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시심판론 26%가 ‘캐스팅보터’…신당엔 과반이 ‘절레’[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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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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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08:38
③심판론×심판론좌우 양쪽으로 균형을 이룬 시소가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는 좌에도 우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가 어느 쪽에 가깝게 추를 내려놓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진보·보수 어느 쪽도 ‘자기편’ 지지자들만으로는 선거에서 크게 이길 수 없는 이유이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총선은 정부·여당, 거대 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적 정서가 모두 높은 편이다. 각각에 대한 심판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누구가 더 큰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인가. 여론조사에서는 이 질문의 열쇠를 쥔 중도층이 아직 답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원 기자 [email protected]
“저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수자,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에 관심이 있어요. 저는 성소수자에 보수적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인권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다투는데, 노동자가 없으면 기업이 어떻게 돌아갈까요. 이런 얘기하면 진보 쪽으로 생각되겠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냐’고 하면 그런 질문이 편향적으로 느껴집니다.”
원진호씨(68·경기 용인시)는 지난해 12월12~15일과 19일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로 체크했다. 그는 선호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다음 총선에서 어딜 뽑을지는 정했다고 했다. “제가 말하는 중도는 ‘교집합’이라고 할까. 신당도 새로운 정당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의 스펙트럼을 만들 수 있어야 의미있다고 봅니다.”
정치 양극화의 심화는 ‘중도 정치’를 위한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질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 여당이 ‘정권 심판론’과 ‘거대 야당 견제론’으로 맞서는 가운데, 여야 전직 당 대표들이 신당 창당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강성 지지층에 갇힌 여야는 중도층 외연 확장에 전전긍긍하고, 제3지대 신당 추진 세력도 거대 양당에 대한 ‘비토’ 정서를 노리고 중도층을 향한 구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도 확장’이라는 구호에 비해 실체와 내용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신당 지지 의향이 없다’는 비율은 55%였다. ‘신당 지지 의향이 있다’ 45%로 10%포인트 뒤졌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 51%, 중도 57%, 보수 57%가 ‘없다’고 답했다. 유권자들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관망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이번 기획에서 찾아낸 두 개의 중도 집단, 즉 ‘방관자’(정치 저관심·투표 기권)와 ‘심판자’(정치 고관심·적극 투표) 사이의 간극은 컸다. 방관자 중도는 ‘없다’가 69%였던 반면, 심판자 중도는 ‘없다’와 ‘있다’가 50% 대 50%로 팽팽히 맞섰다. 방관자는 정치 전반에 냉소적인 반면 심판자는 거대 양당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꽤 존재하는 셈이다.
■양당 정치 너머 중도의 생각은
“진보·보수는 지지하는 당이 확고하잖아요. 중도는 ‘뜨뜻미지근’한 느낌?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진 않아요. 한쪽의 힘이 강해지기보단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박현주씨·44·경남 사천시)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37%), 국민의힘(30%), 정의당(6%), 그 외 정당(2%) 순이었다. ‘없음’(20%)과 ‘모름’(5%)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도층은 ‘없음’(35%)과 ‘모름’(9%)의 비중이 컸다. 현재 3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거대 양당 지지율만 봐서는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중도층의 생각을 알기 어렵다. 그 너머의 숫자들이 어떤 단서가 될 수 있을까.
‘절대 투표하지 않을 정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가 ‘그렇다’고 답했다. 진보 73%, 보수 69%가 절대 찍지 않을 정당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두 이념 집단 간 정치적 적대감의 수위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중도(44%)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절대 투표하지 않을 정당이 있다는 응답자들에게 그 정당이 어디인지를 물었다(복수 응답). 진보에선 국민의힘(91%)이 압도적이었고, 민주당을 찍지 않겠다는 사람은 10%였다. 보수에선 반대로 민주당(67%)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았고, 국민의힘이라는 응답도 24%나 됐다. 중도에서는 방관자와 심판자 모두 민주당(각각 33%, 38%)에 비해 국민의힘(68%, 63%)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컸다.
