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까지' 이정후 마침내 SF 입단식 '패기+유머 폭발'... 오타니 질문에는 길게 침묵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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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7 04:07
[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이정후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을 입은 뒤 '핸섬(Handsome')이라고 묻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바람의 손자' 이정후(25)가 마침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직접 입고 메이저리그와 한국 팬들에게 첫인사를 전했다.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오전 6시(현지 시각 15일 오후 1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샌프란스시스코에 입단한 소감 및 각오와 포부 등을 밝혔다.
이날 이정후의 입단 기자회견에는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을 비롯해 이정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그리고 통역이 함께 참석했다. 또 기자회견 현장의 좌석 맨 앞줄에는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 씨 등 가족도 함께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샌프란시스코가 외야수 이정후와 6년 계약을 체결했다(Giants agree to six-year contract with outfielder Jung Hoo Lee)"고 공식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와 계약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을 포함하는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484억원)의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은 "이정후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과 함께 4년 뒤인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계약 기간 도중 FA 권리 행사 등으로 인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는데, 구단 발표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그리고 계약에 있어서 사실상 마지막 절차인 메디컬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이정후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는 역대 한국인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한 최대 규모의 계약 및 계약 총액 2위라는 역사를 썼다. 이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아시아 야수로는 최고 대우의 금액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는 계약에 대해 "첫해인 2024시즌에는 700만 달러(약 90억 6000만원)를 수령한다"고 밝혔다. 이는 6년 계약 기간 중 가장 적은 금액이다. 샌프란시스코는 "500만 달러(약 64억 7000만원)의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입단 계약금)를 받는다"고 했다. 이에 실제로 이정후가 내년에 수령하는 금액은 1200만달러(약 155억 30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정후는 2023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연봉 11억원을 받았다. 단년 계약으로 연봉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KBO 리그에서 이정후가 최초였는데, 2024 연봉은 약 14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또 "2025시즌 1600만 달러(약 207억원), 2026시즌과 2027시즌에는 각각 2200만 달러(약 284억 7000만원)를 받는다"고 했다. 관건은 2027시즌이 끝난 뒤 이정후의 거취 여부다. 이정후는 4년 차 시즌을 마친 뒤 옵트아웃을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만약 옵트아웃을 실행한다면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파기한 뒤 FA(프리에이전트) 신분 자격으로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몸값을 더욱 올렸을 경우에 실현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이정후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으면서 샌프란시스코에 잔류할 경우에도 이정후는 적지 않은 금액을 받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는 2028시즌과 2029시즌 각각 2050만 달러(약 265억원)를 수령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이정후가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아도 2028시즌과 2029시즌 2년간 20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이 보장된 셈. 여기에 특별한 계약 사항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이정후가 자신의 연봉 중 일부 금액을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4년에 이정후는 6만 달러(7700만원), 2025년에는 8만 달러(1억 300만원), 2026년과 2027년에는 11만 달러(1억 4200만원), 2028년과 2029년에는 10만 2500달러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에 자선 기부할 것(Lee will make a charitable contribution to the Giants Community Fund)"이라고 밝혔다. 기부금을 모두 합치면 56만 5000달러로 약 7억원 정도 된다.
이정후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16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야구공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의 입단식이 열린 기자회견장 풍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의 넥타이를 한 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먼저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이 마이크를 잡은 뒤 이정후의 입단을 환영했다. 이어 이정후에게 마이크가 돌아왔다. 마이크에 '후후'하고 바람을 불어넣으며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자 기자회견장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정후는 준비해온 종이를 보면서 영어로 천천히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헬로 자이언츠"라고 인사한 뒤 "나의 이름은 이정후다.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불렸다. 먼저 구단주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또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감사하다. 특별히 나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캇 보라스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전한다는 말이 나오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이정후는 "나는 이곳(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승리하기 위해 왔다. 메이저리그에서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 동료들, 그리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레츠 고(Let's Go) 자이언츠"라고 힘차게 외치며 영어 실력을 뽐냈다. 이어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이 이정후에게 구단 상징인 베이지색 유니폼을 건넸고, 이정후는 천천히 유니폼을 입었다. 이어 모자를 쓴 뒤 취재진을 향해 "핸섬(Handsome)?"이라고 되묻는 패기와 유머 감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또 기자회견장에는 큰 웃음이 터졌다.
