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올해 회식 갑질 제보 48건 접수
회식 강요 30건(62.5%), 회식 배제 18건(37.5%)
여성들은 회식 강요로 성희롱 등에 노출도[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회식 참여) 거절 의사에도 대표는 지위를 이용해 회식 장소를 예약하라고 지시했고, 회식 장소에 도착해서는 음담패설이 시작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여전히 '회식 갑질'을 당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12월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회식 참여 관련 제보가 48건 접수됐고, 이 중 회식 강요는 30건(62.5%), 회식 배제는 18건(37.5%)이라고 17일 밝혔다.

단체는 '회식 갑질'의 유형으로 ▲회식 참가 강제 ▲회식 배제 ▲음주 강요 ▲회식비 지출 강요 등을 꼽았다.

단체는 '회식 참가 강제'에 대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에서) 사업주, 상급자, 연차가 높은 직장 동료 등이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하급자에게) 회식을 강요하고 있었다"며 "특히 제보자들을 괴롭게 한 것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협박'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여성들이 회식 강요로 인한 성희롱 등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보자 A씨는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제게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다"며 "다른 직원과 함께 가자고 했지만, 부장이 제게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그 자리에서 부장은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했고, 저는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제외하는 유형의 갑질 제보도 잇따랐다.

제보자 B씨는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아침 제게 와서는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제가 이미 예정된 일정이 있다고 말하자 '그 일정도 오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피해 호소에도 직장인 상당수가 회식을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9일부터 같은 달 15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를 한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는 지난해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2.4점 떨어졌다.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 두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 역시 지난해 80.6점에서 올해 73.3점으로 하락했다.

갑질 감수성 지표는 직장갑질119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30개 문항으로 만들어 각 문항에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응답자의 갑질에 대한 인식도 등이 높다고 해석한다.

특히, 회식과 음주에 대한 관점은 성별, 연령, 직급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성의 회식문화 점수는 67점으로 여성(76.6점)보다 9.6점 낮았고, 음주 강요 점수는 68.6점으로 여성(79.5점)보다 10.9점 낮았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회식문화 지표 점수는 73.4점으로 평균보다 높았으나, 50대의 회식문화 지표 점수는 66.3점을 기록했다.

이상운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도 이미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저녁 회식을 당연시 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