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이 부른 2차 드래프트 후폭풍...SSG, '원클럽맨' 김강민 잃고 선수단 신뢰마저 잃었다
자유인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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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05:20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2019년 이후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의 후폭풍이 거세다. 충격과 혼돈의 지명 결과 속에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다름 아닌 SSG 랜더스의 '원클럽맨' 김강민(41)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22일 서울 양재동 모처에서 2024 KBO 2차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10개 구단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공개로 진행된 2차 드래프트는 총 22명의 선수가 다른 팀의 지명을 받아 이적하게 됐다.
10개 구단이 3라운드씩 지명을 실시한 뒤 하위 3팀(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에게는 2명의 추가 지명권이 부여됐다. 여기서 한화는 4라운드 22순위에 김강민을 지명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였다.
김강민은 2001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해 23시즌 동안 한 팀에서 뛴 KBO리그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다. SK 시절에는 왕조 시기를 포함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07, 2008, 2010, 2018년)을 경험했고, SSG로 바뀐 뒤에는 2022년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역대 한국시리즈 최초의 대타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강민은 올 시즌 70경기 타율 0.226(137타수 31안타) 2홈런 7타점 OPS 0.627로 하락세를 겪었다. 1982년생인 김강민은 팀 통료 추신수,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왕' 오승환과 더불어 2023시즌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였다. 어느덧 불혹을 넘긴 '짐승' 김강민은 현역 연장과 은퇴라는 갈림길에 놓인 상황이었다.
2022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김강민 / 사진=뉴스1
이러한 상황에서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SSG는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작성한 보호선수 35인 명단에 김강민을 포함시키지 않았고, 외야수 보강이 필요한 한화는 김강민을 지명했다.
SSG 구단의 방심이자 실수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3연패를 당하며 시즌이 끝난 SSG는 김원형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유망주 육성의 기치로 내걸고 '리모델링'을 선언한 SSG는 신임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선임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2차 드래프트를 준비하며 샐러리캡 관리를 위해 FA 계약 기간이 남은 최주환을 보호선수 35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파격적인 결정도 내렸다.
그 과정에서 SSG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의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만약 시간이 촉박해서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면 보호선수 35인 명단에 김강민을 포함시키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SSG는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을 확률이 0%가 아닌 상황임에도 김강민을 묶지 않았다.
김강민을 지명한 한화는 과거 2012년 NC의 창단 특별 지명 때 은퇴를 앞둔 박찬호를 보호선수 20인 명단에 포함한 적이 있다. 또, 이번 드래프트를 앞두고는 정우람을 플레잉코치로 전환해 사실상 한화에서 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구단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이에 반해 SSG 구단은 2차 드래프트 이후 뒤늦게 '김강민을 데려갈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번 2차 드래프트느 보호선수를 35명까지 지정할 수 있었고, 입단 1~3년 차 선수와 당해 연도 FA 선수는 자동으로 제외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SSG의 대처는 아쉬움이 더 컸다.
SK 와이번스 시절 김강민 / 사진=뉴스1
이번 2차 드래프트의 충격으로 SSG 팬들은 물론 선수단도 동요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 결과가 나온 뒤 SSG의 간판스타인 김광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 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며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2년 연속(2022~2023) SSG 주장을 맡았던 고참급 외야수 한유섬 역시 SNS를 통해 김강민과 함께 있는 사진을 올리며 "이게 맞는 건가요?"라는 코멘트로 현 상황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23년간 한 팀에서 뛰며 5번의 우승을 이끈 김강민은 팬들을 중심으로 영구 결번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런 선수가 구단의 안일한 대처로 하루 아침에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된 상황에 팬들의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고동락했던 선수들도 23년간 팀에 헌신한 선배가 처한 충격적인 상황을 보면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다.
프로의 세계인만큼 SSG가 기량이 떨어진 김강민을 전력 외로 분류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비지니스적인 판단으로 김강민을 보호선수 35인 명단에서 제외해놓고 다른 팀이 도의적으로 데려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23년간 원클럽맨으로 뛰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꿨던 프랜차이즈 스타는 구단의 안일함과 방심으로 인해 자신의 거취에 대한 빠른 결정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였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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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