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77구, 韓 갖고 놀았다'…日 좌완 유망주, 7이닝 무실점 압도적이었다[AP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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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8 05:29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일본 좌완 유망주 스미다 지히로(24, 세이부 라이온스)가 한국 타자들의 방망이를 완전히 잠재웠다.
스미다는 17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과 리그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7구 3피안타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일본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은 대만전 4-0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16일 호주와 개막전 3-2 승리의 기쁨도 잠시 한일전에서 패하면서 1승1패를 기록해 대만과 공동 2위가 됐다. 호주는 2패를 떠안으면서 현재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스미다는 일본 대학 최고 투수로 평가받으면서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세이부에 입단했다.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는데, 지난해 4월 2일부터 올해 4월 12일까지 세이부 구단 역대 최다인 12연패 불명예 기록을 세울 정도로 프로 커리어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성적은 1승10패, 평균자책점 3.75였다.
올해 지독했던 선발 연패를 끊으면서 사무라이 재팬에 발탁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스미다는 4월 1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경기에서 12연패를 끊고 반등하면서 올 시즌 9승10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면서 APBC 일본 대표로 발탁됐다.
스미다는 왼손인데도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에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 커터,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 한국 타선을 요리했다. 한국 타자들은 2바퀴가 다 돌 때까지도 스미다의 공을 전혀 눈에 익히지 못했다. 스미다의 제구가 워낙 좋다 보니 빠른 카운트에서 덤빌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투수의 리듬에 끌려다녔다.
한국은 김혜성(2루수)-김도영(3루수)-윤동희(우익수)-노시환(1루수)-문현빈(지명타자)-김형준(포수)-김주원(유격수)-박승규(좌익수)-최지훈(중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스미다가 왼손인 점을 고려해 우타자를 가능한 많이 투입하려 했는데, 결과가 말해주듯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국 타선은 올해 홈런왕 노시환,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혜성 정도를 제외하면 스미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1위 LG 트윈스, 2위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일정이 지난 13일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선수들을 교체한 것도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한국은 대회 직전 야수 중에서는 LG 문보경과 kt 강백호를 제외하고 롯데 나승엽과 한화 문현빈을 대신 발탁해야 했다. 특히 강백호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다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t는 물론 국가대표팀 화력에도 영향을 줬다.
스미다는 한 바퀴를 도는 동안 퍼펙트를 기록했다. 3회까지 9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삼진 4개를 잡았다. 일본이 1-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 김혜성이 1루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하면서 한국의 첫 출루를 기록했다. 2사 후에는 노시환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2사 1, 2루가 됐다. 한국 타자 가운데 처음으로 제대로 스미다의 공을 공략해 외야로 날린 타구였다. 하지만 다음 타자 문현빈이 초구에 투수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나면서 추격에 실패했다.
스미다는 일본이 2-0으로 앞선 5회초 1사 후에는 김주원을 사구로 내보냈다. 손에서 빠진 공이었고, 이날 날카로운 제구를 자랑하던 스미다가 처음 크게 흔들린 순간이었다. 한국인 스미다의 이런 실수를 틈타 더 몰아붙일 필요가 있었으나 박승규와 최지훈이 연달아 범타로 물러나면서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스미다가 5이닝 동안 투구 수 53개에 그칠 정도로 한국 타자들은 빠른 카운트에서 다 당했다.
7회초 처음 일본 벤치가 움직였다. 스미다가 1사 후 김형준을 2루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내보낸 때였다. 한국은 김형준을 대주자 김성윤으로 교체했고, 타석에는 지난달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에 크게 기여했던 김주원이 나섰다. 일본은 스미다의 뒤를 이을 투수를 준비시켰는데, 한국으로선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무색하게 김주원의 타구가 3루수 직선타가 됐다. 이때 2루로 먼저 뛰어버린 1루주자 김성윤마저 1루에서 아웃되면서 병살로 이닝이 종료됐다. 스미다는 공 77개로 7이닝을 버티면서 한국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한 뒤 8회초 수비를 앞두고 요코야마 리쿠토와 교체됐다.
한국 역시 좌완 선발투수 이의리를 앞세워 일본을 잠재우고자 했다. 이의리는 2021년 1차지명으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그해 19경기, 4승5패, 94⅔이닝,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2022년 10승에 이어 올해는 11승을 책임지면서 양현종의 뒤를 이을 KIA 차기 좌완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KBO리그 무대에서도 문제가 됐던 제구가 도쿄돔 마운드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6이닝 96구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2실점에 그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제구가 불안한 와중에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국제대회 승리를 위해서는 스미다와 같은 정교한 제구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하루였다. 볼로 버리는 공이 많다 보니 주자를 계속 내보냈고, 결국 뼈아픈 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구속이 최고 153㎞까지 나올 정도로 구위가 좋았는데도 제구가 흔들려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 점이 이의리 스스로도 아쉬울 법했다.
이의리는 3회말 선두타자 오카바야시 유키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고조노 가이토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모리시타 쇼타까지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일본 4번타자 마키 슈고와 승부에서 유격수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1실점에 그치며 큰 고비는 잘 넘겼는데, 볼넷 2개로 만든 만루 위기가 뼈아팠다. 4회말에는 선두타자 만나미 쥬세이에게 중월 홈런을 얻어맞아 0-2가 됐다. 만나미는 1회 첫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에 그쳤지만, 2번째 타석에서는 담장을 넘기면서 일본의 쐐기포를 기록했다.
한국은 스미다가 내려가고 바뀐 투수 요코야마를 만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1사 후 최지훈이 볼넷을 얻고, 김혜성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1사 1, 2루 기회로 연결했다. 그러나 김도영이 헛스윙 삼진, 윤동희가 2루수 땅볼로 차례로 물러나면서 마지막 추격 기회마저 놓치는 줄 알았다.
9회초 2사 후 김휘집이 한국의 자존심을 그나마 살려줬다. 손성빈의 대타로 나선 첫 타석에서 일본 마무리 투수 다구치 가즈토에게 좌월 홈런을 뺏으면서 영패 수모는 막았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