단순 지지가 아닌 ‘좋아하는 정도’를 0점에서 10점까지 척도로 물었다. 진보에선 민주당 6.1점, 국민의힘 1.6점, 정의당 4.2점을 주었다. 보수에선 국민의힘 5.2점, 민주당 2.9점, 정의당 2.9점 순이었다. 중도는 정당 호감 강도가 비슷해 약한 정서적 양극화를 보여줬다. 방관자 중도의 경우 민주당 4.2점, 국민의힘 3.6점, 정의당 3.8점이었는데, 심판자 중도는 민주당 4.3점, 국민의힘 3.1점, 정의당 3.6점으로 간극이 좀 더 넓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기획에서 확인된 바로는 중도층 내부에도 정치 이해 수준과 관심이 높은 중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만 이들은 특정 정당을 강하게 지지하지 않다 보니 ‘스윙보터’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면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지 않는 온건한 태도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적극적 구경꾼 ‘심판자 중도’
“모든 싸움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싸움의 중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소수의 개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광경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구경꾼들이다. 구경꾼들은 싸움꾼들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가지면서 전체 상황을 구성한다. 그들은 상황의 필수적인 구성요소이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구경꾼이 싸움의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E 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정치학에선 중도적 유권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면서도 이들을 탈정치적이고 무지한 ‘구경꾼’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이념 갈등이 복잡해지고, 기존 정당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는 환경에서 새로운 중도 개념이 등장했다. 한 개인에게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 특정 이슈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공존하는 ‘양가성(ambivalence)’이 그 핵심이다.
이상희씨(44·인천 부평구)는 자신을 ‘중도’로 규정한 이유를 “정책 위주로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동 이슈에서 ‘노란봉투법’은 찬성하지만, ‘주 52시간제’는 어느 정도 유연화해도 되지 않나 싶어요. 환경문제에선 일회용품 안 쓰기로 정해놓고 되돌리는 게 이상했고요. 북한에 유화적으로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 정치가 ‘내로남불’ 대신 정책 경쟁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분야’를 묻는 질문에 이념 집단에 상관없이 ‘저출산·고령화 대책’(48%)을 가장 중시했으며, ‘경제 성장’(25%)과 ‘경제적 불평등 완화’(13%)가 뒤를 이었다. 다만 ‘경제적 불평등 완화’는 진보가 중요하게 생각했고, ‘경제 성장’은 중도와 보수가 중시하는 비율이 비슷하게 높았다. 중시하는 정책 분야를 3순위까지 더했을 때는 20대에선 ‘지방소멸 대응’이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제치고 3위로 올랐다. 20~30대에선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남성들이 여성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응답한 것도 눈에 띄었다.
‘정책들을 어느 정당이 잘 다룰 것 같은지’를 물었다. ‘잘할 것 같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이념에 상관없이 모든 정책에서 가장 많았으며, 중도층에선 그 비율이 절반을 넘나들며 가장 부정적이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지방소멸 대응’에 있어 기존 정당 정책 능력에 불신이 컸다. 다만 중도층의 경우 민주당이 잘할 것 같은 비율에서 국민의힘이 잘할 것 같은 비율을 빼면 모두 양의 값이 나왔다. 중도층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정책들을 상대적으로 잘 다룰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다시 중도층을 나눠 봤다. 방관자 중도는 ‘잘할 것 같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모두 60%대로, 심판자 중도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높았다. 선호하는 방향이나 태도가 뚜렷하지 않은 방관자의 특성과 닿아 있는 결과다. 심판자 역시 ‘잘할 것 같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민주당을 좀 더 높게 평가했다.
