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합류 KT, 역대급 강타선 완성…홈런왕 경쟁도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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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05:1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KT 위즈가 리그 최고의 중심타선을 완성했다.
KT는 7일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총액 90만 달러에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는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과의 재계약 협상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게 KT 구단의 설명이다.
로하스는 계약 이후 "다시 KT 유니폼을 입게 돼서 기쁘다. KT에서 뛰면서 좋은 기억이 많았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 동료들과 팬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마법사 군단의 일원이 된 로하스
2017시즌을 치르던 KT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다. 6월 9일 조니 모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멜 로하스 주니어를 총액 40만 달러에 영입했다. 당시 모넬은 28경기 85타수 14안타 타율 0.165 2홈런 9타점으로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로하스는 미국 인디애나 출신의 외야수로 일리노이주 와바쉬 밸리 대학을 졸업했다. 2010년 피츠버그에 3라운드로 입단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8시즌 동안 활약했으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 국가대표로도 출전했다.
그해 애틀란타 산하 트리플 A팀인 귀넷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경기를 뛰고 있던 로하스는 6월 9일 기준 54경기 212타수 55안타 타율 0.259 6홈런 31타점을 마크했다. 개인 통산 성적은 849경기 3039타수 780안타 타율 0.257 46홈런 328타점이었다.
당시 KT 구단은 "타격 밸런스와 선구안이 좋은 중장거리 타자로 좌우 타석 모두 타격이 가능해 팀 전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선수다. 중심 타선 보강을 통한 팀 성적 반등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를 평정한 로하스의 화려한 성적
로하스는 KBO리그 데뷔 첫해 83경기 336타수 101안타 타율 0.301 18홈런 56타점 OPS 0.911로 연착륙에 성공한 뒤 KT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KT 구단은 "로하스는 시즌 중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야구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중심 타자 역할을 비롯해 취약 포지션인 중견 수비 및 주루 플레이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여줬다"며 "메이저리그에 대한 도전을 미루고 KT에서 다시 뛰겠다는 결정을 내려줘 고맙게 생각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선수여서, 내년 시즌에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KBO리그 적응을 완벽하게 끝낸 로하스는 2018년 맹타를 휘둘렀다.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에서 '2017년 20승 투수' 헥터 노에시로부터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더니 정규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564타수 172안타 타율 0.305 43홈런 114타점 OPS 0.979로 데뷔 두 시즌 만에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비록 팀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으나 로하스의 존재감만큼은 독보적이었다.
2019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로하스는 142경기 521타수 168안타 타율 0.322 24홈런 104타점 OPS 0.905로 활약했다. 특히 2017~2018시즌 중견수를 소화했던 것과 달리 2019시즌에는 중견수뿐만 아니라 좌익수로도 300이닝 이상 소화하며 수비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로하스가 정점을 찍은 건 2020년이었다. 그해 142경기 550타수 192안타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OPS 1.097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득점, 홈런, 타점 부문 1위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까지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로하스의 1군 통산 성적은 511경기 1971타수 633안타 타율 0.321 132홈런 409타점 OPS 0.981.
KT는 로하스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했다.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비록 KT는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강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과 함께 두 시즌 만에 방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로하스
2019~2020년 2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존재감을 알린 로하스는 2021시즌을 앞두고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다. KT는 로하스와의 동행을 원했지만, 일찌감치 그에게 손을 내민 해외 구단들이 있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 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이 호시탐탐 로하스를 노렸다. 결국 KT 구단은 2020년 12월 9일 "로하스 측이 일본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했다고 통보해 왔다"며 "로하스가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었고, 기회가 찾아오면서 한신과 계약하게 됐다"고 알렸다.
그런 로하스가 두 시즌 만에 자취를 감췄다. 왜일까. 일본 무대 첫해였던 2021년 60경기 189타수 41안타 타율 0.217 8홈런 21타점 OPS 0.663으로 부진했다. 이듬해 역시 89경기 183타수 41안타 타율 0.224 9홈런 27타점 OPS 0.732로 기대 이하였다.
