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대구 첫 쪽방 건물 진단···데이터로 해결책 찾는다
자유인145
사회
1
513
2023.12.16 12:29
대구 '첫' 쪽방 건물 구조 진단
대구 쪽방 상담소가 학계와 함께 지역의 쪽방 건물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구체적인 거주 환경을 데이터로 모으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대구에서 이런 식의 쪽방 실태조사는 처음입니다.
매년 폭염과 혹한기를 앞두고 일시적인 냉난방 용품 지원만 반복되는 상황을 바꿔보려는 시도입니다.
문제적 거주 환경을 제대로 분석해서 주거 환경의 '최저선'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그 기준을 토대로 뭐부터 바꿔야 할지, 어떤 식의 지원이 필요하고 시급한지도 도출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쪽방'의 정확한 정의는 없습니다.
여관이나 여인숙, 모텔 같은 주거용 건물이 아닌 방을 쪼갠 숙박업소 등에서 세를 내며 사실상 거주하는 곳을 두루 묶어 '쪽방'이라 부릅니다.
대구에는 이런 '쪽방'이 파악된 것만 65개 건물에 935개 방이 있고, 600명 가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단열 안 되는' 1970년대 지은 조적조 건물이 절반 이상
대구 쪽방 상담소가 이 중 36개 건물, 62개 방을 진단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6개월가량 동안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거주자 면담과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대구의 쪽방은 여관과 여인숙, 모텔 등 형태로 있었습니다. 숙박업 영업 허가를 받은 곳도, 받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조사 대상인 쪽방 62곳은 대부분 2~3층짜리로, 절반 이상이 1970년대 벽돌을 쌓아 올려 지은 조적조 건물로 나타났습니다.
벽체 두께가 얇아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입니다.
조사에 참여한 에너지진단사는 "벽체를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하면 외부온도와 내부 온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더 열악한, 1960년대와 1950년대 지어진 목공 구조의 흙벽, 박공지붕 건물도 10곳 중 1곳꼴이었습니다.
25.8%는 1980년대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벽체 단열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3곳 중 1곳 '2평 이하'‥1인 가구 최소 주거 면적 절반도 안 돼
2평 미만 쪽방의 평균 면적은 9.3㎡로 3평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좁은 방은 4.4㎡로 한 평을 조금 넘었고, 가장 큰 방은 23.5㎡, 7평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3곳 중 1곳이 6.6㎡, 2평 미만이었습니다.
주거기준법이 정한 1인 가구 최소 주거 면적 14㎡의 절반보다도 작은 크기입니다.
창이 있는 쪽방 대부분이 알루미늄 단창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중창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자체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 몇 년 사이 창호만 바꾼 건데, 내부 벽체와 맞지 않아 창틀의 밀폐력이 없고, 결로를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거의 모든 쪽방이 공용 주방 없이 방 안에서 취사했습니다.
음식물 냄새나 조리 때 발생하는 등을 배출하는 통로가 없었고, 통풍과 환기에는 취약했습니다.
쪽방 거주자 "견딜 수 없는 추위, 더위 경험"
쪽방에 사는 사람의 90.3%(62명 중 56명)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또는 주거급여, 조건부 수급자였습니다.
비수급자는 9.7% 6명이었습니다.
거주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거환경 설문 조사에서 62.9%가 겨울철 쪽방에서 '견딜 수 없는 추위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3%는 추위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53%가 겨울철 난방기기로 전기장판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여름철에는 겨울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주자의 79%, 5명 중 4명 꼴로 '견딜 수 없는 더위를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더위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경험도 8%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울 때 쪽방이 아니라 공원이나 주민센터 등으로 간다고 말한 사람도 16.1%였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의 과열 환경"···쪽방 건물이 만드는 주거환경 데이터로 확인
경북대 연구진은 이런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주거 환경을 만드는지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40개 방에 온도와 습도 등 정보를 기록하는 기계를 달아 열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겁니다.
2023년 7월 말부터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는데 2024년 7월 말까지 합니다.
실제 실내 온도와 습도 등 정보를 통해 체감 온열 환경을 정량화하고 거주자의 건강 상태와의 상관관계도 살펴봅니다.
연구진과 대구쪽방상담소는 이렇게 1년간 모은 데이터로 '집이 아닌 집', 비주택에 사는 게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고 그래서 뭐부터 바꿔야 하고 어떤 지원이 시급한지 기준을 세울 계획입니다.
류지혜 경북대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 연구교수 "CO2, 실내 온도, 그리고 실내 습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15분 간격으로 1년 동안 측정할 계획이고요. 거주자에게 직접 건강 질환 그리고 온열질환, 추울 때 더울 때 어떻게 불편하신지 실질적인 부분들을 인터뷰로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쪽방의 실내 환경이 불쾌할 거라는 걸 모두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주거용 건축물이 아닌 곳을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니까, 여러 환경이 주거용 기준에 맞지 않는데요. 이걸 정량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준을 만들어서 쪽방에 대한 앞으로 지원책이나 정책 제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경진 대구 쪽방 상담소 활동가 "지역 주택개선 사업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누려야 할 주거의 최저선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 쪽방 주거개선을 위한 정책을 제안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