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거부에도 계속되는 사랑고백…'직장내 성희롱'입니다
자유인100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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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13:36
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최근 몇 년간 직장 내 성희롱이 문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더라도 농담 또는 술 마시면 실수할 수도 있는 일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괜히 직장 내에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제제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결코 참지 않는 분위기이고, 많은 회사들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무관용 원칙 또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정책 등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있다. 회사에서 아무리 잘 나가는 직원이라도 직장 내 성희롱을 하면 한방에 훅 간다.
2018년 미투 바람과 함께 성폭력·성희롱 피해사실의 공론화로 성희롱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이 크게 확산되었고, 여기에 대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한 ‘성인지 감수성’ 판결(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이 선고되면서 “딸 같아서”, “농담삼아” 했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되어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부과하고, ‘2차 피해’가 법률적인 개념으로 도입되었으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을 확인한 후 피해근로자의 근무장소의 변경 등 요청에 대하여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을 때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신청이 가능해져(제26조) 법률적, 제도적으로도 직장 내 성희롱을 둘러싼 조치가 강화되었다. 어정쩡하게 대처했다가는 회사도 시정신청 절차를 통하여 법률적 책임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고(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신체적 접촉이나 누가 보더라도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는 것이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간혹 직장에서 남의 연애생활이나 감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이 직장 내 성희롱인지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한다. '누가 괜찮다'거나 '누구랑 사귀어 보면 어떻겠냐'는 등의 발언이 여기에 해당하고, 당사자는 장난 또는 농담으로 했다고 하겠지만 상대방은 매우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직장 상사인 A가 여성 신입사원 B의 집이 C의 집 근처라는 것을 알고, B에게 “C도 같은 동네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하고, 치킨 좋아하냐고 묻고 B가 좋아한다고 답하니 “C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한 후 B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음에도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돼?”라고 하였다.
이러한 발언에 대하여 법원은 △돈 많은 남성이면 그 남성의 나이, 성격, 환경, 외모 등을 고려함이 없이 그보다 훨씬 젊은 여성이 남성과 이성적인 만남을 가져볼 수 있는 취지의 발언인 점 △A와 B 사이에 기존에 일면식이 없었던 점 △신입사원과 25년 이상 경력의 상급자 사이의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졌으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다른 직원들도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발언은 성적인 언동으로 B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4. 선고 2022나23748 판결).
A는 자신의 발언이 노총각인 동료에 대한 농담에 불과할 뿐 B를 향한 성적인 농담이 아니라고 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성희롱 의도가 없고 장난이었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농담 뿐 아니라 진담도 문제다. 진담으로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경우이다. 물론 상대방이 사랑고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불쾌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성적 굴욕감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기혼자가 고백을 했다거나 둘의 관계가 팀장(상급자)과 팀원(하급자)처럼 종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우 더 그렇다. 최근 '고백공격'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직장 내 고백으로 인한 성희롱이나 괴롭힘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이러한 언행을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수원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2가합10067 판결). 기혼인 A는 B에게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고백하였고, 직장 상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B의 반응에도 몇 차례 고백을 반복하였다. 이후에도 A는 고백을 계속하면서, ‘지금도 손을 잡고 싶은데 참는다’, ‘차라리 키스를 하고 뺨을 맞고 그만뒀어야 했는데,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하였고, B의 이성관계를 확인하려고 들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일방적이고 반복적으로 구애행위가 있었던 점, 신체접촉을 언급한 것에 비추어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이성교제를 바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기혼 남성과 미혼 여성이 서로 이성적 호감을 느끼고 있더라도 이성 교제가 쉽사리 이루어지기 어렵고, B가 명시적으로 교제 거절 의사와 그 호감 표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하여 A의 언행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이처럼 당사자들의 상황 및 관계, 호감표시 경위, 거절의 의사표시 여부 등 호감표시를 전후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이성적인 호감을 표시하는 것도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를 문제 삼으려고 하면 좋아한다는 감정 표현이 어떻게 성희롱이냐고 반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거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고방식일 수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최근 몇 년간 직장 내 성희롱이 문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더라도 농담 또는 술 마시면 실수할 수도 있는 일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괜히 직장 내에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제제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결코 참지 않는 분위기이고, 많은 회사들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무관용 원칙 또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정책 등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있다. 회사에서 아무리 잘 나가는 직원이라도 직장 내 성희롱을 하면 한방에 훅 간다.