중도층 내부에서 정부·여당에 보다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진보는 ‘나빠졌다’ 74%, ‘중간’ 14%, ‘좋아졌다’ 12%였으며, 보수는 ‘좋아졌다’ 47%, ‘나빠졌다’ 43%, ‘중간’ 21% 순이었다. 중도에선 ‘나빠졌다’(48%)가 가장 많았는데, 심판자가 상황을 좀 더 나쁘게(53%) 봤다. ‘지난 한 해 동안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진보(85%)와 보수(60%) 모두 ‘나빠졌다’는 응답이 제일 많았으며, 중도 역시 70%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역시 심판자가 상황을 더 나쁘게(73%) 평가했다.
■동시심판론과 신당의 성공 가능성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검찰 위주로 가는 거 아닌가 우려도 됩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다른 대안이 안 보이는 것 같아 피곤하고요. 견제 세력이 필요한데 그게 신당인지는 모르겠어요. 차라리 정의당 찍을 것 같은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정당에 표를 주려 합니다.”(박종국씨·37·경북 구미시)
이번 총선의 구도를 가를 주요 변수로는 현재까지 거론되는 것이 ‘신당’ 그리고 ‘여야 심판론’이다. 이 변수의 영향력을 측정해 보기 위해 ‘안정론 대 견제론’을 물어보기보다 ‘여야 심판론’을 각각 물었다. 총선이 ‘내일이라면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1%가 민주당을 꼽았다. 이어 국민의힘 24%, 정의당 3% 순이었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37%),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5%)라는 유보적 답변도 상당했다.
다음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동의’ 59%, ‘비동의’ 33%였다. ‘거대 야당의 독주를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동의’가 45%, ‘비동의’가 44%였다. 정부 심판론이 우세하지만, 야당 심판론도 적지 않았다.
이런 답변들을 교차시켜 4가지 범주를 만들었다. ‘일방적 정부 심판론’은 33%, ‘(여야) 동시 심판론’ 26%, ‘심판론 냉소(심판 의미 없음)’ 22%, ‘일방적 야당 심판론’ 19% 순이었다. 심판론 냉소를 소극 투표층으로 보면 동시심판론자가 승패에 결정적인 ‘캐스팅보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에서 ‘일방적 정부 심판론’ 목소리가 높았고, 보수는 ‘일방적 야당 심판론’이 많았다. 방관자 중도의 경우 ‘심판론 냉소’(46%) 비중이 높았고, ‘동시 심판론’(30%)이 뒤를 이었다. 심판자 중도는 ‘일방적 정부 심판론’(35%)과 ‘동시 심판론’(32%) 모두 높게 나타났다. 심판자 중도의 심판 대상이 여당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가장 최근 신당 돌풍이 분 것은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국민의당 사례다. 당시에는 유력 대권 주자였던 안철수 의원의 존재와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제3지대 신당에는 유력 대권 주자도, 탄탄한 지역 기반도 없다. 중도 응답자들은 신당을 묻는 인터뷰에서 “사표가 될 것 같다” “과거처럼 만들었다 기존 정당으로 돌아갈 것 같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신당에서 후보가 많이 나오면 수도권처럼 판세가 유동적인 경합지에선 파급력이 있겠지만, 아직까진 신당을 함께하는 세력이나 인물이 부족해 ‘1인 정당’ 느낌이 강하다”면서 “앞으로 양당 공천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들만 합류하면 큰 변수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모두 양당에 대한 네거티브만 있는 상황에서 파급력을 가지려면,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시점에서 2016년 총선과의 차이는 ‘동시 심판론’의 강도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유권자 인식 조사(2016년 4월7일)에선 ‘양당 동시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3.5%에 달했다. 선거가 석 달이나 남았지만, 아직까진 정부 심판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지점은 전체적으로 ‘미정층’이 많다는 점이다. 총선 투표 대상별로 심판론을 나눠봤을 때 ‘동시 심판론자’ 안에서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유동층이 43%로 나온다.
정한울 원장은 “현재 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단독 승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도층이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터’는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양 진영 각각에 대한 심판론 안에서도 유동층이 있고, 신당의 세력화에 따라 제3당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표심의 향방이 가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당하고 저 당, 선택지가 두 개인 게 갑갑합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 사는 최성운씨(38)는 2017년 ‘탄핵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난 대선에선 부동산 정책에 실망해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중도층 ‘스윙보터’다. 그는 “격노했다”는 뉴스만 들려오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야당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당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정부·여당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신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택 폭이 넓어져야죠.”
