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쓱크랩북] 전무후무 대업 그 1년 뒤, SSG는 왜 가장 멋없는 '빌런'으로 추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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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06:1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우승하면 단장은 딱 3일만 좋다던데요"는 말에, 류선규 전 SSG 단장은 "3일이요? 3시간에 끝나던데요"라고 웃었다. 2022년 KBO리그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정규시즌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단 하루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우승)에 SSG 간판을 건 뒤 첫 통합 우승을 한 직후였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였지만, 복잡한 '논공행상'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프런트는 곧 냉정한 현실로 돌아왔다.
예상대로 협상 테이블이 유독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베테랑 외야수이자 한국시리즈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선보인 김강민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상황에서 구단은 두 가지 방향을 모두 고민해야 했다. 하나는 우승 보너스, 하나는 2023년도 연봉이었다. 우승 보너스부터가 복잡했다. 김강민이 2022년 가을에 보여준 대활약을 고려하면 최상위 등급은 당연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구단이 원칙을 깨야 했다.
포스트시즌 배당금 구조가 원인이었다. KBO는 포스트시즌 전체 수입 중 제반 비용을 제외한 50%를 정규시즌 우승 팀에게 먼저 준다. 그리고 나머지 50%를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5개 팀에 지급한다. 이런 구조인 까닭에 SSG는 우승 보너스 산정에도 정규시즌 고과를 포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게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이 구조에서 타격을 받는 선수가 김강민이었다. 김강민은 2022년 정규시즌에서는 84경기 출전에 그쳤다. 정규시즌 고과는 출전 경기 수와 타석, 이닝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규시즌 고과가 고려된다면 최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웠다는 게 당시 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였다.
영웅적인 활약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SSG는 활약상을 고려해 김강민을 일단 원칙에서 예외로 한 뒤, 우승 보너스는 최상위 등급을 매겼다. 대신 연봉 협상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다. 김강민의 2022년 연봉은 1억6000만 원인데, 구단의 고과 시스템에 2022년 성적을 돌리면 오히려 삭감 대상자라는 것이었다. 반대로 김강민은 팀을 우승으로 이끈 마지막 잔상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동결은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협상이 해를 넘어 캠프 출발 직전까지 갔던 이유다.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준비했나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시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테이블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구단도, 김강민도 은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당장의 연봉과 별개로 자연스럽게 추후 코치직, 지도자 연수 등 여러 논의가 있었다. 구단이 먼저 제안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약간의 '어음성' 성격이 있었던 셈이다. 현역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김강민도 결국 추후 구단의 대우를 기대하며 동결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게 올해 1월의 일이었다.
올 시즌을 거치며 김강민의 은퇴가 다가오고 있다는 정황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선수의 지난해만 활약상이 못했다. 또한 최지훈이라는 주전 중견수가 탄생하고, 수비력이 좋은 외야수인 김정민의 지명, 그리고 공격에서는 구단 내 최고 유망주라는 김창평의 외야 전향, 대수비와 대주자 몫을 능히 해낼 수 있는 채현우의 제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구단은 김강민 없는 2024년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강민 또한 현역의 마지막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 현역을 연장하느냐, 지도자 생활로 접어드느냐에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다른 팀에서 현역을 이어 갈 생각이 없다는 것도 분명했다. 어쨌든 여기서 끝을 내고 싶었다. 이게 시즌 중반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 SSG는 중대한 첫 번째 실책을 저지른다. 1월 협상 당시 김강민의 '은퇴 이후'를 거론했던 구단이, 정작 '은퇴 이후'의 설계에 대해 확실한 준비를 해놓지 못한 것이다. 이를 테면 지도자 연수를 가려면 언제부터,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할지를 알아봐야 했다. 말을 먼저 꺼냈다면 "이렇게 준비가 되어 있는데 생각이 어떤가"라고 물어보는 게 제대로 된 프로세스다. 하지만 구체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1월 당시 구단과 이야기했던 것이 머리에 생생했던 김강민으로서는 구단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두 번째 단추가 잘 들어갈리 만무했다. 현재 R&D 센터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김성용 단장은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직후 팀의 최선임인 추신수 김강민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강민에게 지도자 연수 등의 확정된 대안 없이 팀의 샐러리캡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그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샐러리캡을 이야기하며 연봉의 삭감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한 건 선수에게는 은퇴 종용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모든 폭발의 시작점으로 뽑힌다.
