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정년 늘리면 청년 일자리는요? [전민정의 출근 중]
자유인4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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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7 10:51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 "'대기업 노조만 수혜' 정년연장은 비현실적…모든 근로자 위한 상생방안 찾아야"
빠른 고령화로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32만 7천명 늘었는데요. 60세 이상 고령층은 무려 36만6천명이나 증가했습니다.
2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든 공백을 고령층이 채우고 있단 얘기죠.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65세 이상 인구(963만 1천명) 10명 중 4명(39.2%)가 취업한 상태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공공일자리가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급증하는 고령인구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인데요.
실질적인 정년 시점인 55~64세 고용률은 68.8%로 독일(73.3%), 일본(78.1%) 등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입니다. 실질적으로 중장년층부터 고용 불안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조기 퇴직하는 중장년, 나아가 고령층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민간기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돼야 한다는 조언이 많은데요. 이를 위해서는 고령자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은퇴 시 임금 3배로"…'65세 정년 연장'은 부담백배
지난해말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복원되면서 다음달 첫 스타트를 끊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의 주요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사정 대화에선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근로시간과 고령자 고용,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특히 한국노총의 복귀로 '고령자 고용'이 최우선 논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큰데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에서 고령층 고용불안과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3가지의 계속고용 방식을 논의해왔습니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학계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한 계속고용연구회는 격주마다 모여 계속고용을 위한 법적 쟁점들, 청년 일자리 충돌문제, 정부지원방안 등을 대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당초 연구회는 연초에 논의 결과를 정리하고, 정부가 2월 중 '계속고용 로드맵'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는데요.
그러나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해 사회적 대화를 준비하면서 이번 달 내로 논의결과를 정리해 다음 달부터 진행될 사회적 논의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이 늘고, 또 기업은 생산인구감소 등으로 인력난을 겪으며 노동계 역시 '계속고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데요.
그 방법으로 한국노총이 제시하고 있는 건 '법정 65세 정년연장'입니다. 현재 60세 이상으로 돼 있는 법상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개시일인 65세로 늘리겠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65세 정년연장 선택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임금의 경우 연공제적 성격이 강합니다. 오래 일할수록 임금이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은퇴시기엔 임금이 채용 시기의 3배에 달할 만큼 높아지게 됩니다. 유럽이 1.5배, 일본은 2배 정도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만큼 연공성이 강하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 없이 법으로 정년만 늘리게 되면 기업은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상임위원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곧 본격적으로 개시될 사회적 대화 안건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정년연장, 대기업만 수혜"…"재고용(계속고용)이 더 현실적"
초고령 사회 계속고용연구회 공동 좌장을 맡고 있는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차관급)도 이런 측면에서 노동계가 주장하는 '정년연장'은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김 상임위원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은퇴시기에 정년만 연장한다면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에 신규 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20~30대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심각한 상황인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에 취업자 수는 9만8천명이나 감소했고, 고용률(48.5%)도 1년 전보다 0.1%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청년 고용 위축에 더해 그는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이 커지면 아예 사업체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곳도 속출할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내놓았습니다.
특히 김 상임위원은 "직접 현장을 나가보니 기업의 상황이 다 달라 일률적으로 정년연장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는데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과 공기업, 특히 자동차나 석유화학업종 근로자들은 '정년연장'을 환영하고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정년연장'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 역시 현재의 갈등적 노사관계와 경직적인 노동시장 상황에선 '정년연장'보다는 '재고용'방식을 선호합니다.
지난해 4~6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30인 이상 기업 1,04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68%가 고령자 고용 방식으로 '재고용'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고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계속고용제도 유형 중 '재고용'이 77%로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실제 '재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기업으로선 정년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재고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귀띔합니다.
자사에서 근무하던 은퇴 후 근로자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역량이 있는 고령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어 더 잇점이 많다는 겁니다.
김 상임위원은 이러한 측면에서 "결국 대기업 근로자만 수혜받는 정년연장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도 기업에게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택지를 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 모든 근로자가 원하는 '계속고용' 돼야…상생방안 필요한 때
이처럼 계속고용 방식 중 정년 후 재고용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기존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 연령차별 처우로 고소당할 수 있는데요. 실제 2013년 정년연장 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법원으로부터 패소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임금삭감형 고용연장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찰이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고용연장을 하지 못한 근로자의 고용청구권 문제, 부당해고 문제, 퇴직금 산정문제, 임금조정과 분쟁해결 절차 문제 등 풀어야 할 쟁점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고령자 고용을 논의하는 데 있어 그 방법을 놓고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는 노사간 간극은 선결돼야 할 문제인데요.