오는 4·10 총선은 선거구 획정, 비례의석 배분 방식 등 구체적인 선거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데다, 여야 전직 당대표들이 제3지대에서 연대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변수가 많아졌다.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시리즈 3회는 이번 총선 최대 변수로 부상한 ‘신당’과 ‘심판론’을 중심으로 현재 한국 정치 지형을 살펴보았다. |관련기사 8·9면
전통적으로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가지는 총선에선 ‘안정론과 견제론’이 맞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 여론은 야당에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여야 모두 ‘심판’의 도마에 올라 있는 것이다.
신당 추진 세력은 중도층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자기편 지지자만으로는 큰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중도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실시한 웹 조사에선 ‘신당 지지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중도층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총선이 내일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중도층은 유보적 답변(못 정함·투표 안 함)이 58%나 됐다.
신당 창당 세력은 중도를 겨냥하고, 양대 정당도 중도 외연 확장을 꾀하지만 정작 중도층은 시큰둥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허석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에서 ‘중도’란 긍정적 이미지로 표상되므로, 모든 정치세력이 중도 확장을 이야기한다”면서 “하지만 중도층이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정책적 선호가 무엇인지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정치권의 중도 전략은 정책이나 공약이 아닌 포용적인 언술이나 제스처로 지지를 이끌어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 사는 최성운씨(38)는 2017년 ‘탄핵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난 대선에선 부동산 정책에 실망해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중도층 ‘스윙보터’다. 그는 “격노했다”는 뉴스만 들려오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야당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당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휩싸여 정부·여당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신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택 폭이 넓어져야죠.”
오는 4·10 총선은 선거구 획정, 비례의석 배분 방식 등 구체적인 선거 규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데다, 여야 전직 당대표들이 제3지대에서 연대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변수가 많아졌다.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시리즈 3회는 이번 총선 최대 변수로 부상한 ‘신당’과 ‘심판론’을 중심으로 현재 한국 정치 지형을 살펴보았다. |관련기사 8·9면
전통적으로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가지는 총선에선 ‘안정론과 견제론’이 맞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 여론은 야당에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여야 모두 ‘심판’의 도마에 올라 있는 것이다.
신당 추진 세력은 중도층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자기편 지지자만으로는 큰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중도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실시한 웹 조사에선 ‘신당 지지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중도층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총선이 내일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중도층은 유보적 답변(못 정함·투표 안 함)이 58%나 됐다.
신당 창당 세력은 중도를 겨냥하고, 양대 정당도 중도 외연 확장을 꾀하지만 정작 중도층은 시큰둥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허석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국에서 ‘중도’란 긍정적 이미지로 표상되므로, 모든 정치세력이 중도 확장을 이야기한다”면서 “하지만 중도층이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정책적 선호가 무엇인지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정치권의 중도 전략은 정책이나 공약이 아닌 포용적인 언술이나 제스처로 지지를 이끌어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저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수자,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에 관심이 있어요. 저는 성소수자에 보수적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인권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 다투는데, 노동자가 없으면 기업이 어떻게 돌아갈까요. 이런 얘기하면 진보 쪽으로 생각되겠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냐’고 하면 그런 질문이 편향적으로 느껴집니다.”
원진호씨(68·경기 용인시)는 지난해 12월12~15일과 19일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로 체크했다. 그는 선호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다음 총선에서 어딜 뽑을지는 정했다고 했다. “제가 말하는 중도는 ‘교집합’이라고 할까. 신당도 새로운 정당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의 스펙트럼을 만들 수 있어야 의미있다고 봅니다.”