이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에 관한 질문에 "어릴 적부터 메이저리그를 지켜본 팬으로서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도 많은 팀이다. 최근에도 우승을 많이 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구단이라 저도 좋아했다. 그런 팀에서 저를 선택해주셨다. 이런 샌프란시스코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가장 필요한 부분에 관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게 큰 숙제인 것 같다. 새로운 투수들과 새로운 환경, 새로운 야구장. 한국에서는 항상 버스로 이동했지만, 미국에서는 비행기로 이동해야 한다. 시차도 달라진다. 이런 것들이 제가 적응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그런 것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기대되는 점에 대해 "제가 미국에 있는 야구장을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 견학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처음 와본 게 오라클 파크다. 모든 메이저리그의 구장이 내게 처음이다. 모든 경기장에서 뛰는 게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사실 미국 현지에서도 이종범과 이정후의 부자 관계에 관해서도 항상 큰 주목을 했다. 앞서 MLB.com은 이정후를 평가하면서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설정하면서 때려낼 수 없는 공까지 칠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을 갖췄다. 타석에서는 약점이 많지 않은 편이다. '배드볼 히터(bad ball hitter)'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는 이정후의 아버지이자 한국의 전설적인 유격수인 이종범으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이라면서 극찬했다. 또 아버지의 구체적인 성적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MLB.com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강력한 가족력을 보여주고 있듯이, 이정후의 아버지는 한국의 레전드 유격수 이종범"이라면서 "이종범은 한국에서 16시즌, 일본에서 4시즌을 각각 보냈는데, 별명이 '바람의 아들(Son of the Wind)'이었다. 통산 타율 0.297, 194홈런을 기록한 이종범은 1994시즌엔 4할에 가까운 타율 0.393의 성적을 거뒀다. 바람의 손자로 불리는 이정후는 현재 개인 통산 69도루를 기록 중이다. 아마도 이종범보다 속도는 빠르지 않을지라도 분명 아버지와 똑같은 수준의 방망이 능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정후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에 관해 "야구적으로 배운 것은 없고요"라며 웃으며 이야기한 뒤 "인성이나, 좋은 사람으로서 클 수 있는 것들, 항상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오라클파크를 방문한 이정후(가운데)와 이종범(오른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오라클파크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정후(가운데)와 이종범(왼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6일 샌프란시스코 입단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지난 2000년 개장한 오라클 파크는 다소 특이한 구조를 갖춘 메이저리그 중 하나다. 일단 왼쪽 폴대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평범하다. 그러나 우중간부터 급격히 펜스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는 구조를 하고 있다. 왼쪽 폴대부터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03m로 길지만, 우측은 94m로 짧은 편이다. 대신 왼쪽 펜스가 2.4m로 낮지만, 오른쪽은 7.6m로 높은 편이라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 여기에 오라클 파크의 외야는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데, 해풍까지 들어와서 맞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MLB.com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에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2023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구장인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저조하다.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 역시 84로 메이저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 이에 2000년부터 약물로 얼룩진 배리 본즈를 제외하면 30홈런을 기록한 좌타자가 없다. 반면 이정후는 홈런보다 콘택트 유형의 타자이기에, 넓은 우측 외야를 공략할 경우, 2루타와 3루타를 많이 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는 돔구장에서 뛰었다. 천연 잔디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돼 좋다"면서 "이런 특색 있는 야구장에서, 또 제일 유명한 스플래시 히트(우측 7m 담장을 넘겨 바다에 빠트리는 홈런)를 만들어내는 게 기대가 된다"고 했다. 얼마나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에 대해 많이 공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라클 파크의 구조.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왼쪽 발목 신전지대 부상을 당한 뒤 수술을 받았다. 회복 여부에 대해 이정후는 "완전히 100% 회복이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재활 기간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내년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에 대해서는 "(김)하성이 형은 한국에서 동료로 함께했다. 제게 있어서 정신적 지주가 되는 형이었다. 형이 항상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맞대결을 많이 하겠지만, 함께 뛰었던 시즌을 뒤로 하고 맞붙게 돼 신기하고 설렌다. 형도 항상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많이 물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정후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저는 어리다. 제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리기 때문에 저의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저의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항상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공격과 수비에 관해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엔 부끄럽다. 