다만 노사 양측 모두 고령자 고용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사회적 대화의 의제로 선정될 경우 논의엔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 상임위원은 "계속고용문제는 일부 근로자와 일부 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 전체 근로자, 그리고 우리 경제가 모두 잘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일 자리와의 충돌 등의 문제가 있기에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빠른 고령화로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32만 7천명 늘었는데요. 60세 이상 고령층은 무려 36만6천명이나 증가했습니다.
2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든 공백을 고령층이 채우고 있단 얘기죠.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65세 이상 인구(963만 1천명) 10명 중 4명(39.2%)가 취업한 상태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공공일자리가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급증하는 고령인구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인데요.
실질적인 정년 시점인 55~64세 고용률은 68.8%로 독일(73.3%), 일본(78.1%) 등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입니다. 실질적으로 중장년층부터 고용 불안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조기 퇴직하는 중장년, 나아가 고령층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민간기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돼야 한다는 조언이 많은데요. 이를 위해서는 고령자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은퇴 시 임금 3배로"…'65세 정년 연장'은 부담백배
지난해말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복원되면서 다음달 첫 스타트를 끊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의 주요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노사정 대화에선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근로시간과 고령자 고용,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특히 한국노총의 복귀로 '고령자 고용'이 최우선 논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큰데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에서 고령층 고용불안과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3가지의 계속고용 방식을 논의해왔습니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학계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한 계속고용연구회는 격주마다 모여 계속고용을 위한 법적 쟁점들, 청년 일자리 충돌문제, 정부지원방안 등을 대고 머리를 맞댔습니다.
당초 연구회는 연초에 논의 결과를 정리하고, 정부가 2월 중 '계속고용 로드맵'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는데요.
그러나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해 사회적 대화를 준비하면서 이번 달 내로 논의결과를 정리해 다음 달부터 진행될 사회적 논의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이 늘고, 또 기업은 생산인구감소 등으로 인력난을 겪으며 노동계 역시 '계속고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데요.
그 방법으로 한국노총이 제시하고 있는 건 '법정 65세 정년연장'입니다. 현재 60세 이상으로 돼 있는 법상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개시일인 65세로 늘리겠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65세 정년연장 선택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임금의 경우 연공제적 성격이 강합니다. 오래 일할수록 임금이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은퇴시기엔 임금이 채용 시기의 3배에 달할 만큼 높아지게 됩니다. 유럽이 1.5배, 일본은 2배 정도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만큼 연공성이 강하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 없이 법으로 정년만 늘리게 되면 기업은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 "정년연장, 대기업만 수혜"…"재고용(계속고용)이 더 현실적"
초고령 사회 계속고용연구회 공동 좌장을 맡고 있는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차관급)도 이런 측면에서 노동계가 주장하는 '정년연장'은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김 상임위원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은퇴시기에 정년만 연장한다면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에 신규 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20~30대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심각한 상황인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에 취업자 수는 9만8천명이나 감소했고, 고용률(48.5%)도 1년 전보다 0.1%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청년 고용 위축에 더해 그는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이 커지면 아예 사업체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곳도 속출할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내놓았습니다.
특히 김 상임위원은 "직접 현장을 나가보니 기업의 상황이 다 달라 일률적으로 정년연장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는데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과 공기업, 특히 자동차나 석유화학업종 근로자들은 '정년연장'을 환영하고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정년연장'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 역시 현재의 갈등적 노사관계와 경직적인 노동시장 상황에선 '정년연장'보다는 '재고용'방식을 선호합니다.
지난해 4~6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30인 이상 기업 1,04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68%가 고령자 고용 방식으로 '재고용'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고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계속고용제도 유형 중 '재고용'이 77%로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실제 '재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기업으로선 정년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재고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귀띔합니다.
자사에서 근무하던 은퇴 후 근로자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역량이 있는 고령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어 더 잇점이 많다는 겁니다.
김 상임위원은 이러한 측면에서 "결국 대기업 근로자만 수혜받는 정년연장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도 기업에게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택지를 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 모든 근로자가 원하는 '계속고용' 돼야…상생방안 필요한 때
이처럼 계속고용 방식 중 정년 후 재고용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기존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 연령차별 처우로 고소당할 수 있는데요. 실제 2013년 정년연장 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법원으로부터 패소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임금삭감형 고용연장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찰이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고용연장을 하지 못한 근로자의 고용청구권 문제, 부당해고 문제, 퇴직금 산정문제, 임금조정과 분쟁해결 절차 문제 등 풀어야 할 쟁점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고령자 고용을 논의하는 데 있어 그 방법을 놓고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는 노사간 간극은 선결돼야 할 문제인데요.
다만 노사 양측 모두 고령자 고용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사회적 대화의 의제로 선정될 경우 논의엔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 상임위원은 "계속고용문제는 일부 근로자와 일부 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 전체 근로자, 그리고 우리 경제가 모두 잘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일 자리와의 충돌 등의 문제가 있기에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