 부실보다 더 위험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브릿지론은 본PF와 달리 부동산 개발 사업이 착공되기 전에 끌어들인 자금을 말합니다. 대부분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에서 받게 됩니다. 시행사는 이 자금을 토지 매입과 사업 인허가, 시공사 보증금 등에 투입한다. 본PF로 넘어가는 연결 다리 역할을 한다고 해서 브릿지론으로 불립니다.
대출 기간도 짧습니다. 본PF는 보통 2년 이상인데 브릿지론은 1년 이내입니다. 부동산 사업의 실물이 없는 상황이니 고금리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업 타당성이 불확실하고 담보까지 부족하니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기 연장된 브릿지론 규모만 21조 원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사업 중단이 결정되면 이미 나간 브릿지론은 회수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면 금융권 부실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면 사업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성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태영건설의 경우만 봐도 브릿지 보증 규모는 1조 2,193억 원에 이릅니다. 여기에 분양률이 75% 미만인 본PF 규모 1조 3,066억 원을 합하면 위험성이 큰 보증 규모는 2조 5,259억 원에 이릅니다. 정부나 시장에서 태영건설 위기를 심상치 않게 보는 이유입니다.
일단 '태영건설 일병' 구하기…연착륙 희망하는 정부
태영건설은 PF 부실의 본격적인 신호탄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합니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태영그룹을 잇따라 압박했습니다. 뉘앙스도 비슷했습니다. 결국 '자금 돌리지 말고 낼 수 있는 돈 다 내놓으라'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태영그룹으로선 절대 놓고 싶지 않은 알짜 자산인 SBS 담보는 물론 그 지분을 팔아서라도 이번 위기를 넘기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냈습니다. 이는 태영건설뿐 아니라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는 다른 대형 건설사에 대한 간접적 압박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적극 나선 이유는 정부로선 부동산 PF 문제의 경착륙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절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추가적인 부실을 막기 위해 85조 원의 유동성 공급 방침까지 세웠습니다. 이 자금은 태영건설에만 투입되는 건 아니고 전체 건설·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쓰이게 됩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동성을 넘어 시장 전체의 신용 문제인 만큼 구조조정 등 본질적인 시장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이른바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희망합니다. 구조조정을 미루려 한다는 지적을 강하게 부인하며 연착륙 방안을 고민한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태영건설 위기는 넘기고 보자는 인식이 강해 보입니다.
부동산 PF 부실은 가계부채와 함께 현 정부가 안고 있는 최대 금융 현안입니다. 태영건설 위기를 어설프게 덮고 간다면 과거 잘못된 구조조정 때처럼 시장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총선 이후 손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태영건설의 시계가 석 달 정도 빨라진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미 시장에선 '총선 전까지 부동산 PF 부실이 터지지 않고 관리될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습니다. 부실 PF '71조 시대'는 이제 시작입니다. 초기 주목을 많이 받는 태영건설이 어찌 보면 운이 좋은 편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