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서 현금·법카 3억여 원 수수
1호 인지수사... 첫 영장 기각 넉달 만수사 무마를 대가로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이 8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5일 수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경무관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첫 영장이 기각된 지 넉 달 만이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 김선규)는 이날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경무관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그가 업체 법인카드로 8,000만~9,000만 원을 사용하고 3억 원 넘는 현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공수처는 7월 말 같은 혐의로 김 경무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에 관한 뇌물수수 명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경무관 측은 "가족 사업을 위해 돈을 빌렸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강 수사를 이어오던 수사팀은 4일 그를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이날 영장을 재청구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의 '1호 인지 수사'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지난해 6월 이상영 전 대우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실제 1억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건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영장엔 포함하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 송창진)는 지난달 28일 한재준 전 대우산업개발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검찰이 구속한 이 전 회장 등의 소환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