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엄한 경비에 적막감만…'조선인 추도비' 철거로 폐쇄된 日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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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21:19
시민공간 '군마의 숲' 모든 입구에 울타리 설치…거리 곳곳에 '공원 폐쇄' 안내판
군마현 "철거 오늘부터지만 일정 말할 수 없어"…현청 앞에선 '철거 강행' 항의 집회
시민단체 "철거할 만한 정당한 이유 없어…강제동원 역사 숨기려는 움직임" 비판
'조선인 추도비' 철거 위해 폐쇄된 일본 군마의 숲
(다카사키[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입구에 29일 높은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다카사키·마에바시[일본 군마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안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평소라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을 일본 혼슈 중부 군마현 다카사키(高崎)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은 기자가 찾아간 29일 낮에는 내부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상태였다.
도쿄에서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뒤 내부 입장을 요청했지만, 군마현립근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세워진 철제 울타리 너머에서는 사무적이고 냉담한 답변만 돌아왔다.
울타리의 좁은 틈에 얼굴을 들이대고 내부를 살펴보니 전날부터 내달 12일까지 공원 내부 공사가 진행된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안내판 주변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이 서성이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조선인 추도비' 군마의 숲 공사 안내판
(다카사키[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내부에 29일 공사 안내판이 서 있다.
이날 군마의 숲을 한 바퀴 돌아보니 내부로 향하는 모든 입구에는 성인 남성 키보다 높은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고, 곳곳에 경비 인력이 배치돼 삼엄하고 적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리에는 '군마의 숲 폐원(閉園)중'이라는 표지판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지만, 내부 공사 내용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따금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원 상공을 비행했고,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이곳에서 마치 중요한 국제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착각도 들었다.
군마현 당국은 이날부터 군마의 숲 내부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 철거를 시작한다고 시민단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이하 '지키는 모임')에 통보했다.
이 단체는 전날 현장에 모여 철거 반대 집회를 개최했지만, 군마현 당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철거를 강행하기 위해 공원을 폐쇄했다.
군마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추도비 철거는 오늘부터 한다"며 "철거에는 며칠이 걸릴지 모르지만, 일정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졌다.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군마현은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시민단체를 대신해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군마의 숲 주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은 "추도비가 남아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철거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일부 시민들은 좋은 기념물이라고 얘기하고, 지자체는 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비석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인 추도비 철거 앞두고 경비 삼엄한 일본 군마의 숲
(다카사키[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으로 통하는 길 입구를 29일 경비 요원들이 통제하고 있다.
'지키는 모임'은 철거 주체인 군마현 당국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 30분께부터 군마의 숲에서 약 10㎞ 떨어진 마에바시(前橋)시 군마현청 앞에 모여 2시간가량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군마현 주민뿐만 아니라 도쿄도, 가나가와현, 도치기현 등지에서 온 시민 10여 명이 참석해 지자체의 일방적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집회를 마치고 만난 이시다 마사토 '지키는 모임' 대표는 "군마현 당국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나섰고, 철거 방법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지적했다.
그는 "공원 관리는 군마현 당국이 하지만, 공원 자체는 군마현 주민의 재산인데 출입을 막았다"며 "조선인 추도비를 철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이례적으로 공원을 장기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인 추도비 철거 부당함 알리는 이시다 대표
(마에바시[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 조선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의 이시다 마사토 대표가 29일 마에바시시 군마현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어 "추도비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비석을 강제로 이전하거나 부순다면 기물파손죄에 해당한다"며 "군마현은 공원에 있는 이 비석이 통행을 방해하지 않음에도 행정 대집행이라는 방법을 통해 철거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시다 대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역사를 숨기려는 움직임 속에서 조선인 추도비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고 짚고는 "향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철거에 반대하는 의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인 추도비 철거 부당함 알리는 이시다 대표
(마에바시[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 조선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의 이시다 마사토 대표가 29일 마에바시시 군마현청 앞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24.1.29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군마현 "철거 오늘부터지만 일정 말할 수 없어"…현청 앞에선 '철거 강행' 항의 집회
시민단체 "철거할 만한 정당한 이유 없어…강제동원 역사 숨기려는 움직임" 비판
'조선인 추도비' 철거 위해 폐쇄된 일본 군마의 숲
(다카사키[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입구에 29일 높은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다카사키·마에바시[일본 군마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안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평소라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을 일본 혼슈 중부 군마현 다카사키(高崎)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은 기자가 찾아간 29일 낮에는 내부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상태였다.
도쿄에서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뒤 내부 입장을 요청했지만, 군마현립근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세워진 철제 울타리 너머에서는 사무적이고 냉담한 답변만 돌아왔다.
울타리의 좁은 틈에 얼굴을 들이대고 내부를 살펴보니 전날부터 내달 12일까지 공원 내부 공사가 진행된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안내판 주변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이 서성이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조선인 추도비' 군마의 숲 공사 안내판
(다카사키[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내부에 29일 공사 안내판이 서 있다.
이날 군마의 숲을 한 바퀴 돌아보니 내부로 향하는 모든 입구에는 성인 남성 키보다 높은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고, 곳곳에 경비 인력이 배치돼 삼엄하고 적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리에는 '군마의 숲 폐원(閉園)중'이라는 표지판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지만, 내부 공사 내용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따금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원 상공을 비행했고,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이곳에서 마치 중요한 국제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착각도 들었다.
군마현 당국은 이날부터 군마의 숲 내부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 철거를 시작한다고 시민단체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이하 '지키는 모임')에 통보했다.
이 단체는 전날 현장에 모여 철거 반대 집회를 개최했지만, 군마현 당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철거를 강행하기 위해 공원을 폐쇄했다.
군마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추도비 철거는 오늘부터 한다"며 "철거에는 며칠이 걸릴지 모르지만, 일정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졌다.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군마현은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시민단체를 대신해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군마의 숲 주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은 "추도비가 남아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철거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일부 시민들은 좋은 기념물이라고 얘기하고, 지자체는 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비석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인 추도비 철거 앞두고 경비 삼엄한 일본 군마의 숲
(다카사키[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으로 통하는 길 입구를 29일 경비 요원들이 통제하고 있다.
'지키는 모임'은 철거 주체인 군마현 당국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 30분께부터 군마의 숲에서 약 10㎞ 떨어진 마에바시(前橋)시 군마현청 앞에 모여 2시간가량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군마현 주민뿐만 아니라 도쿄도, 가나가와현, 도치기현 등지에서 온 시민 10여 명이 참석해 지자체의 일방적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집회를 마치고 만난 이시다 마사토 '지키는 모임' 대표는 "군마현 당국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나섰고, 철거 방법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지적했다.
그는 "공원 관리는 군마현 당국이 하지만, 공원 자체는 군마현 주민의 재산인데 출입을 막았다"며 "조선인 추도비를 철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이례적으로 공원을 장기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인 추도비 철거 부당함 알리는 이시다 대표
(마에바시[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 조선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의 이시다 마사토 대표가 29일 마에바시시 군마현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어 "추도비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비석을 강제로 이전하거나 부순다면 기물파손죄에 해당한다"며 "군마현은 공원에 있는 이 비석이 통행을 방해하지 않음에도 행정 대집행이라는 방법을 통해 철거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시다 대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역사를 숨기려는 움직임 속에서 조선인 추도비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고 짚고는 "향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철거에 반대하는 의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인 추도비 철거 부당함 알리는 이시다 대표
(마에바시[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 조선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의 이시다 마사토 대표가 29일 마에바시시 군마현청 앞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2024.1.2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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