로하스의 NPB 통산 성적은 149경기 372타수 82안타 타율 0.220 17홈런 48타점 OPS 0.697. 결국 한신은 로하스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전했고, 일본을 떠난 로하스는 멕시코 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리그의 수준 등을 감안해야 하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올해가 좀 더 나은 편이었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멕시코 리그와 도미니카 리그 성적을 포함한 로하스의 지난해 및 올해 성적은 124경기 298타수 71안타 타율 0.238 11홈런 46타점 OPS 0.743, 100경기 347타수 97안타 타율 0.280 16홈런 61타점 OPS 0.916이었다.
로하스의 몸 상태를 쭉 지켜본 KT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나도현 KT 단장은 "로하스는 다른 리그에서 뛸 때도 꾸준히 지켜봤다.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로하스가 익숙한 팀에 온 만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로하스의 활약을 기원했다.
로하스가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난해 14홈런, 올해 15홈런에 만족해야 했던 알포드보다 더 많은 홈런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홈런을 2~30개만 쳐줘도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수비 능력에 대한 구단의 기대도 크다.
▲'로하스 효과' 기대하는 KT, 중심타선 폭발할 수 있을까
KT는 강백호-박병호-로하스로 이어지는 중심타선과 함께 2024시즌을 준비한다. FA(자유계약)나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이 이뤄진 건 아니지만, 타선의 무게감이 확 달라진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시즌 119개의 홈런으로 전체 9위에 머물렀던 KT는 이듬해 206홈런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23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쏘아 올렸다. 투고타자 현상이 나타난 2019년에도 103홈런(5위)으로 선전했고, 2020년에는 163홈런(2위)으로 위력적인 타선을 뽐냈다.
하지만 KT는 2021년 106홈런(7위)으로 주춤했다. 지난해 119홈런(2위)으로 아쉬움을 만회하는 듯했으나 올해 89홈런(7위)로 예상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두 차례나 40홈런을 쳤던 로하스라면 더 많은 홈런을 기대해볼 만하다.
여기에 로하스와 함께 중심타선을 꾸리게 될 강백호, 박병호의 활약까지 더해진다면 팀으로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8년부터 타선의 한 축을 책임진 강백호는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올해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강백호는 71경기 238타수 63안타 타율 0.265 8홈런 39타점 OPS 0.763으로 부진했고, 2년 연속으로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준비 기간에는 청백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옆구리 부상을 입었다. 결국 강백호는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무대를 아예 밟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선수 본인도 아쉬웠지만, 장타 생산이 가능한 타자를 한 명 잃은 KT는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을 체감했다.
지난해 35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홈런왕에 등극했던 박병호도 기대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올해 박병호는 132경기 431타수 122안타 타율 0.283 18홈런 87타점 OPS 0.8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도 각각 20타수 4안타 타율 0.200 1타점과 18타수 2안타 타율 0.111 2홈런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쿠에바스, 손동현, 박영현 등 주축 투수들의 역투로 버텼던 KT는 예년에 비해 약해진 공격력을 극복하지 못한 채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쳤다.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가을야구였다. 내년에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KT의 생각이다. 로하스 홀로 타선을 이끌 수 없기에 KT로선 두 선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로하스 떠난 뒤 국내 타자들이 가져간 홈런왕 타이틀, 내년엔 다를까
로하스가 KT와 다시 손을 잡게 되면서 홈런왕을 노리는 타자들의 활약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홈런 부문 1위로 2020시즌을 마무리한 로하스가 일본으로 떠난 뒤 최근 세 시즌 동안 홈런 부문 1위에 오른 선수는 전부 국내 선수들이었다. 2021년에는 최정(SSG)이 35개의 홈런을 생산하면서 나성범과 애린 알테어(이상 NC 다이노스)의 추격을 뿌리쳤다. 2022년에는 박병호가 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30홈런을 만들면서 홈런왕이 됐다.