사실 김강민 협상은 SK 시절부터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했다. 선수의 경력을 보면 잘했다가 못했던 시기도 있고, 못하다가 다시 반등한 시기도 있다. 협상의 '갑'과 주도권이 매년 바뀐 대표적인, 생각보다 희귀한 사례다. 구단 우세 시장에서는 김강민이 반발했고, 선수 우세 시장에서는 구단이 난색을 표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SSG의 세 번째 실책은 연이어 나온다. 매번 협상이 오래 갔던 전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2차 드래프트 전 어떤 방식으로 빨리 합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구단의 움직임이 굼떴다.
당시 SSG는 2022년 통합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을 사실상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을 때였다. 또한 코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새로운 코치들을 영입하는 것도 급선무였다. 말 그대로 일이 많았을 때다. 하지만 협상의 주체인 김성용 단장이 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김강민을 챙기지 못했다는 게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 추신수와 함께 만난 자리 이후로는 보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 정도 더 만난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단독으로 만난 자리는 한 번뿐이었다는 것이다. 김강민으로서는 초조함을 넘어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이어졌다.
뭔가의 합의도 지지부진했다. 협상에서 양자의 눈높이가 다른 건 꼭 프로야구단뿐만 아니라 우리네 일상에서도 늘 있는 일이다. 실제 SSG과 김강민은 코치 초임 연봉, 지도자 연수 기간 등을 놓고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런데 구단이 준비한 게 마땅치 않으니 제대로 된 설득이 될 리 만무했다. 가장 결정적인 실책이자, 네 번째 실책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드래프트 35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다. 안일했다.
물론 추후 김강민을 지명하는 한화와 달리, 나머지 구단들은 김강민의 은퇴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2차 드래프트 행사장에 있었던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김강민이 지명되자 장내가 조금은 술렁였다. 은퇴하는 줄 알았던 선수를 지명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한화와 김강민 사이에 현역 연장을 두고 뭔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어떤 사안의 전략, 하물며 2차 드래프트와 같이 중요한 사안을 두고는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러나 SSG는 KBO리그 전체 구단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만 믿고 '김강민을 지명할 리 없다'는 안일한 판단을 했다. 반대로 한화에는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 등 김강민을 잘 아는 전 SK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한화는 자신들이 가진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했을 뿐이었다.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SSG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구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책은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다섯 번째 실책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구단의 안을 제대로 풀어놓지도 못한 것이다. 초임 연봉, 지도자 연수 기간 등에서 이견이 있자 SSG 내부에서는 영구 결번을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한다. 일반 은퇴라면 타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들과 유의미한 차이를 두기 어렵지만, 영구 결번 선수라면 아무래도 차이를 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강민의 영구 결번 자격은 논란이 있었지만, SSG 내부에서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2000경기 동안 팀에 공헌한 부분은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던 터다. 설사 성적이 슈퍼스타급은 아니어도, 팀을 위해 20년 넘게 근속하며 공헌한 선수는 영구 결번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상징도 만들어주려 했다. 4월 초 은퇴 경기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만남 자체가 적은 가운데, 협상 책임자인 김성용 단장이 2차 드래프트를 전후해 구단이 가진 안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지 못하면서 마지막 기회조차 날렸다. 김강민은 플레잉코치를 하다 적당한 시점에 지도자 연수를 떠나겠다는 안을 역제안한 상태였으나 SSG는 플레잉코치에 대해서는 줄곧 난색인 상황이었다. 플레잉코치가 부담스럽다면 대화를 통해 뭔가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까지 부족하니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이 짙어지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길게는 1년, 짧아도 20일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강민은 지쳐갔다.