정치 양극화의 심화는 ‘중도 정치’를 위한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질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 여당이 ‘정권 심판론’과 ‘거대 야당 견제론’으로 맞서는 가운데, 여야 전직 당 대표들이 신당 창당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강성 지지층에 갇힌 여야는 중도층 외연 확장에 전전긍긍하고, 제3지대 신당 추진 세력도 거대 양당에 대한 ‘비토’ 정서를 노리고 중도층을 향한 구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도 확장’이라는 구호에 비해 실체와 내용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신당 지지 의향이 없다’는 비율은 55%였다. ‘신당 지지 의향이 있다’ 45%로 10%포인트 뒤졌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 51%, 중도 57%, 보수 57%가 ‘없다’고 답했다. 유권자들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관망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이번 기획에서 찾아낸 두 개의 중도 집단, 즉 ‘방관자’(정치 저관심·투표 기권)와 ‘심판자’(정치 고관심·적극 투표) 사이의 간극은 컸다. 방관자 중도는 ‘없다’가 69%였던 반면, 심판자 중도는 ‘없다’와 ‘있다’가 50% 대 50%로 팽팽히 맞섰다. 방관자는 정치 전반에 냉소적인 반면 심판자는 거대 양당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지가 꽤 존재하는 셈이다.
신당, 아직 인물 등 파급력 미미
모든 층서 “지지 의향 없다” 관망
심판자는 지지 의향 유무 “반반”
거대 양당 ‘대안 모색’ 의지 보여
모든 층서 “지지 의향 없다” 관망
심판자는 지지 의향 유무 “반반”
거대 양당 ‘대안 모색’ 의지 보여
■양당 정치 너머 중도의 생각은
“진보·보수는 지지하는 당이 확고하잖아요. 중도는 ‘뜨뜻미지근’한 느낌?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진 않아요. 한쪽의 힘이 강해지기보단 견제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박현주씨·44·경남 사천시)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37%), 국민의힘(30%), 정의당(6%), 그 외 정당(2%) 순이었다. ‘없음’(20%)과 ‘모름’(5%)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도층은 ‘없음’(35%)과 ‘모름’(9%)의 비중이 컸다. 현재 3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거대 양당 지지율만 봐서는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중도층의 생각을 알기 어렵다. 그 너머의 숫자들이 어떤 단서가 될 수 있을까.
‘절대 투표하지 않을 정당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가 ‘그렇다’고 답했다. 진보 73%, 보수 69%가 절대 찍지 않을 정당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두 이념 집단 간 정치적 적대감의 수위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중도(44%)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절대 투표하지 않을 정당이 있다는 응답자들에게 그 정당이 어디인지를 물었다(복수 응답). 진보에선 국민의힘(91%)이 압도적이었고, 민주당을 찍지 않겠다는 사람은 10%였다. 보수에선 반대로 민주당(67%)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았고, 국민의힘이라는 응답도 24%나 됐다. 중도에서는 방관자와 심판자 모두 민주당(각각 33%, 38%)에 비해 국민의힘(68%, 63%)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컸다.
단순 지지가 아닌 ‘좋아하는 정도’를 0점에서 10점까지 척도로 물었다. 진보에선 민주당 6.1점, 국민의힘 1.6점, 정의당 4.2점을 주었다. 보수에선 국민의힘 5.2점, 민주당 2.9점, 정의당 2.9점 순이었다. 중도는 정당 호감 강도가 비슷해 약한 정서적 양극화를 보여줬다. 방관자 중도의 경우 민주당 4.2점, 국민의힘 3.6점, 정의당 3.8점이었는데, 심판자 중도는 민주당 4.3점, 국민의힘 3.1점, 정의당 3.6점으로 간극이 좀 더 넓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기획에서 확인된 바로는 중도층 내부에도 정치 이해 수준과 관심이 높은 중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다만 이들은 특정 정당을 강하게 지지하지 않다 보니 ‘스윙보터’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면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지 않는 온건한 태도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도, 정책 위주로 정당 선택
이슈에 찬반 공존 ‘양가성’ 핵심
자신과 정치적 입장 다른 사람들
적대시 않는 온건 태도 나타나
이슈에 찬반 공존 ‘양가성’ 핵심
자신과 정치적 입장 다른 사람들
적대시 않는 온건 태도 나타나
■적극적 구경꾼 ‘심판자 중도’
“모든 싸움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싸움의 중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소수의 개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그 광경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구경꾼들이다. 구경꾼들은 싸움꾼들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가지면서 전체 상황을 구성한다. 그들은 상황의 필수적인 구성요소이다. 왜냐하면 대개의 경우 구경꾼이 싸움의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E 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정치학에선 중도적 유권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면서도 이들을 탈정치적이고 무지한 ‘구경꾼’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이념 갈등이 복잡해지고, 기존 정당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는 환경에서 새로운 중도 개념이 등장했다. 한 개인에게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 특정 이슈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공존하는 ‘양가성(ambivalence)’이 그 핵심이다.
