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우승 두번 영광 함께했다, LG 트윈스 ‘쌍둥이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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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06:11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쌍둥이’ 직원 김재권 구장관리팀 책임(왼쪽)과 김재환 운영팀 매니저. 각각 우승 엠블럼이 든 깃발과 트로피를 들고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그런데 LG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에도 ‘트윈스’가 있다. 바로 김재권-김재환(48) ‘쌍둥이’ 형제다. 이들은 LG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1994년부터 LG맨으로 일했다. 그리고 올해 29년 만에 다시 통합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LG의 황금기와 암흑기를 고스란히 함께한 김재권 구장관리팀 책임과 김재환 운영팀 책임을 22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형 김재권 책임은 아직도 한국시리즈의 감흥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3차전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경기다. 요즘도 출근길에 오지환의 홈런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며 웃었다.
LG에 연습생으로 입단했던 김재권(오른쪽)-재환 형제의 청량중 시절 모습. [사진 김재권]
형제는 나란히 야구선수가 됐다. 김재권 책임은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야구부원을 모집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당장 아버지를 졸라 가입했다. 그러다가 야구부가 없어져서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가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둘은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며 경동고에 진학했다. 그러나 프로 구단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김재권 책임은 “동생이 야구는 더 잘했는데 둘 다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연습생으로라도 프로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장종훈과 한용덕 선배가 연습생 신화로 유명했을 때였다”고 했다.
쌍둥이 형제는 1994년 LG에 연습생으로 입단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1990년대 LG에는 잘 치고, 잘 뛰는 선수가 많았다. 입단 동기만 따져도 김재현·류지현·서용빈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결국 동생이 1995년 말 입대했고, 형도 2년 뒤 입대하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그래도 LG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쌍둥이 형제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구단이 프런트 업무를 제안해 둘은 전역 후 나란히 직원으로 입사했다. 김재권 책임은 “나는 2군 매니저로, 동생은 1군 전력분석원으로 프런트의 길을 걷게 됐다. 아무래도 우리 쌍둥이에게 LG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 팬들은 이번 가을야구 기간 유광점퍼를 입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런데 2002년 반짝이 유광점퍼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쌍둥이 형제의 동생인 김재환 책임이다.
김 책임은 “운영팀 용품 담당으로 일할 때였다. 당시에도 팬들이 입을 수 있는 상의가 있었는데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옷을 만들기로 했다. 국내에는 마땅한 재료가 없어 일본까지 가서 소재를 구해왔다”고 회상했다.
당시 구단주였던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김 책임은 “구단주님께서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나야 한다’는 말씀으로 유광점퍼 제작을 승인해주셨다.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새삼 구단주님의 선수 사랑이 함께 떠올랐다”고 했다.
쌍둥이 형제는 앞으로도 LG의 왕조를 이어가기 위해 프런트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형 김재권 책임은 “그동안 옆집 두산 베어스를 보면서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년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즐기는 모습이 어찌나 샘이 나던지. 그래서 우리는 포스트시즌만 되면 잠실구장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시리즈를 뿌듯한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동생 김재환 책임은 “팬들과 선수 및 직원의 진심이 모여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일궈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LG가 황금기를 걸을 수 있도록 우리 쌍둥이 형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사제공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