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인류를 다시 받아주오 [한세희 테크&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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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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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4 11:10
1969년 달에 사람 보낸 미국, 2024년 ‘아르테미스 계획’ 연기 발표
다시 시작한 달 착륙 경쟁, 인류의 반영구적 활동 기반 마련 목적애스트로보틱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달에 착륙한 모습의 상상도. [제공 NASA]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에서 닐 암스트롱이 나와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은 장면이다.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6번에 걸쳐 12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걸었다.
하지만 아폴로 계획이 끝나고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달에 간 사람은 없다. 애초에 사람을 달에 보내려 한 것은 당시 냉전을 치르던 미국이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려는 목적이 컸다. 일단 달에 사람을 보낸 이상, 막대한 비용이 드는 유인 달 탐사를 계속할 이유를 합리화하기는 어려웠다. 1973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에 따르면, 아폴로 계획에 들어간 총예산은 254억 달러로 당시 미국 예산의 10% 수준이었다.
50년의 간극을 넘어 이제 인류는 달에 돌아가려 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2017년 시작했다. 우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달에 대한 과학 탐사 수요가 커졌다. 보다 중요한 점은 달의 자원을 채취하여 경제적·산업적 이득을 얻거나 우주를 거점으로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달에 거점을 마련해 물과 자원을 얻고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달에 사람을 보내고 탐사를 한다는 겉모양은 같지만, 배후의 목적은 체제 경쟁에서 경제나 안보의 실질적 이득으로 바뀌었다. 과거 우주 탐사 활동은 전적으로 국가사업이었으나, 이제는 영리 목적의 민간 기업 비중이 늘어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우주비행사도 과거와 달리 여성과 유색인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달의 여신은 민간이 주축이 되는, 또는 사람을 다시 보내는 현재 인류의 달 탐사 임무에 쉽사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듯 보인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우주비행사들. [사진 NASA]
수난 이어지는 달 착륙 시도
달에 착륙한 최초의 민간 우주선 자리를 노리던 ‘페레그린’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실패가 확인됐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애스토로보틱이 개발한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8일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합작사 ULA가 개발한 로켓 ‘벌컨 센타우르’에 실려 발사됐다.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의 달 착륙 시도다.
발사체에서는 잘 분리되었으나, 태양광 패널이 태양 쪽으로 제대로 향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어 연료가 누출되며 추진제가 소멸하는 문제가 발생, 달 착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회사는 결국 “페레그린이 달에 착륙하지 못할 것”이라며 “최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페레그린은 NASA가 아르테미스 계획에 필요한 달 착륙선이나 탐사 로버, 탑재체 개발 및 운용 등의 비용을 낮추고 기술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 민간 기업에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PLS)에 선정된 착륙선이다. 페레그린의 실패로 여기에 실려 있던 20여 개의 각종 탐사 및 관측 장비도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일본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가 발사한 달 착륙선 ‘하쿠토-R’도 착륙에 실패했다. 8월엔 1960년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바 있는 러시아가 개발한 루나 25호도 달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인도만 루나 25호 실패 사흘 후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달 남극에 안착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이제 다음 달 발사되는 인튜이티브머신의 달 착륙선 ‘노바-C’가 달에 착륙한 최초의 민간 우주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역시 CLPS 지원을 받아 만든 착륙선이다. 당초 한달 이상 시간을 들여 달 궤도를 멀리서부터 여러 번 돌며 달에 진입하는 방식의 페레그린과 달리 1주일 만에 착륙하는 경로를 택했기에 ‘1호 민간 달 착륙선’ 경쟁의 승자를 가늠하기 쉽지 않았으나, 페레그린이 초기에 실패함에 따라 두 우주선의 치열한 경주는 일어나지 않게 됐다. 하지만 노바-C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쓰이는 발사체 SLS. [사진 NASA]
NASA, 아르테미스 계획 일정 늦춰
페레그린 실패 소식이 전해진 같은 날, NASA 역시 아르테미스 계획의 2,3단계를 1년씩 미루겠다고 밝혔다. 2022년 말 우주선 오리온에 마네킹을 실어 달 궤도에 보낸 데 이어 2024년과 2025년 유인 달 궤도 임무와 유인 달 착륙 임무에 나선다는 것이 본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1년씩 늦춰 아르테미스 Ⅱ 임무는 2025년 9월로, 사람이 달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Ⅲ 임무는 2026년으로 미뤄진다. 우주비행사 안전을 위한 기술 점검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NASA는 밝혔다. 기체 환경 조절 장치와 비행사 생명 유지 장치 등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비상 상황에서 오리온 우주선이 발사체에서 신속히 분리되게 하는데 필요한 배터리도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맞닥뜨리는 고열을 견딜 방열 소재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필요한 달 탐사선 개발 계약을 따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일정에 맞춰 개발을 끝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우주비행사와 엔지니어가 오리온 우주선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NASA]
이쯤 되면, 이미 50년 전 현재의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준도 안 되는 열악한 컴퓨터로도 인간을 달에 보낸 인류가 21세기인 지금 왜 이렇게 달 착륙에 어려움을 겪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최근 달 착륙선 실패에 관한 기사에는 이 같은 실패가 50년 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조작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음모론 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다만, 당시엔 사람을 달에 보내 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달에서 반영구적으로 활동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아폴로 계획에선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막대한 연료 소비를 감수하며 역추진 방식으로 속도를 줄여 사흘 만에 달 궤도에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으나, 지금은 다양한 과학 임무와 지속 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해 연료를 최대한 아끼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물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경이 더 열악한 달의 극지방에 착륙하려는 시도도 늘었다. 민간 부문의 역량과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50년의 세월이 흐르며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과학자들의 노하우가 전해지지 못한 문제도 있을 것이다.