내년 오프닝 데이에서 보여드리면 팬 분들께서 평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오라클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입단식에서 미소를 짓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의 낮은 삼진율에 주목하고 있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잠재적인 올스타급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이정후가 평균 이상의 출루율 및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 "이정후는 지난 2시즌 동안 삼진율이 5.4%에 그쳤다. KBO 리그 평균 삼진율은 18.2%, MLB 평균은 22.7%였다. 이정후의 뛰어난 콘택트 능력이 MLB 진출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정후의 높은 콘택트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정후는 "(콘택트를) 신경 쓰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공을 잘 맞히는 능력이었다"며 "공을 단순하게 맞히는 것뿐만 아니라, 풀스윙하면서 잘 맞히려고 했다. 삼진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콘택트를 해서 그라운드로 공을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어려서부터 생각하며 훈련했다. 그러면서 콘택트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누가 지어줬는지에 관해 "아버지의 현역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다. 태어나 보니까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됐다. 한국에서 뛰었을 때는 바람의 손자라는 말이 조금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말하니까 멋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취재진 사이에서는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아버지와 스피드 비교에 관해 "아버지는 정말 빠르셨다. 지금은 제가 이기죠"라면서 "같은 나이대에 같이 뛰라고 하면 절대 못 이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정후는 그 이유에 대해 "올드 햄스트링이 됐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과거 어린 시절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정후는 "중학교 3학년 때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 집에서 잠도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의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 중 하나로 언급돼 왔다. 무엇보다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지난 10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푸틸라 단장은 두 눈으로 이정후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일어선 채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 에이전트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을 통해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한 타석을 보기 위해 한국에 간 것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그 모습이 슈퍼스타 이정후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단장이 직접 이정후의 경기를 지켜본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는 피트 푸틸라 단장이 고척돔을 찾은 것에 관해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정말 어떻게 보면 하나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한국에서 저의 플레이를 지켜봐 주신 것만으로도 제게는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주전 중견수로 보고 있다. 특히 공격력을 갖춘 외야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그래서 이정후를 영입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현재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꿰찼다고 말할 수 있는 외야수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출신 21세의 루이스 마토스는 지난 시즌 중견수로 가장 많은 76경기를 소화했다. 그렇지만 타율 0.250(253타수 57안타) 2홈런, 2루타 13개, 3루타 1개, 14타점 24득점 3도루 20볼넷 33삼진 장타율 0.342 출루율 0.319 OPS(출루율+장타율) 0.661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을 뿐이다. 당장 루이스 마토스의 자리를 이정후가 꿰찰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다른 외야수인 브라이스 존슨과 오스틴 슬레이터 등도 중견수로 뛰긴 했지만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이정후는 첫 시즌 목표에 관해 "일단 부딪혀 봐야 할 것 같다.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우선 적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겠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격 폼 수정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잘하기 위해서는 변화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메커니즘과 스윙에 좋은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간이 안 좋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겨우내 준비를 많이 했다. 많이 주위에서 도와주셨다.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긴 있지만,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또 저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종료 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021년 구단 역대 최다승(107승) 신기록을 쓰면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확히 5할 승률(81승 81패)을 마크한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79승 83패를 기록, 승률 0.488로 4위까지 내려앉았다. 