이상희씨(44·인천 부평구)는 자신을 ‘중도’로 규정한 이유를 “정책 위주로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동 이슈에서 ‘노란봉투법’은 찬성하지만, ‘주 52시간제’는 어느 정도 유연화해도 되지 않나 싶어요. 환경문제에선 일회용품 안 쓰기로 정해놓고 되돌리는 게 이상했고요. 북한에 유화적으로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 정치가 ‘내로남불’ 대신 정책 경쟁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분야’를 묻는 질문에 이념 집단에 상관없이 ‘저출산·고령화 대책’(48%)을 가장 중시했으며, ‘경제 성장’(25%)과 ‘경제적 불평등 완화’(13%)가 뒤를 이었다. 다만 ‘경제적 불평등 완화’는 진보가 중요하게 생각했고, ‘경제 성장’은 중도와 보수가 중시하는 비율이 비슷하게 높았다. 중시하는 정책 분야를 3순위까지 더했을 때는 20대에선 ‘지방소멸 대응’이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제치고 3위로 올랐다. 20~30대에선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남성들이 여성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응답한 것도 눈에 띄었다.
‘정책들을 어느 정당이 잘 다룰 것 같은지’를 물었다. ‘잘할 것 같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이념에 상관없이 모든 정책에서 가장 많았으며, 중도층에선 그 비율이 절반을 넘나들며 가장 부정적이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지방소멸 대응’에 있어 기존 정당 정책 능력에 불신이 컸다. 다만 중도층의 경우 민주당이 잘할 것 같은 비율에서 국민의힘이 잘할 것 같은 비율을 빼면 모두 양의 값이 나왔다. 중도층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정책들을 상대적으로 잘 다룰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다시 중도층을 나눠 봤다. 방관자 중도는 ‘잘할 것 같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모두 60%대로, 심판자 중도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높았다. 선호하는 방향이나 태도가 뚜렷하지 않은 방관자의 특성과 닿아 있는 결과다. 심판자 역시 ‘잘할 것 같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민주당을 좀 더 높게 평가했다.
중도층 내부에서 정부·여당에 보다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진보는 ‘나빠졌다’ 74%, ‘중간’ 14%, ‘좋아졌다’ 12%였으며, 보수는 ‘좋아졌다’ 47%, ‘나빠졌다’ 43%, ‘중간’ 21% 순이었다. 중도에선 ‘나빠졌다’(48%)가 가장 많았는데, 심판자가 상황을 좀 더 나쁘게(53%) 봤다. ‘지난 한 해 동안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진보(85%)와 보수(60%) 모두 ‘나빠졌다’는 응답이 제일 많았으며, 중도 역시 70%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역시 심판자가 상황을 더 나쁘게(73%) 평가했다.