다시 시작한 달 착륙 경쟁, 인류의 반영구적 활동 기반 마련 목적애스트로보틱의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달에 착륙한 모습의 상상도. [제공 NASA]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에서 닐 암스트롱이 나와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은 장면이다.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6번에 걸쳐 12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걸었다.
하지만 아폴로 계획이 끝나고 50년이 넘은 지금까지 달에 간 사람은 없다. 애초에 사람을 달에 보내려 한 것은 당시 냉전을 치르던 미국이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려는 목적이 컸다. 일단 달에 사람을 보낸 이상, 막대한 비용이 드는 유인 달 탐사를 계속할 이유를 합리화하기는 어려웠다. 1973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에 따르면, 아폴로 계획에 들어간 총예산은 254억 달러로 당시 미국 예산의 10% 수준이었다.
50년의 간극을 넘어 이제 인류는 달에 돌아가려 하고 있다. 미국은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2017년 시작했다. 우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달에 대한 과학 탐사 수요가 커졌다. 보다 중요한 점은 달의 자원을 채취하여 경제적·산업적 이득을 얻거나 우주를 거점으로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달에 거점을 마련해 물과 자원을 얻고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달에 사람을 보내고 탐사를 한다는 겉모양은 같지만, 배후의 목적은 체제 경쟁에서 경제나 안보의 실질적 이득으로 바뀌었다. 과거 우주 탐사 활동은 전적으로 국가사업이었으나, 이제는 영리 목적의 민간 기업 비중이 늘어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우주비행사도 과거와 달리 여성과 유색인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달의 여신은 민간이 주축이 되는, 또는 사람을 다시 보내는 현재 인류의 달 탐사 임무에 쉽사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듯 보인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우주비행사들. [사진 NASA]
수난 이어지는 달 착륙 시도
달에 착륙한 최초의 민간 우주선 자리를 노리던 ‘페레그린’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실패가 확인됐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애스토로보틱이 개발한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8일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합작사 ULA가 개발한 로켓 ‘벌컨 센타우르’에 실려 발사됐다.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의 달 착륙 시도다.
발사체에서는 잘 분리되었으나, 태양광 패널이 태양 쪽으로 제대로 향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어 연료가 누출되며 추진제가 소멸하는 문제가 발생, 달 착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회사는 결국 “페레그린이 달에 착륙하지 못할 것”이라며 “최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페레그린은 NASA가 아르테미스 계획에 필요한 달 착륙선이나 탐사 로버, 탑재체 개발 및 운용 등의 비용을 낮추고 기술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 민간 기업에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PLS)에 선정된 착륙선이다. 페레그린의 실패로 여기에 실려 있던 20여 개의 각종 탐사 및 관측 장비도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일본 스타트업 아이스페이스가 발사한 달 착륙선 ‘하쿠토-R’도 착륙에 실패했다. 8월엔 1960년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바 있는 러시아가 개발한 루나 25호도 달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인도만 루나 25호 실패 사흘 후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달 남극에 안착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이제 다음 달 발사되는 인튜이티브머신의 달 착륙선 ‘노바-C’가 달에 착륙한 최초의 민간 우주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역시 CLPS 지원을 받아 만든 착륙선이다. 당초 한달 이상 시간을 들여 달 궤도를 멀리서부터 여러 번 돌며 달에 진입하는 방식의 페레그린과 달리 1주일 만에 착륙하는 경로를 택했기에 ‘1호 민간 달 착륙선’ 경쟁의 승자를 가늠하기 쉽지 않았으나, 페레그린이 초기에 실패함에 따라 두 우주선의 치열한 경주는 일어나지 않게 됐다. 하지만 노바-C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쓰이는 발사체 SLS. [사진 NASA]
NASA, 아르테미스 계획 일정 늦춰
페레그린 실패 소식이 전해진 같은 날, NASA 역시 아르테미스 계획의 2,3단계를 1년씩 미루겠다고 밝혔다. 2022년 말 우주선 오리온에 마네킹을 실어 달 궤도에 보낸 데 이어 2024년과 2025년 유인 달 궤도 임무와 유인 달 착륙 임무에 나선다는 것이 본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를 1년씩 늦춰 아르테미스 Ⅱ 임무는 2025년 9월로, 사람이 달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Ⅲ 임무는 2026년으로 미뤄진다. 우주비행사 안전을 위한 기술 점검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NASA는 밝혔다. 기체 환경 조절 장치와 비행사 생명 유지 장치 등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비상 상황에서 오리온 우주선이 발사체에서 신속히 분리되게 하는데 필요한 배터리도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맞닥뜨리는 고열을 견딜 방열 소재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필요한 달 탐사선 개발 계약을 따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일정에 맞춰 개발을 끝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우주비행사와 엔지니어가 오리온 우주선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NASA]
이쯤 되면, 이미 50년 전 현재의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준도 안 되는 열악한 컴퓨터로도 인간을 달에 보낸 인류가 21세기인 지금 왜 이렇게 달 착륙에 어려움을 겪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최근 달 착륙선 실패에 관한 기사에는 이 같은 실패가 50년 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조작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음모론 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다만, 당시엔 사람을 달에 보내 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달에서 반영구적으로 활동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아폴로 계획에선 인체에 유해한 방사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막대한 연료 소비를 감수하며 역추진 방식으로 속도를 줄여 사흘 만에 달 궤도에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으나, 지금은 다양한 과학 임무와 지속 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해 연료를 최대한 아끼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물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경이 더 열악한 달의 극지방에 착륙하려는 시도도 늘었다. 민간 부문의 역량과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50년의 세월이 흐르며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과학자들의 노하우가 전해지지 못한 문제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