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4곳, 1곳으로 합쳤더니… 주민들 “치안불안” 경찰은 “업무차질”
자유인165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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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14:36
■ 시범운영 ‘중심지역관서’ 잡음
치안수요 적은 지구대·파출소
특정 우범지역에 몰아 통폐합
문 닫은 파출소 인근 주민들
“원상복구” 현수막 걸고 반발도
경찰 “공간 협소해 불편하다”
경찰이 흉기 난동 등 ‘묻지마 범죄’를 계기로 올해 9월 도입한 ‘중심지역 관서(지구대·파출소 통합 운영)’ 시범 운영 기간을 연장하기로 하자, 지역 주민들이 파출소 통합에 반대하는 플래카드(사진)를 내걸고 비판 청원을 내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 관서를 통합 운영해 강력 범죄에 대응한다는 목표와는 달리, 집 주변 대부분의 파출소·지구대가 문을 닫으면서 지역 주민들의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9월 18일부터 서울 마포·중랑·광진 등 전국 12곳의 경찰서에서 중심지역 관서를 시범 운영 중이다. 특정 우범 지역마다 순찰 기능을 집중하기 위해 치안 수요가 적은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중심 관서로 지정한 지구대·파출소에 몰아주는 게 골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까지 시범 운영을 끝내려고 했다가 이달에도 계속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선 문을 닫은 파출소·지구대가 많아지면서 사건 발생 시 초동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지난달엔 서울 광진구 중곡동 중곡4파출소 인근에 ‘중곡4파출소 기존대로 유지하라! 1·2·3·4 파출소 통합 폐지 절대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광진경찰서는 중곡 1·2·3·4 파출소를 통합해 1파출소를 중심 관서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퇴직 경찰관인 정현주(68) 씨는 “파출소는 가까운 곳에서 빠르게 초동 대응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데 멀리서 출동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시범 운영 대상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파출소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수내파출소를 이전처럼 운영해 달라’는 청원을 주민센터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말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태장파출소에 자녀의 지문을 등록하기 위해 방문했던 A 씨는 “파출소 문이 아예 닫혀 있어서 너무 당황했다”고 말했다.
시범 운영에 참여 중인 경찰관들도 여러 파출소·지구대 인원을 수용할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사태에서 급하게 시행돼 근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서울의 한 순찰팀장은 “좁은 공간에 인원이 갑자기 많아지니 총기 수령부터 반납할 때까지 오래 걸리는 등 교대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청은 시범 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내년부터 확대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중심지역 관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지구대·파출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순찰 인력이 배치된 중심 관서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흉악 범죄에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파출소 관계자는 “‘불 켜져 있는’ 파출소도 치안과 관련해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