결국 시즌이 끝나자마자 구단 고위층은 2019년 11월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게이브 케플러 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약점은 타격이었다. 팀 타율은 0.235로 내셔널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팀 OPS(0.695)도 평균(0.74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발 빠르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으로 2년간 활약했던 밥 멜빈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밥 멜빈 감독은 팀 내 약점인 외야수 포지션에 관해 미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운동 신경이 뛰어난 외야수를 찾고 있다"고 했는데 그 주인공은 이정후였다. 밥 멜빈 감독이 아시아 선수와 인연이 깊다는 점도 이정후에게 호재라 할 수 있다.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멜빈 감독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05~2009년)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2011~2021년)를 거쳐 최근에는 2년간 샌디에이고(2022~2023년) 감독을 역임했다. 통상 1517승을 거둔 명장으로 통한다. 시애틀에서는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스즈키 이치로, 샌디에이고에서는 김하성과 다르빗슈 유와 함께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을 꾸준히 주전으로 내보내며 믿음을 심어줬고, 김하성은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보답했다. 이정후는 밥 멜빈 감독과 사령탑으로 만난 것에 관해 "(김)하성이 형이 안 그래도 소식을 들은 뒤 정말 좋은 구단에 가서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 그리고 좋은 감독 밑에서 야구를 하게 돼 정말 잘 됐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스시스코 자이언츠의 역사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정후는 "정말 유명한 선수들이 많지만, 윌리 메이스가 있다. 너무 오래전 야구는 잘 모른다. 최근 기억에 남는 건 2010, 2012, 2014시즌 우승했을 때 그 중심에는 버스터 포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정후는 등번호 51번을 달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빈다. 이에 대한 질문에 이정후는 "어릴 때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봤던 선수가 이치로 스즈키였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선수였다. 그래서 저도 이 등번호를 좋아해 달고 뛰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만났던 선수에 대해 "오늘 오전에 잠깐 운동하면서 오스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일 좋아한 선수는 어릴 적 제가 유격수로 뛰었기에 브랜든 크로포드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이정후를 향해 오타니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의 라이벌 LA 다저스에 오타니가 입단했다'는 질문에 이정후는 한참을 머뭇거린 뒤 "어, 일단, 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면서도 멋쩍게 답했다. 통역은 "노 코멘트"로 번역하며 기자회견이 마무리됐다.
이정후의 이적으로 키움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거를 4명이나 배출한 구단으로 등극했다. 지난 2014년에는 유격수 강정호(36)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진출하며 길을 열었다. 당시 키움은 당시 500만 2015달러(약 66억 원)를 포스팅비로 받았다. 이듬해에는 1루수 박병호(37·KT)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1285만 달러(약 169억 원)를 벌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김하성(28)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진출했다. 규약 개정 후 키움의 첫 메이저리그 진출 사례였다. 당시 김하성은 4년 2800만 달러(약 369억 원) 계약을 맺었다. 이에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와 초과분 300만 달러의 17.5%인 52만 5000달러를 합쳐 총 552만 5000달러(약 73억 원)의 이적료를 구단이 가져갔다. 그리고 이번에 이정후까지 포함, 키움이 받은 총 포스팅비는 무려 4220만 2015달러(약 556억원)에 달한다. KBO 리그의 메이저리그 사관 학교라 할 만한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 첫해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KBO 리그 7시즌 통산 88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2루타 244개, 3루타 43개,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탄탄한 성적을 거뒀다.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5시즌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의 성적과 함께 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등 타격 부문 5관왕을 달성했다. 결국 MVP를 차지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정후는 KBO 리그 7시즌 동안 1번 타순에서 1468타석을 소화했다. 이는 3번 타순으로 뛰었던 2017 타석 다음으로 많이 들어선 자리이기도 하다.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1번 타순에서 통산 타율 0.328, 11홈런, 139타점, OPS 0.832를 찍었다. 2023시즌에는 1번 타순에서 95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86, 8타점, OPS 0.740을 마크했다. 이정후는 통산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현역 선수 중 KBO 리그 통산 타율 1위에 랭크돼 있다. 다만 올 시즌에는 7월 왼 발목 신전지대 손상이라는 부상을 당하면서 86경기 출전에 그친 채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래도 이정후는 소속 팀 홍원기 키움 감독의 배려로 마지막 홈 경기에서 한 타석을 설 수 있었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다고 알렸다. /사진=MLB.com 공식 SNS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입단을 환영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오전 6시(현지 시각 15일 오후 1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샌프란스시스코에 입단한 소감 및 각오와 포부 등을 밝혔다.
