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로봇심판 전격 도입…롯데 외국인 에이스 어쩌나

KBO 로봇심판 전격 도입…롯데 외국인 에이스 어쩌나

▲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KBO 리그에 '혁명의 바람'이 분다.

KBO는 11일 2024년 제 1차 이사회를 개최, 2024시즌부터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적용을 최종 확정했으며 이와 더불어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주요 제도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고려해 순차적 도입 및 적용 시기를 확정했다.

이른바 '로봇심판제'로 일컫는 ABS는 벌써부터 많은 야구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볼 판정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ABS를 도입하면 이와 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O는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해 올 시즌 ABS를 KBO 리그에 도입한다. ABS를 통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 속에 경기를 치른다. 신뢰가 주는 큰 힘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KBO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ABS를 전면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ABS는 메이저리그보다 KBO가 먼저 도입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물론 미국도 지난 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전 구장에서 ABS를 도입할 만큼 순차적인 도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당초 올해 메이저리그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현실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ABS 만큼 주목을 받는 제도는 바로 피치 클락이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도입한 제도로 지난 해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가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으면 20초 이내로 투구를 해야 했다. 이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KBO는 "경기 스피드업을 위해 도입을 추진하는 피치 클락 운영은 퓨처스리그에는 전반기부터 적용, KBO 리그는 전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후반기부터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라면서 "이는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피치 클락에 적용에 대해 충분한 적응 시간을 부여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혼란을 최소화하고 매끄러운 경기 진행을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2월 중 각 구장에 관련 장비 설치를 완료하고, 계시원 교육을 통해 차근히 준비해나갈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소식이 달갑지 않은 선수가 있다. 바로 지난 해 롯데에 합류해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애런 윌커슨의 이야기다.

▲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작년 여름에 외국인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댄 스트레일리가 부진하면서 교체 카드를 빼든 것이다. 스트레일리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롯데에 합류한 윌커슨은 "한국은 '진짜 야구'를 하고 있다"라는 말로 한국행을 원했음을 이야기했다.

윌커슨이 말한 '진짜 야구'란 ABS와 피치 클락이 없는 순수 그 자체의 야구를 뜻했다. 지난 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산하 트리플A에서 뛰면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6.51로 부진했던 윌커슨은 자신이 트리플A에서 부진했던 이유로 "나는 트리플A에서 오래 뛰었는데 로봇 심판이 등장하고 피치클락에 적응하느라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토로했다.

윌커슨은 "한국은 '진짜 야구'를 하고 있다"라고 표현하면서 "다시 '진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마음에 든다"라고 한국에 온 것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로봇심판과 피치 클락으로부터 해방(?)된 윌커슨은 KBO 리그 무대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후반기에만 13경기에 등판해 79⅔이닝을 던져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준 윌커슨은 당연히 롯데의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됐고 롯데와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올해도 거인 군단에서 뛰기로 확정했다.

윌커슨은 롯데와 재계약을 마치고 "2024시즌에도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에서 커리어를 이어 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새로 부임하신 김태형 감독님을 도와 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 하루 빨리 사직구장에 돌아가 팬들과 호흡하며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상대보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남은 시간 잘 준비하겠다"라고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랴. 세상은 변했다. 윌커슨은 지난 해 한국 무대에 정착하면서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진짜 야구'를 마음껏 즐겼는데 올해는 다시 ABS와 피치 클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사실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되면서 윌커슨만 난감한 입장은 아닐 것이다. 많은 투수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윌커슨은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에 '경험'을 했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올해는 반등을 노리는 롯데의 입장에서는 윌커슨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줘야 원활한 시즌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과연 윌커슨은 새로운 제도를 맞으며 또 한번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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