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순현금 하락세 지속…설비투자 전략 '변화' 불가피
자유인106
IT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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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0 18:20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작년 3분기에 116조3600억원을 기록한 뒤 지속 감소세다. 2022년 4분기에는 104조8900억원으로 대폭 감소하더니 이듬해 1분기에는 98조2400억원으로 상징적인 '100조원 순현금' 기록이 깨졌다. 올해 들어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가 심화하자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2분기 87조9900억원으로 재차 감소한 뒤 3분기에는 83조500억원까지 떨어졌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조단위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4분기에도 순현금은 지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순현금 감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두드러지는 원인은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021년 하반기 이후 계속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4분기부터, D램은 올해 1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DS) 부문은 올해 1분기 4조590억원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분기(-4조3600억원), 3분기(-3조7490억원)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순현금이 줄어들긴 했지만 당장 삼성전자의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 필요한 시설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금이 급한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 삼성전자의 순현금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2년 연속 순현금 감소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순현금 감소세가 2년 연속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가 2021년 1월 실적발표회에서 공언한 '3년 내 의미 있는 M&A' 청사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막대한 현금을 전략적인 M&A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했다. 지난 10년간 하만을 인수했던 2017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순현금 증가세를 이어왔다. 삼성전자가 M&A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2021년에는 연말 기준 순현금이 105조8100억원 규모로 실탄이 넉넉한 상황이었다. 약속한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이렇다 할 성과 없이 M&A를 추진할 동력인 순현금까지 전년 대비 30조원 이상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설비투자 전략은 수익성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올해 설비투자 예상치는 총 52조1000억원으로 여기서 47조50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액인 47조9000억원에서 소폭 감소한 수치다.
대만 TSMC와 경쟁을 위해 공장 신설에 속도를 내야 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제외하면 메모리반도체는 증설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감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황이 일부 회복되는 내년까지도 팔리지 않는 일부 성숙공정(레거시)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설비투자는 더욱 절제된 방향으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가 강한 신제품 중심의 전환을 위해 최선단 공정 전환 투자는 일부 집행하지만, 증설을 위한 장비 투자는 더욱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도 올해 대비 10%에서 2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