이날 이정후의 입단 기자회견에는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을 비롯해 이정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그리고 통역이 함께 참석했다. 또 기자회견 현장의 좌석 맨 앞줄에는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 씨 등 가족도 함께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샌프란시스코가 외야수 이정후와 6년 계약을 체결했다(Giants agree to six-year contract with outfielder Jung Hoo Lee)"고 공식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와 계약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을 포함하는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484억원)의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은 "이정후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과 함께 4년 뒤인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계약 기간 도중 FA 권리 행사 등으로 인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는데, 구단 발표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그리고 계약에 있어서 사실상 마지막 절차인 메디컬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이정후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는 역대 한국인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한 최대 규모의 계약 및 계약 총액 2위라는 역사를 썼다. 이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아시아 야수로는 최고 대우의 금액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는 계약에 대해 "첫해인 2024시즌에는 700만 달러(약 90억 6000만원)를 수령한다"고 밝혔다. 이는 6년 계약 기간 중 가장 적은 금액이다. 샌프란시스코는 "500만 달러(약 64억 7000만원)의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입단 계약금)를 받는다"고 했다. 이에 실제로 이정후가 내년에 수령하는 금액은 1200만달러(약 155억 30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정후는 2023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연봉 11억원을 받았다. 단년 계약으로 연봉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KBO 리그에서 이정후가 최초였는데, 2024 연봉은 약 14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또 "2025시즌 1600만 달러(약 207억원), 2026시즌과 2027시즌에는 각각 2200만 달러(약 284억 7000만원)를 받는다"고 했다. 관건은 2027시즌이 끝난 뒤 이정후의 거취 여부다. 이정후는 4년 차 시즌을 마친 뒤 옵트아웃을 실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만약 옵트아웃을 실행한다면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파기한 뒤 FA(프리에이전트) 신분 자격으로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몸값을 더욱 올렸을 경우에 실현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이정후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으면서 샌프란시스코에 잔류할 경우에도 이정후는 적지 않은 금액을 받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는 2028시즌과 2029시즌 각각 2050만 달러(약 265억원)를 수령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이정후가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아도 2028시즌과 2029시즌 2년간 20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이 보장된 셈. 여기에 특별한 계약 사항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이정후가 자신의 연봉 중 일부 금액을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4년에 이정후는 6만 달러(7700만원), 2025년에는 8만 달러(1억 300만원), 2026년과 2027년에는 11만 달러(1억 4200만원), 2028년과 2029년에는 10만 2500달러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에 자선 기부할 것(Lee will make a charitable contribution to the Giants Community Fund)"이라고 밝혔다. 기부금을 모두 합치면 56만 5000달러로 약 7억원 정도 된다.
이정후가 16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16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야구공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의 입단식이 열린 기자회견장 풍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의 넥타이를 한 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먼저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장이 마이크를 잡은 뒤 이정후의 입단을 환영했다. 이어 이정후에게 마이크가 돌아왔다. 마이크에 '후후'하고 바람을 불어넣으며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자 기자회견장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정후는 준비해온 종이를 보면서 영어로 천천히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헬로 자이언츠"라고 인사한 뒤 "나의 이름은 이정후다.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불렸다. 먼저 구단주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또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감사하다. 특별히 나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캇 보라스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전한다는 말이 나오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이정후는 "나는 이곳(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승리하기 위해 왔다. 메이저리그에서 꿈을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 동료들, 그리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레츠 고(Let's Go) 자이언츠"라고 힘차게 외치며 영어 실력을 뽐냈다. 이어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이 이정후에게 구단 상징인 베이지색 유니폼을 건넸고, 이정후는 천천히 유니폼을 입었다. 이어 모자를 쓴 뒤 취재진을 향해 "핸섬(Handsome)?"이라고 되묻는 패기와 유머 감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또 기자회견장에는 큰 웃음이 터졌다.
