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빅텐트' 성패 가를 4가지 변수
자유인13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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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09:03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오른쪽부터)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다가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거대 양당 정치를 끝장내자'는 대외적 명분과는 달리 제3지대 내부와 여의도의 시각은 좀 더 복잡하다. 논의의 핵심은 크게 4가지다.
우선 '한동훈의 좌클릭' 여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양당 정치에 불만을 품은 제3지대를 포용하려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선거 패배에 대한 보수층의 불안감이 상당해 결국 중간으로 갈 표는 적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최소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찍었던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는 포용 전략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최근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한 위원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하고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을 영입하는 등 한 위원장이 시도하는 외연 확대를 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보수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김경률 회계사, 이상민 의원이 '김건희 리스크'를 이야기하는 것 역시 한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주요 선거를 앞두고 보수 정당이 중도 포용으로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표적 성공사례가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를 수용한 2011년 박근혜 비대위다. 한동훈 위원장이 좌클릭을 하면 결과적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추구하는 노선에서 큰 차이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동훈, 이준석, 유승민은 같이 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2011년은 우파가 좌파를 품었지만, 한 위원장은 당 전체를 왼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반발은 한 위원장으로서는 생각해볼 문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은 "(좌클릭에 대한 반발은) 총선을 앞두고 지분을 요구하기 위해 불만부터 토로하는 것"이라며 "원래 총선이 다가오면 보수 내부의 불만과 요구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수가 총선에서 지면 곧바로 '레임덕'이라는 불안감이 상당해 결국 보수는 뭉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좌클릭'으로 제3지대 공략할까?
한 위원장의 '좌클릭'은 지난 총선을 주도한 황교안 전 대표의 '우클릭'을 반면교사로 삼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정치권에 쉽게 복귀하지 못하는 황 전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한 위원장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다만 한 위원장이 진즉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패배하더라도 황교안 전 대표보다는 거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번째는 '이준석의 가치'다. 2024년 기준 이 전 대표는 39세다. 대통령 피선거권은 40세로 차기 대선 도전이 가능하다. "이준석 신당은 한국 정치의 변곡점" "이준석은 한국의 마크롱"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준석 전 대표 입장에서도 현재의 구도 자체가 나쁘지 않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준석 내보내면 당 지지도가 10% 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는데 실제 국민의힘 지지율은 출렁인 반면 '이준석 신당'은 급속하게 당원들을 늘리고 있다. '이준석 충성 지지층'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아무리 제3지대가 활성화되더라도 결국 선거가 다가오면 양당이 표를 빨아들여 제3당은 항상 실패해온 과거의 사례와 이번 총선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결국 이준석 전 대표와 같이 갈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이 둘의 '멘토'는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 이미 '빅텐트' 논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선택'의 주축이 '새로운 정의당'을 원하는 정의당 탈당파라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새로운선택'의 또 다른 간판이 아직 정의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류호정 의원인 상황에서 지지층과 노선이 다른 이준석 전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금태섭 대표가 이준석과 합치겠다고 할 때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셋째는 '호남의 선택과 이낙연'이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더라도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세에 큰 영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이른바 '킹메이커' 5선 김윤환 의원이 민주국민당을 창당하고 경북 구미시에 출마했지만 실패했듯이 이낙연 전 대표도 호남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호남은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 총선뿐 아니라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부겸 전 총리 등을 차기 대선 후보로 밀겠다고 선언하면 호남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광주 출마가 예상되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결국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또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하나의 당으로 뭉치는 것은 어렵지만 우세 지역에서 선거연합 형식으로 후보를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민주당은 DJ의 민주당이 아니다"라는 불만이 있는 호남에서 제3당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넷째는 양당의 '공천 시기'다. 여의도에서는 "사실 민주당은 이미 공천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당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천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천 원칙이 이미 정해져 현역의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탈당이 예상되었던 '원칙과상식' 윤영찬 의원이 결국 잔류를 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윤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성남 중원으로, 이곳에 도전하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논란이 일면서 자신의 공천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았다는 분석이 많다. 공천에서 탈락할 것 같아 탈당하려 했는데 그나마 희망이 보여 남은 꼴이 된다. 결국 "공천에서 떨어져 새 당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경구를 떠올린다면, 공천이 어려울 것 같으면 하루빨리 당을 나가는 것이 낫다. 법적으로도 당내 경선에서 질 경우 선거에 나갈 수도 없다. 결국 '민주당발 탈당'은 앞으로 가속도가 붙어 탈당자 중 상당수가 빅텐트에 모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비교해 국민의힘은 공천이 상당히 늦춰질 수 있다. 현재 여당은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에 대해 빨리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으로 쌍특검법을 일단 헌재에 올려놓았다가 총선 임박해 재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공천에 탈락한 여당 의원들의 이탈표를 기대하려는 '꼼수'가 있다. 여당이 이 점을 의식할 경우 공천은 최대한 늦춰질 수밖에 없다. 벌써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러한 변수를 고려해 "공천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결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당협위원장이 유리할 것" "공천이 계속 늦춰지면 보수층의 불안감을 자극해 보수층이 더욱 결집할 것" 등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