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에 기분 좋게 쐈는데 초라해지다니… SF 올해도 용두사미? 한 발 더 있나

이정후에 기분 좋게 쐈는데 초라해지다니… SF 올해도 용두사미? 한 발 더 있나

▲ 샌프란시스코와 5년 계약에 합의한 이정후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영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력 보강이 더 필요한 팀으로 뽑힌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큰 관심 속에 2023-2024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을 시작한 팀이다. 올해 성적이 쭉 떨어지며 결국 게이브 케플러 감독을 경질하는 홍역을 겪은 샌프란시스코는 팀 전력 보강을 천명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공언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는 2014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고, 지구 최대 라이벌인 LA 다저스에 밀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도 좀처럼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지구 우승은 2021년 딱 한 번이었고, 나머지는 죄다 다저스에 그 명예가 돌아갔다. 근래 들어서는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다저스와 겨루기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인 양상이 뚜렷했다.

그래서 최근 2년간 많은 대형 자유계약선수(FA)들과 연계되며 관심을 모았다. 미국 전역을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빅마켓을 등 뒤에 놓고 있고, 돈도 제법 쓸 수 있는 팀이었다. 페이롤도 한창 때보다는 많이 줄었다. 영입의 여지가 있었다. 애런 저지, 카를로스 코레아 등과 루머를 뿌렸다. 그런데 정작 굵직한 영입은 하나도 없었다. 코레아와는 13년 계약에 합의했으나 신체 검사에서 이견을 보여 최종 무산되기도 했을 정도였다.

샌프란시스코가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됐던 가운데, 시작은 거창했다. FA 시장 최대어로 뽑힌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 외야수 최대어인 코디 벨린저, 그리고 투수 최대어로 뽑힌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샌프란시스코는 현시점에서 올해 FA '빅3'를 하나도 품지 못했다.

사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KBO리그 최고 타자인 이정후(25)와 5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키움에 지불해야 할 포스팅 금액을 합치면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동양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 온 야수 중에서는 단연 최고 금액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타격 보강이 필요했고, 특히 중견수와 좌타자가 필요한 팀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올해 중견수 포지션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리그 평균 이하였다. 이정후는 딱 맞는 옷감이었다. 현지에서도 이정후의 현재 기량과 젊은 나이를 들어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계약 금액이 생각보다 크기는 했지만 최근 메이저리그 시장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이해하지 못할 수준도 아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정작 오프시즌의 타이틀은 없다. 오히려 라이벌인 다저스가 더 주가를 높이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역대급' 계약에 골인했고, 최근에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연이은 대박을 쳤다. 두 선수에게 투자한 금액 총액만 10억2500만 달러에 이른다. 오타니의 경우는 대다수 금액이 지불유예로 묶여 있지만, 그럼에도 어마어마한 투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샌프란시스코 등 타 팀과 경쟁에서 오타니를 손에 넣은 다저스 ⓒ 연합뉴스/AP통신
▲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타깃 중 하나로 거론되는 블레이크 스넬


다저스를 따라잡기 위해 오프시즌을 열었는데, 오히려 다저스와 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 됐다. 올해 샌프란시스코보다 성적이 더 좋았던 애리조나 또한 마운드 보강을 위해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와 4년 보장 8000만 달러에 계약하는 등 앞서 가는 팀들도 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입지가 오프시즌 초반에 비해서는 초라해진 셈이다. 스포트라이트도 잃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가 더 많은 선수를 영입할 것으로 본다. 이정후의 영입으로 코디 벨린저에 대한 필요성은 줄어들었지만, 마운드 쪽에서는 블레이크 스넬 등 에이스급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가 딱 하나, 에이스로 활약한 로건 웹이었다. 나머지는 20경기 이상을 던진 선발 투수도 웹과 알렉스 콥까지 두 명에 불과하다. 마운드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다.

스넬은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다.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탬파베이 소속이었던 2018년 아메리칸리그에서도 사이영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데, 보기 드문 양대리그 사이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FA 시장에 나왔다. 제구 이슈가 있었지만 올해 더 압도적인 구위로 이를 찍어 누르며 32경기에서 14승9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통산 19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0이라는 좋은 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스넬을 영입해도 샌프란시스코의 지출 필요성은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더 좋은 투수들이 필요하고, 팀의 우승이 지구 목표라면 타선 문제도 이정후 하나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FA 및 트레이드 시장을 부지런히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2년간 FA 시장에서 용두사미 신세에 머물렀던 샌프란시스코가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 파르한 자이디 사장(왼쪽)과 이정후. ⓒ 샌프란시스코 SNS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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