결국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하고, 자신의 의견도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질 기미가 없는데다 한화의 러브콜까지 오자 김강민의 마음도 움직였다. 김강민이 '원클럽맨'의 영광스러운 칭호, 그리고 어쨌든 언젠가는 올 것이었던 코치와 지도자 연수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팀을 떠난 배경이었다. 구단에 대한 실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본 SSG도 김성용 단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자신이 총책임자였던 김강민 협상 테이블에 실패한데다 잡음까지 만든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특히 다섯 번째 실책이 경질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추측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우리가 안을 만들었다고 누가 믿어주겠느냐"는 자조가 들린다.
프로세스도, 멋도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빌런'이 된 SSG
김강민이 결국 팀을 떠나자 선수단 내부에서도 동요하는 움직임이 대놓고 포착됐다. 일부 주축 선수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랜 기간 자신들과 함께 전장에서 싸운 전우의 이탈을 아쉬워하는 목소리일 수도 있겠으나 이번 사태를 만든 구단의 아마추어적 프로세스를 직격한다고 봐야 한다. 선수들도 김강민의 1년을 직접 옆에서 지켜보고, 관심도 컸다. 그런데 결국 이런 대우를 받자 선수들 사이에서의 불만과 불안감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선수들은 35인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떠나, 지지부진했던 1년의 과정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 선수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들의 영웅이 아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SSG는 이미 사실상의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표방한 상황이었고, 실제 2차 드래프트 움직임이 그랬다. 구단 내부에서 보호 제외 선수 명단을 의도적으로 새게 한 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타 구단을 통해 조금씩 알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정 선수의 제외를 인정해버린 것 또한 선수단 민심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나 김강민의 경우 선수단을 뒤흔들 만한 파급력이 큰 사안임에도 구단은 최악의 시나리오와 그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고, 어쩌면 예상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SSG는 꽤 그럴싸한 구단이었다. 새롭게 프로야구에 뛰어들어 판을 바꿔보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구단의 투자도 적극적이었다. 대형 계약이 쏟아졌고, 2년 연속 압도적인 팀 연봉 1위였다.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의 대업, 청라돔구장 계획, 100만 관중을 돌파한 든든한 '팬심'까지 호재도 많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신흥 명문으로 클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1년 사이 구단을 둘러싼 이미지는 오히려 바닥까지 추락했다.
통합우승의 달콤한 꿈에서 깨기도 전에 이른바 '비선실세' 논란으로 대변되는 사태에 수뇌부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한 특정 인사의 무리한 개입과 욕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권을 잡은 SSG의 주변을 맴돌던 인사들이 공습을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과정에서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인사이자 구단 살림에 밝았던 류선규 전 단장이 사실상 경질됐다. 류 전 단장은 "구단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의연하게 팀을 떠났으나 하필 통합 우승 직후라는 점, 류 전 단장을 따르던 프런트 인사가 많았다는 점에서 구단 내부에서 동요가 심했다.
이후 비선실세 의혹을 원천 차단하고 친SSG계로 분류되던 김성용 단장 체제로 내부를 수습했으나 시즌 내내 이것저것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 단장은 오랜 기간 아마추어 지도자로 활약하며 자신의 영역에서는 인정을 받는 인사였지만, 프로의 그것에는 상대적으로 밝지 못했다. 여러 방면에서 구단 선진화를 위해 애를 쓴 것은 사실이나 정작 '단장의 시간'인 오프시즌이 찾아오자 고전했다는 게 야구계의 시선이다. 선수단에서도 '외부 인사'로 보는 시각이 강했고, 김 단장도 선수단 내부의 심리를 잘 읽지 못했다는 게 결국 2차 드래프트 사태로 드러났다.
