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원희룡·한동훈 3두체제로 총선?…주목받는 이해찬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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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09:04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4일 CBS라디오에서 “지도부가 흔들리거나 비상대책위원회 등 다른 체제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총선은 당연히 김기현 체제로 치러질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태영호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비대위라는 야전 천막을 친다고 해서 전투에서 이기겠느냐. 오히려 김기현 체제에서 질서 있는 전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평행선을 달리던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힘겨루기 양상이 김 대표 쪽으로 기운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3일 인 위원장의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구두 권고 이후 한 달 동안 김 대표는 용퇴론에 휩싸였다. 권고를 수용하고 본인도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하지만 최근 인 위원장의 ‘셀프 공천관리위원장 추천’ 논란으로 혁신위의 힘이 빠지면서 김 대표 입지가 오히려 강화하는 모양새다. 장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요구한 것 때문에 그간 혁신위를 응원했던 젊은 최고위원들이 운신할 폭이 좁아졌다”고 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만약 혁신위가 마지막 카드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권고’를 해도 김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분위기는 김 대표가 12월 중순 공관위를 출범시킨 뒤 대표직을 유지한 채 선거를 이끄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했다.
영남권 초선 의원도 “12월 중순 공관위가 출범할 때까지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관위 인선을 총괄해야 할 김 대표가 갑자기 물러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김 대표가 자리를 지키면서 전체적인 총선판을 그리고, 새 인물이 간판을 맡는 역할분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역할분담의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논의되고 있다. 특히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용한 ‘이해찬 모델’이 거론된다. 당시 이해찬 전 대표는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고 중앙당에서 선거전략을 수립하고, 비례정당 창당 등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전체 선거판을 지휘했다.
당시 전면에 나선 이는 이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였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지도자 순위 1위였던 이 전 총리는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맞대결을 했고, 수도권 핵심지역 지원유세로 민주당 지지세를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180석(지역구 163석+비례 17석)을 얻어 103석에 그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압승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 전 총리 역할을 할 여권 인사는 누구일까. 당내에서는 4일 개각으로 조만간 당 복귀를 앞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선 거론된다. 원 장관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인천 계양을 맞대결을 시사하면서 “어떤 도전과 희생도 마다치 않겠다”고 했다. “각오가 남다른만큼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 수도권 선거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이미 개각설이 나오던 11월 중순부터 울산·진주·부산·인천 등 지방도시 열 군데를 방문했는데 당내에서는 “지원 유세를 위한 몸풀기”라는 관측이 나왔다. 원 장관은 개각 발표 직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치 일선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보수 통합과 중도 확장을 위한 역할을 최우선에 두고 움직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말·연초 ‘원포인트’ 개각이 전망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역할론도 비등하다. 지난 10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13%로 이재명 대표(21%)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한 장관을 ‘정치 1번지’ 종로나,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 출마시키면서 수도권 험지 지원유세를 병행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기현·원희룡·한동훈’ 삼두체제가 안정되면 김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해 쇄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대 총선 전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대표처럼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중앙일보에 “공천시즌인 내년 1~2월 김 대표가 용퇴를 선언하면 공천 물갈이 명분이 생길 것”이라며 “김 대표 개인적으로도 ‘희생’ 이미지를 쌓을 수 있어 용단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