올 시즌 홈런왕의 주인공은 바로 노시환(한화 이글스)이었다. 31홈런을 기록하면서 커리어 하이 달성과 함께 데뷔 첫 홈런왕을 차지했다. 무엇보다도, 공동 3위 오스틴 딘(LG 트윈스)을 제외하면 최정, 채은성(한화), 양석환(두산 베어스)까지 5위 이내로 시즌을 마친 타자들이 전부 국내 타자들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로하스가 KBO리그를 떠난 뒤 외국인 타자보다는 국내 타자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리그 적응에 대한 걱정이 없는 로하스가 경쟁에 뛰어든다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2020년 이후 4년 만의 KBO리그 복귀와 함께 홈런왕을 정조준하는 로하스가 웃게 될지, 아니면 로하스의 합류에 관계없이 국내 타자들이 경쟁을 이겨낼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멜 로하스 주니어 2017~2023년 정규시즌 연도별 성적(KBO, NPB 포함)
-2017시즌(KBO리그): 83경기 336타수 101안타 타율 0.301 18홈런 56타점 OPS 0.911
-2018시즌(KBO리그): 144경기 564타수 172안타 타율 0.305 43홈런 114타점 OPS 0.979
-2019시즌(KBO리그): 142경기 521타수 168안타 타율 0.322 24홈런 104타점 OPS 0.905
-2020시즌(KBO리그): 142경기 550타수 192안타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 OPS 1.097
-2021시즌(NPB): 60경기 189타수 41안타 타율 0.217 8홈런 21타점 OPS 0.663
-2022시즌(NPB): 89경기 183타수 41안타 타율 0.224 9홈런 27타점 OPS 0.732
-2022시즌(도미니카 리그, 멕시코 리그 포함): 124경기 298타수 71안타 타율 0.238 11홈런 46타점 OPS 0.743
-2023시즌(도미니카 리그, 멕시코 리그 포함): 101경기 351타수 97안타 타율 0.276 16홈런 61타점 OPS 0.907
◆최근 7시즌(2017~2023년) KBO리그 연도별 홈런 부문 TOP 5
▲2017시즌
-1위: 최정(SK 와이번스, 46개)
-2위: 윌린 로사리오(한화 이글스, 37개)
-공동 3위: 김재환(두산 베어스), 재비어 스크릭스(NC 다이노스, 이상 35개)
-5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34개)
▲2018시즌
-1위: 김재환(두산 베어스, 43개)
-공동 2위: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멜 로하스 주니어(KT, 이상 43개)
-5위: 한유섬(SK 와이번스, 41개)
▲2019시즌
-1위: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33개)
-공동 2위: 제이미 로맥, 최정(이상 SK 와이번스, 29개)
-4위: 제리 샌즈(넥센 히어로즈, 28개)
-5위: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24개)
▲2020시즌
-1위: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47개)
-2위: 로베르토 라모스(LG 트윈스, 38개)
-3위: 나성범(NC 다이노스, 34개)
-공동 4위: 최정(SK 와이번스), 양의지(NC 다이노스, 이상 33개)
▲2021시즌
-1위: 최정(SSG 랜더스, 35개)
-2위: 나성범(NC 다이노스, 33개)
-3위: 애런 알테어(NC 다이노스, 32개)
-4위: 한유섬(SSG 랜더스, 31개)
-5위: 양의지(NC 다이노스, 30개)
▲2022시즌
-1위: 박병호(KT 위즈, 35개)
-2위: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28개)
-3위: 최정(SSG 랜더스, 26개)
-4위: 오지환(LG 트윈스, 25개)
-공동 5위: 김재환(두산 베어스), 김현수(LG 트윈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이상 23개)
▲2023시즌
-1위: 노시환(한화 이글스, 31개)
-2위: 최정(SSG 랜더스, 29개)
-공동 3위: 오스틴 딘(LG 트윈스), 채은성(한화 이글스, 이상 23개)
-5위: 양석환(두산 베어스, 21개)
사진=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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