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돌아온 국민생선” 고등어 풍년 맞은 부산공동어시장
자유인187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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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2 14:57
-새벽을 여는 부산공동어시장 사람들
-최근 5년 중 고등어 어획량 최대 전망
-수과원 “‘대마 난류’ 유입으로 고등어↑”
-어시장 “물량 소화 위해 현대화 추진”22일 새벽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이 풍년 맞은 고등어로 가득 차 활기를 띄고 있다. 올 10월 고등어 위판량은 7만 4000톤으로 5년 내 동기간 최고로 목표위판액도 조기 달성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전국 고등어의 80%가 거치는 국내 최대 산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고등어 판매량을 달성할 전망이다. 수산업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어시장의 위판 처리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하루빨리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벽을 여는 어시장 사람들
“허이야아아. 십구만 원. 양십만 팔천 원(20만 8000원). 허이. 양십만 팔천 원에 11버어언 (낙찰).”
22일 오전 6시 부산 서구 어시장. 아직 햇빛이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새벽이지만 어시장은 깜깜한 도시를 비추는 등대처럼 홀로 환한 빛을 내뿜었다. ‘뎅뎅뎅’하는 종소리가 경매 시작을 알리자, 곧바로 헤드 마이크를 낀 경매사의 흥정 소리가 위판장을 빈틈없이 메웠다.
목소리가 낮고 말 뒤를 끄는 특이한 억양에도 번호가 적힌 모자를 쓴 중도매인들은 척척 알아듣고 눈을 반짝였다. 이들이 노리는 건 오늘 새벽 어시장에 들어온 6만 5500상자(약 1310t)의 고등어다. 밤새 어선에서 쏟아진 고등어는 크기에 따라 부녀반 손에 5단계로 나뉜 뒤 위판장에 끝없이 도열했다.
곧이어 생선을 빙 둘러싼 경매사와 중도매인 간 불꽃 튀는 경매가 이어졌다. 중도매인은 불경 같은 경매사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한 손으로 대부분 숫자를 표현하다 보니 경매 수신호는 마치 수화처럼 독특하다. 손가락 두 개를 흔들면 22를, 팔을 안에서 바깥으로 크게 휘두르면 이번 경매 물량을 모두 사겠다는 식이다. 경매사는 그들의 작은 손짓 하나 놓치지 않고 고깃값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분위기를 달궜다.
때때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지만 끝내 낙찰자가 정해지면, 경매사는 종을 흔들며 다음 고등어로 향한다. 이렇게 중도매인 손을 거친 고등어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이르면 이날 오전부터 우리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어시장에서 만난 경력 30년의 한 중도매인은 “요즘 평년보다 고등어가 부쩍 늘었다”며 “경기가 좋지 않지만 제값에 많이 팔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2일 새벽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이 풍년 맞은 고등어로 가득 차 활기를 띄고 있다. 올 10월 고등어 위판량은 7만 4000톤으로 5년 내 동기간 최고로 목표위판액도 조기 달성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어시장 고등어 판매, 5년 중 최대
어시장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어시장이 위판한 고등어양은 7만 3904t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만 2207t) 대비는 물론,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연 위판량도 무난히 2019년 이후 최대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21일 기준 1만 2962t을 추가로 판매해, 최근 5년 중 연 위판량이 가장 많았던 2021년(9만 5908t)에 바짝 다가섰다. 고등어는 10월부터 1월까지 겨울에 가장 많이 잡히기 때문에 12월에는 더욱 어획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오른 고등어 판매량 덕을 톡톡히 본 어시장은 이미 올해 위판액 목표인 2800억 원을 달성한 상태다.
수산업계는 고등어 위판량이 늘었다는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어시장에 고등어 90%를 유통하는 대형선망수협 측은 “지난해와 재작년은 태풍이 잦아 조업을 자주 나가지 못한 데다 고등어 어군이 잘 형성되지 않아 많이 잡지 못했다”면서 “그에 비해 올해는 과거 전성기만큼 고등어가 많이 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관계자는 “올가을 '대마 난류'가 남서해로 꾸준히 들어오며 제주도 주변 해역에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밀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어시장이 고등어를 위판할 수 있는 양이 갈수록 줄면서 현대화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어가 많이 나도 어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어시장은 하루 10만 상자(약 2000t)를 판매했지만, 시설 노후와 생선을 분류하는 인력 부족 등으로 현재 위판 물량은 6만여 상자에 불과하다. 어선 입장에서는 물건을 바로 내리지 못하면 고등어의 신선도와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뱃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다.