이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에 관한 질문에 "어릴 적부터 메이저리그를 지켜본 팬으로서 샌프란시스코는 역사도 깊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도 많은 팀이다. 최근에도 우승을 많이 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구단이라 저도 좋아했다. 그런 팀에서 저를 선택해주셨다. 이런 샌프란시스코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가장 필요한 부분에 관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게 큰 숙제인 것 같다. 새로운 투수들과 새로운 환경, 새로운 야구장. 한국에서는 항상 버스로 이동했지만, 미국에서는 비행기로 이동해야 한다. 시차도 달라진다. 이런 것들이 제가 적응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그런 것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첫 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기대되는 점에 대해 "제가 미국에 있는 야구장을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 견학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처음 와본 게 오라클 파크다. 모든 메이저리그의 구장이 내게 처음이다. 모든 경기장에서 뛰는 게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사실 미국 현지에서도 이종범과 이정후의 부자 관계에 관해서도 항상 큰 주목을 했다. 앞서 MLB.com은 이정후를 평가하면서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설정하면서 때려낼 수 없는 공까지 칠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을 갖췄다. 타석에서는 약점이 많지 않은 편이다. '배드볼 히터(bad ball hitter)'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는 이정후의 아버지이자 한국의 전설적인 유격수인 이종범으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이라면서 극찬했다. 또 아버지의 구체적인 성적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MLB.com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강력한 가족력을 보여주고 있듯이, 이정후의 아버지는 한국의 레전드 유격수 이종범"이라면서 "이종범은 한국에서 16시즌, 일본에서 4시즌을 각각 보냈는데, 별명이 '바람의 아들(Son of the Wind)'이었다. 통산 타율 0.297, 194홈런을 기록한 이종범은 1994시즌엔 4할에 가까운 타율 0.393의 성적을 거뒀다. 바람의 손자로 불리는 이정후는 현재 개인 통산 69도루를 기록 중이다. 아마도 이종범보다 속도는 빠르지 않을지라도 분명 아버지와 똑같은 수준의 방망이 능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정후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에 관해 "야구적으로 배운 것은 없고요"라며 웃으며 이야기한 뒤 "인성이나, 좋은 사람으로서 클 수 있는 것들, 항상 선수가 잘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오라클파크를 방문한 이정후(가운데)와 이종범(오른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오라클파크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정후(가운데)와 이종범(왼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6일 샌프란시스코 입단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지난 2000년 개장한 오라클 파크는 다소 특이한 구조를 갖춘 메이저리그 중 하나다. 일단 왼쪽 폴대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평범하다. 그러나 우중간부터 급격히 펜스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는 구조를 하고 있다. 왼쪽 폴대부터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03m로 길지만, 우측은 94m로 짧은 편이다. 대신 왼쪽 펜스가 2.4m로 낮지만, 오른쪽은 7.6m로 높은 편이라 홈런 타구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 여기에 오라클 파크의 외야는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데, 해풍까지 들어와서 맞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MLB.com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에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2023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구장인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저조하다.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 역시 84로 메이저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 이에 2000년부터 약물로 얼룩진 배리 본즈를 제외하면 30홈런을 기록한 좌타자가 없다. 반면 이정후는 홈런보다 콘택트 유형의 타자이기에, 넓은 우측 외야를 공략할 경우, 2루타와 3루타를 많이 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는 돔구장에서 뛰었다. 천연 잔디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돼 좋다"면서 "이런 특색 있는 야구장에서, 또 제일 유명한 스플래시 히트(우측 7m 담장을 넘겨 바다에 빠트리는 홈런)를 만들어내는 게 기대가 된다"고 했다. 얼마나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에 대해 많이 공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라클 파크의 구조.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왼쪽 발목 신전지대 부상을 당한 뒤 수술을 받았다. 회복 여부에 대해 이정후는 "완전히 100% 회복이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재활 기간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내년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에 대해서는 "(김)하성이 형은 한국에서 동료로 함께했다. 제게 있어서 정신적 지주가 되는 형이었다. 형이 항상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맞대결을 많이 하겠지만, 함께 뛰었던 시즌을 뒤로 하고 맞붙게 돼 신기하고 설렌다. 형도 항상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많이 물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정후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저는 어리다. 제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리기 때문에 저의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저의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항상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최선을 다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공격과 수비에 관해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엔 부끄럽다. 