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16강에서 물러난 난놈 신태용, 인도네시아에 근성 제대로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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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03:31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승리 확률은 30%지만, 열심히 해보겠다."
'난놈'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보너스 게임'에 가깝지만, 담대한 도전을 약속했고 실제로 위축되지 않고 우승 후보를 상대했다. 비록 패하며 꿈의 행진은 16강에서 멈췄지만, 중요한 일전을 벌인 것으로도 충분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호주전을 치렀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를 거둬 D조 3위를 차지했던 인도네시아는 6개 조 3위 중 상위 4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4위의 행운을 얻어 16강에 올랐다. F조 타지키스탄과 오만이 1-1로 비기며 인도네시아에 16강 티켓이 온 순간 호텔 방에서 선수들과 기뻐했던 신 감독이다.
경기 전날 신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고 승률은 30% 정도지만, 열심히 해보겠다. 8강에 간다면 한국과 만났으면 좋겠다"라며 호주에 쉽지 않지만, 승리를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인도네시아 홈에 가까웠다. 많은 인도네시아 팬이 몰려와 응원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 매체 '콤파스'에 따르면 '경기장 입장권을 구하기가 힘들어 상당수의 팬이 현장 관전을 포기했다'라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호주의 장신 선수들에 대응하기 위해 스페인 태생의 185cm의 수비수 호르디 아마트, 196cm의 장신 엘칸 윌리엄 바고트를 세워 대응했다. 앞선에 네덜란드 태생의 187cm 미드핖더 저스틴 후버도 배치했다. 측면에는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었던 아스나위를 놓고 침투하도록 했다.
한국 대표팀 코치, 감독 시절 호주를 상대했던 경험이 풍부한 신 감독이다. 호주가 높이와 힘이 있어도 스피드가 느리다는 점을 알고 속도전으로 공략했다. 전반 시작 10분까지는 인도네시아가 호주를 압도하며 흔들었다.
하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슈팅이 골대 안으로 향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완성도로 따지면 호주가 더 좋았다. 허무하게 전반 12분 어바인의 슈팅이 바고트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자책골 유도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순간 측면이 뚫렸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잘 버텨내며 동점골을 위해 슈팅을 거듭한 인도네시아지만, 결국은 결정력이 문제였다. 반대로 호주는 깔끔했다. 추가시간이 4분이라고 알림이 올라오던 순간 마틴 보일이 오른쪽 측면에서 게신 존슨이 연결한 크로스를 골지역 왼쪽에서 머리로 밀어 넣었다. 허무한 실점이었다. 전반 슈팅 수 5-1 우세였지만, 효율성을 호주로부터 배워야 했다.
그래도 신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하며 후반 계속 수비 공략을 지시했다. 체격에서 우세한 호주는 전방으로 롱패스를 시도하며 공략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0분 존스의 불필요한 반칙에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가 싸우는 전투력을 보여줬다. 신 감독은 적당히 다가서 말리면서도 선수들의 투쟁 의지를 마냥 죽이지는 않았다.
계속 도전하라며 손짓했던 신 감독이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력이 마냥 나빴던 것이 아니었기에 최대한 장점을 살리려 애썼다. 대형을 모험적으로 올리며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마무리 패스가 되지 않아 속이 타들어 갔다. 전방의 공격수가 아쉬웠다는 뜻이다.
기술과 체격이 좋은 공격수가 있었다면 호주 수비를 요리하는 것도 가능했다. 한 골이라도 넣었으면 좋았겠지만, 45분 크레이그 굿윈, 추가시간 프리킥 기회에서 해리 수타의 머리를 막지 못하고 실점하며 0-4로 졌다.
축제는 끝났고 신 감독의 도전도 마무리 됐다. 우승 후보 호주 공략에 실패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분하게 확인한 대회였다. 인도네시아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F조에 이라크, 베트남, 필리핀과 묶여 있다. 조 2위까지 3차 예선에 오를 수 있다. 이라크에 1-5로 졌고 필리핀에는 1-1로 비기며 1무1패(1점)로 꼴찌다. 아시안컵에서 얻은 에너지를 이어간다면 사고를 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