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협상 도대체 어땠길래… SSG 이지영 영입으로 깜짝 회군, 협상 이대로 끝날까
자유인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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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04:14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길어졌던 프리에이전트(FA) 김민식(35) 협상이 결국 불발되는 것일까. SSG가 김민식 대신 결과적으로 이지영(38)을 택하면서 김민식 협상 테이블이 다시 멈췄다. SSG는 김민식 측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고, 김민식 측도 이번 협상에 불만이 있는 모양새다. 협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의견 차이였으나 이제는 서로 다시 마주 앉을 상황이 만들어질지 자체가 관심사가 됐다.
SSG는 12일 키움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베테랑 포수 이지영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지영과 2년 총액 4억 원(연봉 총액 3억5000만 원, 인센티브 총액 5000만 원)에 계약하고, 트레이드 방식을 통해 키움에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2억5000만 원을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즉, SSG는 이지영을 총 6억5000만 원과 3라운드 지명권으로 영입한 셈이 됐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팀을 원한 이지영, 이지영 트레이드로 무언가를 얻고 싶었던 키움, 김민식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플랜B를 살펴본 SSG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사인 앤드 트레이드라는 평가다. 이지영은 베테랑 포수로 경력이 풍부하고, 좋은 콘택트 능력과 안정된 수비력, 그리고 투수 리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포수 육성이 급한 SSG는 이지영의 존재감이 팀의 젊은 포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완료했다.
이지영은 2009년 삼성에서 데뷔, KBO리그 1군 통산 1270경기에 나간 베테랑 포수다. 국가대표팀 경력도 있다. 삼성, 키움을 거치며 주전급 포수로 활약했다. 다만 최근에는 키움의 전략적인 포수 세대교체 흐름에서 출전 시간을 다소 잃어가고 있었다. 2022년 137경기에 나갔던 이지영은 지난해 81경기 출전에 그쳤다. 키움은 2023년 신인인 포수 김동헌의 잠재력에 베팅하고 전략적인 육성을 하고 있다. 이지영으로서는 계속해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지영은 SSG로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 스스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등에서도 협상 과정에 큰 잡음이 없었다. 이지영의 팀 내 입지가 예전만 하지 않은 상황에서 키움은 다시 지명권 트레이드를 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박동원에 이어 이지영까지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키움은 이제 팀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포수들과 모두 작별을 고했다.
SSG는 이지영에 대해 '이지영은 통산 1,270경기에 출장해 포수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타자로도 통산 타율 0.280, 942안타, 368타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매년 100경기 전후 게임을 소화하는 등 내구성이 좋고 꾸준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면서 '16년간 모범적인 선수 생활과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이지영이 구단의 투수진을 이끌어주고 젊은 포수진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SSG 관계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로 흘러간 것은 확실하다. SSG는 팀 내부 FA였던 김민식을 잔류시킨다는 방침이었다.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SG는 팀 내 최고 포수 유망주인 조형우가 있고, 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 박대온과 신범수라는 20대 포수를 지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풀타임 경력이 없다. 이들에게 한 시즌을 맡긴다는 건 도박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팀의 주전 포수였던 김민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SSG는 2022년 시즌 중에도 김민식과 비FA 다년 계약을 하려고 했었다. 다만 당시는 김민식이 이를 고심 끝에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샐러리캡 한도가 가득 찬 SSG는 김민식에게 줄 수 있는 돈이 한정되어 있었고, 김민식도 FA 시장에 나가면 그것보다는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거부할 수 있는 수준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SSG는 당시와 김민식의 시장 가치가 같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당시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초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즌 뒤 첫 번째 만남에서는 당연히 의견 차이가 컸고, 양자는 12월 두 차례 정도 더 만나 협상을 이어 갔다. 첫 번째 만남까지는 계약 기간, 총액, 총액 중 보장금 비율 등에서 하나도 맞는 게 없었지만 두 번 더 만나면서 서로 수정안이 오가기 시작했다. SSG도 두 번의 만남에서 모두 수정안을 제시했다.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 인정한 김민식 측도 요구 조건을 낮추기 시작했다. 마지막 제안을 한 세 번째 만남은 12월 중순에서 말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었다.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일단 그 시점까지 서로가 다른 쪽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서로가 넘버원 파트너였다.
당시 SSG는 계약 기간에서는 김민식 측의 요구를 일정 부분 충족할 수 있는 두 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3+1년 계약안은 옵션인 +1년이 더 붙으면서 자연히 총액도 조금 올라갔다. 물론 그중 인센티브가 포함되어 있었다. 인센티브 조건은 포수 수비 이닝 등이 골자였는데 모두 다 충족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수준의 난이도로 알려졌다.
SSG는 지난해 이 제안을 던진 뒤 김민식 측의 답을 기다렸다. 나름대로 제안을 상향한 만큼 이번에는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답이 오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연말은 그대로 넘어갔고, 1월 초에도 김민식 측이 고심을 거듭했다. 김민식 측도 당연히 그들만의 협상 전략이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SSG는 연말을 넘겨 연초까지도 답이 없자 플랜B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결정적인 변곡점은 지난 주였다. 한동안 전략을 가다듬던 김민식 측에서 고심 끝에 지난 주 보장 금액을 더 올려달라는 역제안을 한 것이다.
김민식 측은 인센티브 조건이 까다롭다고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장 금액을 더 받길 원하는 건 선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자연스레 총액이 조금 더 올라가는 구조였다. 그 오름폭에 대해서는 협상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협상 전술로 풀이할 수 있다. 구단과 선수 모두 협상 과정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SSG는 더 이상 수정된 안은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민식 측이 올려달라는 금액의 폭이 구단이 예상하고 대비했던 것보다 컸다는 게 내부의 분위기다. 요구의 일부를 수용하는 선에서 타협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SSG는 아예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플랜B 가동을 본격화한다.
반대로 김민식 측에서는 이번 주에도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 믿었던 분위기다. 자신들의 제안을 구단이 거부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갑작스럽게 터진 이지영 트레이드 소식에 당황한 뉘앙스도 읽힌다. 선수로서는 절대적인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선수 측은 구단이 조그마한 금액이라도 올려주거나, 혹은 인센티브 허들을 조금이라도 낮춰주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당장 계약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지영 접촉이 열흘 전부터 시작됐다는 김재현 단장의 인터뷰도 어리둥절해 하는 기색이다.
반대로 SSG는 12월 세 번째 만남에서 제안한 안이 구단의 최종안이며, 이를 역제안으로 거부한 만큼 이지영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고 주장한다. 김재현 단장이 끝내 등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양쪽의 의견은 엇갈린다. SSG는 FA 협상 시작부터 실무를 담당한 팀장이 업무를 진행하는 게 옳다고 봤고, 김민식 측에서는 내심 섭섭해 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일단 SSG는 김민식 협상 창구가 계속 열려 있다는 게 공식 방침이다. 하지만 김민식에게 기존에 제안했던 안은 폐기할 것이 확실시된다. 시장 상황이 달라졌으니 제안도 당연히 수정되어야 한다는 게 SSG의 생각이다. 계약 기간, 총액 모든 면에서 세 번째 만남 당시 제시한 제안보다 크게 다운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지루했던 이 논의가 변곡점을 맞이한 가운데,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이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