■동시심판론과 신당의 성공 가능성
“국민의힘은 대통령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검찰 위주로 가는 거 아닌가 우려도 됩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다른 대안이 안 보이는 것 같아 피곤하고요. 견제 세력이 필요한데 그게 신당인지는 모르겠어요. 차라리 정의당 찍을 것 같은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정당에 표를 주려 합니다.”(박종국씨·37·경북 구미시)
이번 총선의 구도를 가를 주요 변수로는 현재까지 거론되는 것이 ‘신당’ 그리고 ‘여야 심판론’이다. 이 변수의 영향력을 측정해 보기 위해 ‘안정론 대 견제론’을 물어보기보다 ‘여야 심판론’을 각각 물었다. 총선이 ‘내일이라면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1%가 민주당을 꼽았다. 이어 국민의힘 24%, 정의당 3% 순이었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37%),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5%)라는 유보적 답변도 상당했다.
다음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동의’ 59%, ‘비동의’ 33%였다. ‘거대 야당의 독주를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동의’가 45%, ‘비동의’가 44%였다. 정부 심판론이 우세하지만, 야당 심판론도 적지 않았다.
이런 답변들을 교차시켜 4가지 범주를 만들었다. ‘일방적 정부 심판론’은 33%, ‘(여야) 동시 심판론’ 26%, ‘심판론 냉소(심판 의미 없음)’ 22%, ‘일방적 야당 심판론’ 19% 순이었다. 심판론 냉소를 소극 투표층으로 보면 동시심판론자가 승패에 결정적인 ‘캐스팅보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에서 ‘일방적 정부 심판론’ 목소리가 높았고, 보수는 ‘일방적 야당 심판론’이 많았다. 방관자 중도의 경우 ‘심판론 냉소’(46%) 비중이 높았고, ‘동시 심판론’(30%)이 뒤를 이었다. 심판자 중도는 ‘일방적 정부 심판론’(35%)과 ‘동시 심판론’(32%) 모두 높게 나타났다. 심판자 중도의 심판 대상이 여당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여야 단독 승리 어려운 선거
‘정부·여당 심판론’ 우세하지만
‘야당 유리’하다는 예단도 일러
‘정부·여당 심판론’ 우세하지만
‘야당 유리’하다는 예단도 일러
가장 최근 신당 돌풍이 분 것은 2016년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국민의당 사례다. 당시에는 유력 대권 주자였던 안철수 의원의 존재와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제3지대 신당에는 유력 대권 주자도, 탄탄한 지역 기반도 없다. 중도 응답자들은 신당을 묻는 인터뷰에서 “사표가 될 것 같다” “과거처럼 만들었다 기존 정당으로 돌아갈 것 같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신당에서 후보가 많이 나오면 수도권처럼 판세가 유동적인 경합지에선 파급력이 있겠지만, 아직까진 신당을 함께하는 세력이나 인물이 부족해 ‘1인 정당’ 느낌이 강하다”면서 “앞으로 양당 공천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들만 합류하면 큰 변수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모두 양당에 대한 네거티브만 있는 상황에서 파급력을 가지려면, 새로운 가치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시점에서 2016년 총선과의 차이는 ‘동시 심판론’의 강도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유권자 인식 조사(2016년 4월7일)에선 ‘양당 동시 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3.5%에 달했다. 선거가 석 달이나 남았지만, 아직까진 정부 심판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지점은 전체적으로 ‘미정층’이 많다는 점이다. 총선 투표 대상별로 심판론을 나눠봤을 때 ‘동시 심판론자’ 안에서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유동층이 43%로 나온다.
정한울 원장은 “현재 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단독 승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도층이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터’는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양 진영 각각에 대한 심판론 안에서도 유동층이 있고, 신당의 세력화에 따라 제3당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표심의 향방이 가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이번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12일~15일,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33명을 대상으로 웹(온라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은 한국리서치 설문에 응하기로 미리 동의한 마스터샘플(지난해 11월 기준 86만여명)에서 지역·성·연령별 비례를 할당해 추출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보정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이며, 응답률은 4.4%다. 결과값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정수로 표기했으므로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별취재팀=김재중 스포트라이트부 부장, 배문규(데이터저널리즘팀)·심진용(스포츠부)·정대연(정치부)·권정혁(경제부)·문재원(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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