2018년 미투 바람과 함께 성폭력·성희롱 피해사실의 공론화로 성희롱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이 크게 확산되었고, 여기에 대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한 ‘성인지 감수성’ 판결(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이 선고되면서 “딸 같아서”, “농담삼아” 했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되어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부과하고, ‘2차 피해’가 법률적인 개념으로 도입되었으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을 확인한 후 피해근로자의 근무장소의 변경 등 요청에 대하여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을 때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신청이 가능해져(제26조) 법률적, 제도적으로도 직장 내 성희롱을 둘러싼 조치가 강화되었다. 어정쩡하게 대처했다가는 회사도 시정신청 절차를 통하여 법률적 책임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고(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신체적 접촉이나 누가 보더라도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는 것이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간혹 직장에서 남의 연애생활이나 감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이 직장 내 성희롱인지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한다. '누가 괜찮다'거나 '누구랑 사귀어 보면 어떻겠냐'는 등의 발언이 여기에 해당하고, 당사자는 장난 또는 농담으로 했다고 하겠지만 상대방은 매우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이다.
이와 관련, 최근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직장 상사인 A가 여성 신입사원 B의 집이 C의 집 근처라는 것을 알고, B에게 “C도 같은 동네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하고, 치킨 좋아하냐고 묻고 B가 좋아한다고 답하니 “C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한 후 B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음에도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돼?”라고 하였다.
이러한 발언에 대하여 법원은 △돈 많은 남성이면 그 남성의 나이, 성격, 환경, 외모 등을 고려함이 없이 그보다 훨씬 젊은 여성이 남성과 이성적인 만남을 가져볼 수 있는 취지의 발언인 점 △A와 B 사이에 기존에 일면식이 없었던 점 △신입사원과 25년 이상 경력의 상급자 사이의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졌으리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다른 직원들도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발언은 성적인 언동으로 B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4. 선고 2022나23748 판결).
A는 자신의 발언이 노총각인 동료에 대한 농담에 불과할 뿐 B를 향한 성적인 농담이 아니라고 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성희롱 의도가 없고 장난이었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농담 뿐 아니라 진담도 문제다. 진담으로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경우이다. 물론 상대방이 사랑고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불쾌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성적 굴욕감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기혼자가 고백을 했다거나 둘의 관계가 팀장(상급자)과 팀원(하급자)처럼 종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경우 더 그렇다. 최근 '고백공격'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직장 내 고백으로 인한 성희롱이나 괴롭힘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이러한 언행을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수원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2가합10067 판결). 기혼인 A는 B에게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고백하였고, 직장 상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B의 반응에도 몇 차례 고백을 반복하였다. 이후에도 A는 고백을 계속하면서, ‘지금도 손을 잡고 싶은데 참는다’, ‘차라리 키스를 하고 뺨을 맞고 그만뒀어야 했는데,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하였고, B의 이성관계를 확인하려고 들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일방적이고 반복적으로 구애행위가 있었던 점, 신체접촉을 언급한 것에 비추어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이성교제를 바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기혼 남성과 미혼 여성이 서로 이성적 호감을 느끼고 있더라도 이성 교제가 쉽사리 이루어지기 어렵고, B가 명시적으로 교제 거절 의사와 그 호감 표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하여 A의 언행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이처럼 당사자들의 상황 및 관계, 호감표시 경위, 거절의 의사표시 여부 등 호감표시를 전후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이성적인 호감을 표시하는 것도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를 문제 삼으려고 하면 좋아한다는 감정 표현이 어떻게 성희롱이냐고 반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거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고방식일 수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