시즌 중반에는 강화 2군 시설에서 다시 폭행 사건이 터져 구단 이미지에 금이 갔다. 첫 번째라면 모를까,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것도 첫 사건이 2020년이었으니 오래 되지 않은 일이었고, 그 사건 이후 내부 교육을 강화했다던 SSG의 자신감도 공염불이 됐다. 그나마 이번에는 사건을 먼저 KBO에 신고한 게 하나의 차이점이었으나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는 어려웠다. SSG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상징했다.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바라는 프런트, 일단 성적을 내는 게 급했던 김원형 전 감독과 사이도 갈수록 삐걱댔다. 계속된 대화를 시도했지만 프런트와 구단이 뭔가 한 방향으로 시선을 맞추는 데 끝내 실패했다. 이는 2022년 통합우승 감독이자,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김원형 전 감독의 전격적인 경질로 이어졌다. 오프시즌 개막부터 시끄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 감독의 경질에 '성적'이나 '정용진'과 같은 키워드는 비중이 작았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경질을 100%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100% 이해 못할 것도 아닌"이라는 말로 이번 사태를 정의한다. 야구계에서 다들 이해할 만한 명분은 있었다. 그런데 정작 파워게임에서 승리한 프런트의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라면 모를까, KBO리그 정서에서는 철저한 보안으로 유지됐어야 할 감독 면접자 명단이 전부 외부로 유출되며 KBO리그의 시선을 한몸에 사로잡는 팀이 됐다. 물론 부정적인 면에서 그랬다.
특히 이호준 LG 코치가 최종 면접 대상자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것을 단장이 직접 인정하면서 리그 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LG는 당장 한국시리즈를 앞둔 팀이었다. 좋게 수습하면서도 내부에서는 불평이 있었다. 4명의 최종 면접자 중 '공식적'으로 이름이 밝혀진 건 이 코치였고, 개인적인 경력에도 썩 좋지 않은 생채기로 남았다. 야구계에서는 "소문이 나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고, 어떻게 소문이 났다면 함구하는 게 차선"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많았다.
이후에도 KBO를 시끄럽게 할 만한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고 있었던 손시헌 퓨처스팀 감독을 데려오는 과정에서도 NC와 껄끄러운 관계를 남겼다. 여기에 이숭용 감독 선임 이후 배영수 송신영 강병식 코치 등 이미 다음 시즌 해당 팀의 구상에 포함된 코치들을 연이어 데려오거나 접촉했다. 해당 구단들은 더 중요한 보직으로 가기에 이해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남겼으나, 야구계 전반적으로는 "SSG가 상도의 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매서운 눈으로 바라본다. SSG를 바라보는 리그 전체의 시선이 너무 차가워졌다.
결국 SSG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상당수 의사 결정을 주도한 김성용 단장을 경질하는 조치로 매듭풀이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SSG 그룹이 이제는 야구단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처럼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였지만, 이미 떠난 김강민처럼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특히 김강민 이적은 팬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는 점에서 1년 흑역사의 정점으로 기억될 만하다.
앞으로도 우려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랜 기간 구단 실무를 이끌었던 손차훈 류선규 단장이 팀을 떠난 가운데 징검다리로 생각했던 김성용 체제마저 실패했다. 이제 SSG는 타 구단에 비해 소장파 팀장급 인사들이 차후 선수단 구성, 외국인 선수, FA 협상 등을 주도해야 한다. 당장 단장 선임부터가 시험대인데, 여기서도 뒷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혼날 일이 또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프로가 동경의 무대가 되는 건 체계적인 구단 시스템에, 무엇보다 '프로'의 멋이 있기 때문이다. 전신인 SK가 너무 멋을 차리려고 해 실리를 잃는다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프로야구단을 둘러싼 특이한 감정적 요소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명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고, 그 명분은 추후 구단의 방패막이가 될 만한 합리성을 갖춘 경우도 있었다.
반면 SSG의 지난 1년은 체계적인 기획의 프로세스도 안 보이고, 무엇보다 너무 멋이 없었다. 순위표에 찍히는 성적 외의 다른 뭔가가 때로는 더 중요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팬들은 이기는 구단을 원하지만, 매번 이기고 우승할 수 없다는 것도 공감한다. 대신 선수와 구단이 사고를 치지 않고, 우리들의 스타를 지켜주고, 도덕성을 지키는 기본을 바란다. SSG가 이번 오프시즌에 잘못한 것은 '챔피언을 못해도 좋으니 빌런은 되지 말아 달라'는 팬들의 기본적인 바람을 해결해주지 못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한 번 떨어진 주가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SSG 담당기자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