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때 아침 거르면 나중에 고혈압·당뇨·심뇌질환 위험 커진다

청소년 때 아침 거르면 나중에 고혈압·당뇨·심뇌질환 위험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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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1000원 아침밥’을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년간 중·고생 중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의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아침 결식이 성인 이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뇌혈관질환 등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18일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윤영숙 교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문한빛 전문의 연구팀은 ‘2023 정밀영양협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국내 청소년 아침 결식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자료를 분석해 아침 결식 문제에서도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가 나타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주 5회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청소년의 비율(아침 결식률)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고등학생의 아침 결식률은 2011년 25.5%에서 지난해 41.3%로 높아졌다. 중학생도 같은 기간 23.2.%에서 36.9%로 상승했다. 아침 결식률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는데, 가구소득 수준이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청소년 결식률은 16.9%였으나, 하위 20%에선 그 2배에 가까운 32.2%를 기록했다.

아침 식사 빈도는 각종 건강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를수록 비만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체질량지수가 상위 5%에 해당하는 ‘비만’ 유병율 역시 아침 결식 빈도가 잦을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혈압 역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을수록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모두 높게 나타나 향후 성인이 됐을 때 고혈압으로 발전할 위험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아침 식사 결식이 잦으면 영양 섭취에 불균형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분석 결과 아침 식사를 주당 2회 이하로 적게 하는 집단은 아침 식사를 주 5회 이상 하는 집단보다 하루 열량 섭취량은 낮지만, 짜고 기름지고 식이섬유가 적은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결식이 잦은 집단에선 기준치 이상이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공복혈당, 인슐린 저항성 수치는 높았지만 건강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결식이 잦은 집단에서 비만·고혈압·고지혈증·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이 이러한 식습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오상우 교수는 “청소년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키우고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만, 바쁜 생활상을 고려할 때 부모에게 무턱대고 가정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특히 저소득층에서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다고 분석됐으므로 지자체와 교육당국이 나서 학교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환경 조성에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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