어시장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현대화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시장 박극제 대표는 “고등어양이 많이 늘어난 건 환영할 만하지만 어시장이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어시장 현대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위판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최근 5년 중 고등어 어획량 최대 전망
-수과원 “‘대마 난류’ 유입으로 고등어↑”
-어시장 “물량 소화 위해 현대화 추진”22일 새벽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이 풍년 맞은 고등어로 가득 차 활기를 띄고 있다. 올 10월 고등어 위판량은 7만 4000톤으로 5년 내 동기간 최고로 목표위판액도 조기 달성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전국 고등어의 80%가 거치는 국내 최대 산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고등어 판매량을 달성할 전망이다. 수산업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어시장의 위판 처리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하루빨리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벽을 여는 어시장 사람들
“허이야아아. 십구만 원. 양십만 팔천 원(20만 8000원). 허이. 양십만 팔천 원에 11버어언 (낙찰).”
22일 오전 6시 부산 서구 어시장. 아직 햇빛이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새벽이지만 어시장은 깜깜한 도시를 비추는 등대처럼 홀로 환한 빛을 내뿜었다. ‘뎅뎅뎅’하는 종소리가 경매 시작을 알리자, 곧바로 헤드 마이크를 낀 경매사의 흥정 소리가 위판장을 빈틈없이 메웠다.
목소리가 낮고 말 뒤를 끄는 특이한 억양에도 번호가 적힌 모자를 쓴 중도매인들은 척척 알아듣고 눈을 반짝였다. 이들이 노리는 건 오늘 새벽 어시장에 들어온 6만 5500상자(약 1310t)의 고등어다. 밤새 어선에서 쏟아진 고등어는 크기에 따라 부녀반 손에 5단계로 나뉜 뒤 위판장에 끝없이 도열했다.
곧이어 생선을 빙 둘러싼 경매사와 중도매인 간 불꽃 튀는 경매가 이어졌다. 중도매인은 불경 같은 경매사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한 손으로 대부분 숫자를 표현하다 보니 경매 수신호는 마치 수화처럼 독특하다. 손가락 두 개를 흔들면 22를, 팔을 안에서 바깥으로 크게 휘두르면 이번 경매 물량을 모두 사겠다는 식이다. 경매사는 그들의 작은 손짓 하나 놓치지 않고 고깃값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분위기를 달궜다.
때때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지만 끝내 낙찰자가 정해지면, 경매사는 종을 흔들며 다음 고등어로 향한다. 이렇게 중도매인 손을 거친 고등어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이르면 이날 오전부터 우리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어시장에서 만난 경력 30년의 한 중도매인은 “요즘 평년보다 고등어가 부쩍 늘었다”며 “경기가 좋지 않지만 제값에 많이 팔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2일 새벽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 위판장이 풍년 맞은 고등어로 가득 차 활기를 띄고 있다. 올 10월 고등어 위판량은 7만 4000톤으로 5년 내 동기간 최고로 목표위판액도 조기 달성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어시장 고등어 판매, 5년 중 최대
어시장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어시장이 위판한 고등어양은 7만 3904t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만 2207t) 대비는 물론,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연 위판량도 무난히 2019년 이후 최대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21일 기준 1만 2962t을 추가로 판매해, 최근 5년 중 연 위판량이 가장 많았던 2021년(9만 5908t)에 바짝 다가섰다. 고등어는 10월부터 1월까지 겨울에 가장 많이 잡히기 때문에 12월에는 더욱 어획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오른 고등어 판매량 덕을 톡톡히 본 어시장은 이미 올해 위판액 목표인 2800억 원을 달성한 상태다.
수산업계는 고등어 위판량이 늘었다는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어시장에 고등어 90%를 유통하는 대형선망수협 측은 “지난해와 재작년은 태풍이 잦아 조업을 자주 나가지 못한 데다 고등어 어군이 잘 형성되지 않아 많이 잡지 못했다”면서 “그에 비해 올해는 과거 전성기만큼 고등어가 많이 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관계자는 “올가을 '대마 난류'가 남서해로 꾸준히 들어오며 제주도 주변 해역에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밀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어시장이 고등어를 위판할 수 있는 양이 갈수록 줄면서 현대화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어가 많이 나도 어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어시장은 하루 10만 상자(약 2000t)를 판매했지만, 시설 노후와 생선을 분류하는 인력 부족 등으로 현재 위판 물량은 6만여 상자에 불과하다. 어선 입장에서는 물건을 바로 내리지 못하면 고등어의 신선도와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뱃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다.
어시장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현대화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시장 박극제 대표는 “고등어양이 많이 늘어난 건 환영할 만하지만 어시장이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어시장 현대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위판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