내년 오프닝 데이에서 보여드리면 팬 분들께서 평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오라클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입단식에서 미소를 짓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의 낮은 삼진율에 주목하고 있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잠재적인 올스타급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이정후가 평균 이상의 출루율 및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라면서 "이정후는 지난 2시즌 동안 삼진율이 5.4%에 그쳤다. KBO 리그 평균 삼진율은 18.2%, MLB 평균은 22.7%였다. 이정후의 뛰어난 콘택트 능력이 MLB 진출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정후의 높은 콘택트율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정후는 "(콘택트를) 신경 쓰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공을 잘 맞히는 능력이었다"며 "공을 단순하게 맞히는 것뿐만 아니라, 풀스윙하면서 잘 맞히려고 했다. 삼진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어떻게든 콘택트를 해서 그라운드로 공을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어려서부터 생각하며 훈련했다. 그러면서 콘택트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누가 지어줬는지에 관해 "아버지의 현역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다. 태어나 보니까 자연스럽게 바람의 손자가 됐다. 한국에서 뛰었을 때는 바람의 손자라는 말이 조금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말하니까 멋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취재진 사이에서는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아버지와 스피드 비교에 관해 "아버지는 정말 빠르셨다. 지금은 제가 이기죠"라면서 "같은 나이대에 같이 뛰라고 하면 절대 못 이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정후는 그 이유에 대해 "올드 햄스트링이 됐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과거 어린 시절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정후는 "중학교 3학년 때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 집에서 잠도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의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 중 하나로 언급돼 왔다. 무엇보다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지난 10월 10일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푸틸라 단장은 두 눈으로 이정후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일어선 채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 에이전트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을 통해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한 타석을 보기 위해 한국에 간 것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그 모습이 슈퍼스타 이정후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단장이 직접 이정후의 경기를 지켜본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는 피트 푸틸라 단장이 고척돔을 찾은 것에 관해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정말 어떻게 보면 하나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한국에서 저의 플레이를 지켜봐 주신 것만으로도 제게는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주전 중견수로 보고 있다. 특히 공격력을 갖춘 외야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그래서 이정후를 영입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현재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꿰찼다고 말할 수 있는 외야수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출신 21세의 루이스 마토스는 지난 시즌 중견수로 가장 많은 76경기를 소화했다. 그렇지만 타율 0.250(253타수 57안타) 2홈런, 2루타 13개, 3루타 1개, 14타점 24득점 3도루 20볼넷 33삼진 장타율 0.342 출루율 0.319 OPS(출루율+장타율) 0.661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을 뿐이다. 당장 루이스 마토스의 자리를 이정후가 꿰찰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다른 외야수인 브라이스 존슨과 오스틴 슬레이터 등도 중견수로 뛰긴 했지만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이정후는 첫 시즌 목표에 관해 "일단 부딪혀 봐야 할 것 같다. 목표를 잡는 것도 좋지만, 우선 적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겠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타격 폼 수정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잘하기 위해서는 변화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메커니즘과 스윙에 좋은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간이 안 좋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겨우내 준비를 많이 했다. 많이 주위에서 도와주셨다.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긴 있지만,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또 저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종료 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021년 구단 역대 최다승(107승) 신기록을 쓰면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확히 5할 승률(81승 81패)을 마크한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79승 83패를 기록, 승률 0.488로 4위까지 내려앉았다. 결국 시즌이 끝나자마자 구단 고위층은 2019년 11월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게이브 케플러 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약점은 타격이었다. 팀 타율은 0.235로 내셔널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팀 OPS(0.695)도 평균(0.74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발 빠르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으로 2년간 활약했던 밥 멜빈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밥 멜빈 감독은 팀 내 약점인 외야수 포지션에 관해 미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운동 신경이 뛰어난 외야수를 찾고 있다"고 했는데 그 주인공은 이정후였다. 밥 멜빈 감독이 아시아 선수와 인연이 깊다는 점도 이정후에게 호재라 할 수 있다.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멜빈 감독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05~2009년)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2011~2021년)를 거쳐 최근에는 2년간 샌디에이고(2022~2023년) 감독을 역임했다. 