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논란' 황의조, 中 광저우 이동 뒤 조용히 영국행…한국 거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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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3 05:1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황의조의 모습은 입국장에서 볼 수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전날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컵(캐나다·멕시코·미국 공동 개최) 아시아 2차예선 2차전 중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일궈내고 20시간이 안 된 시점이었다.
한국은 간판 스타 손흥민이 전반 11분 페널티킥 골과 전반 45분 헤더골을 터트리고 수비수 정승현이 후반 42분 세트피스 때 헤더골을 넣어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16일 싱가포르를 홈에서 5-0으로 대파했던 한국은 중국전 쾌승까지 2전 전승(승점 6)을 거두며 C조 선두를 유지했다. 클린스만호 초기 불안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 아시아 최강의 지위를 일본과 다툴 만한 전력으로 업그레이드를 이뤘다. 상대팀인 중국 대표팀을 이끄는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이 "내일 월드컵을 치러 한국이 4강에 간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전 쾌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클린스만호는 또다른 설화에 휩싸였다.
불법 촬영 혐의에 따른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황의조가 중국전 후반 27분에 교체로 들어가 22분간 그라운드를 누볐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의조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A씨는 황의조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게시했다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이어 같은 달 26일엔 황의조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 성동경찰서에 사생활 폭로글 유포자 A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황의조 측은 해당 영상이 지난해 그리스 1부리그 올림피아코스에서 임대 신분으로 뛸 당시 도난당한 휴대전화 안에 있었던 것들이라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폭로 글 내용도 허위이며, 이 사안으로 이미 여러 차례 협박을 당해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황의조는 이어 영국으로 출국하기 전 자필로 된 입장문을 발표하며 자신이 피해자라는 입장과 함께 불법 촬영이 결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5개월 가까이 잠잠하던 사건은 황의조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점화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17일 황의조를 불법촬영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A씨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기까지는 황의조가 일방적인 피해자인 것처럼 간주됐다.
하지만 21일 황의조 전 연인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해자(전 연인)가 황씨와 교제안 적은 있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나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었고, 계속해서 삭제해달라고 청해왔다"며 "황씨는 잘못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대신 언론을 통해 '전 연인과 합의 하에 촬영했다'는 거짓말을 해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주장하면서 황의조를 고소함에 따라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황의조가 중국전에 뛰어 출전하면서 국민들 시선을 모은 것이다. 불법 촬영 혐의에 따른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에 나서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여론의 찬반이 치열했다. 22일엔 A씨가 황의조의 친형수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대표팀을 지휘하는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황의조의 출전이 정당하다는 뜻을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 투입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배경에서 투입이 결정됐고, 앞으로는 계획에 변동이 있는가"란 질문에 "황의조는 우리 선수다. 아직까지 혐의가 입증되거나 아니면 혐의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40년 동안 이제 축구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며 "그 때마다 추측성도 있었기에 혐의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우리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며 "좋은 선수다. 많은 것을 갖춘 선수라는 말도 하고 싶고, 아시안컵을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데 아시안컵까지 가는 이 준비과정에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황의조를 아시안컵이 열리는 카타르에 데려가고 싶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에게 조언한 것이 있나란 질문에 대해선 "간단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 크게 얘기한 것은 없다. 명확하게 혐의가 있거나 정확하게 나온게 없다. '돌아가서 노리치시티에서 집중하고 많은 득점을 올리길 바란다, 네가 이제 아시안컵 가서 많은 득점을 올려야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니 컨디션 유지를 잘해라'라는 정도의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축구와 관련된 얘기 위주로 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의조를 인천국제공항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많은 이들과 언론들이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태극전사들 중 해외에서 뛰는 9명은 소속팀 다음 경기가 촉박하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전 끝난 뒤 사비를 들여 전세기를 빌린 뒤 22일 새벽 일찌감치 한국에 왔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인범(즈베즈다), 이강인(PSG), 오현규(셀틱),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그리고 중동에서 뛰는 김승규(알샤바브) 등이 전세기를 빌렸다. 한국에 와서 다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겠다는 뜻이었다.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활약하는 조규성은 중국전 직후 브뤼셀 등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어 선전 공항에서 이를 타고 갔다.
반면 황의조는 전세기 명단에도 없고, 조규성처럼 선전 공항을 통해 이동한 사실도 공지되지 않아 국내파 태극전사들과 함께 귀국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엑스포츠뉴스 등 한국-중국 경기를 현지에서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선전 공항에서 대표팀 본진이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황의조가 이미 선전 인근 도시 광저우로 간 뒤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보면 황의조의 동선이 비밀리에 감춰져 있다가 뒤늦게 공개된 셈이다. 일각에선 황의조가 한국에 와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하지만 황의조는 조용히 런던으로 향한 셈이 됐다.
한편, 황의조는 2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상대 여성(전 연인)은 방송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 최대한 여성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공식적으로 대응을 자제했고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려 했다"라며 "황의조 범죄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가 유포되고 이 여성의 일방적 입장이 진실인 것처럼 호도돼 방어적 차원에서 소명에 나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결백을 강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노리치 시티 SNS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