통상 1517승을 거둔 명장으로 통한다. 시애틀에서는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스즈키 이치로, 샌디에이고에서는 김하성과 다르빗슈 유와 함께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을 꾸준히 주전으로 내보내며 믿음을 심어줬고, 김하성은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보답했다. 이정후는 밥 멜빈 감독과 사령탑으로 만난 것에 관해 "(김)하성이 형이 안 그래도 소식을 들은 뒤 정말 좋은 구단에 가서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 그리고 좋은 감독 밑에서 야구를 하게 돼 정말 잘 됐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만든 이정후의 그래픽.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샌프란스시스코 자이언츠의 역사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정후는 "정말 유명한 선수들이 많지만, 윌리 메이스가 있다. 너무 오래전 야구는 잘 모른다. 최근 기억에 남는 건 2010, 2012, 2014시즌 우승했을 때 그 중심에는 버스터 포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정후는 등번호 51번을 달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빈다. 이에 대한 질문에 이정후는 "어릴 때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봤던 선수가 이치로 스즈키였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선수였다. 그래서 저도 이 등번호를 좋아해 달고 뛰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만났던 선수에 대해 "오늘 오전에 잠깐 운동하면서 오스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일 좋아한 선수는 어릴 적 제가 유격수로 뛰었기에 브랜든 크로포드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끝으로 이정후를 향해 오타니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의 라이벌 LA 다저스에 오타니가 입단했다'는 질문에 이정후는 한참을 머뭇거린 뒤 "어, 일단, 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면서도 멋쩍게 답했다. 통역은 "노 코멘트"로 번역하며 기자회견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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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정후가 초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원소속 팀인 키움 히어로즈 역시 큰돈을 벌어들이게 됐다. 2023년 KBO 야구 규약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계약의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이 5000만 1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전체 보장 계약 금액 중 최초 2500만 달러에 대한 20%(500만 달러)와 2500만 1달러부터 5000만 달러에 대한 17.5%(437만 5000달러), 5000만 달러를 초과한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의 15%를 합친 금액을 KBO 원소속팀에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키움은 이정후 계약의 5000만 달러까지에 해당하는 937만 5000달러와 함께 5000만 달러 초과 금액의 15%인 945만 달러를 합쳐서 총 1882만 5000달러(약 247억 원)를 포스팅비로 받게 된다. 사실상 구단을 1년간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큰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액수는 지난 2018년 규약 개정 이후 최고 금액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할 당시, LA 다저스가 한화 이글스에 지불했던 2573만 7737달러(약 338억 원)였는데, 당시에는 금액 제한이 없는 자유 경쟁 입찰 방식이었기 때문에 지금과 차이가 있다.이정후의 이적으로 키움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거를 4명이나 배출한 구단으로 등극했다. 지난 2014년에는 유격수 강정호(36)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진출하며 길을 열었다. 당시 키움은 당시 500만 2015달러(약 66억 원)를 포스팅비로 받았다. 이듬해에는 1루수 박병호(37·KT)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1285만 달러(약 169억 원)를 벌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김하성(28)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진출했다. 규약 개정 후 키움의 첫 메이저리그 진출 사례였다. 당시 김하성은 4년 2800만 달러(약 369억 원) 계약을 맺었다. 이에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와 초과분 300만 달러의 17.5%인 52만 5000달러를 합쳐 총 552만 5000달러(약 73억 원)의 이적료를 구단이 가져갔다. 그리고 이번에 이정후까지 포함, 키움이 받은 총 포스팅비는 무려 4220만 2015달러(약 556억원)에 달한다. KBO 리그의 메이저리그 사관 학교라 할 만한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 첫해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KBO 리그 7시즌 통산 88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2루타 244개, 3루타 43개,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탄탄한 성적을 거뒀다.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5시즌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의 성적과 함께 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등 타격 부문 5관왕을 달성했다. 결국 MVP를 차지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정후는 KBO 리그 7시즌 동안 1번 타순에서 1468타석을 소화했다. 이는 3번 타순으로 뛰었던 2017 타석 다음으로 많이 들어선 자리이기도 하다.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1번 타순에서 통산 타율 0.328, 11홈런, 139타점, OPS 0.832를 찍었다. 2023시즌에는 1번 타순에서 95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86, 8타점, OPS 0.740을 마크했다. 이정후는 통산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현역 선수 중 KBO 리그 통산 타율 1위에 랭크돼 있다. 다만 올 시즌에는 7월 왼 발목 신전지대 손상이라는 부상을 당하면서 86경기 출전에 그친 채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래도 이정후는 소속 팀 홍원기 키움 감독의 배려로 마지막 홈 경기에서 한 타석을 설 수 있었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도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다고 알렸다. /사진=MLB.com 공식 SNS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입단을 환영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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