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son of wind’ 이정후 매력에 푹 빠진 샌프란시스코

'grandson of wind’ 이정후 매력에 푹 빠진 샌프란시스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오른쪽 첫 번째)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식에서 이정후와 아내 정연희 씨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이정후.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프로야구 최고 타자 이정후(25)가 드디어 꿈에 그렸던 빅리그 유니폼을 입었다. 역사적인 도전의 첫발을 내디딘 이정후의 표정과 행동에는 주눅 든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그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현지 팬들과 매체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날 이정후와 6년간 1억1천300만달러(약 1468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7년까지 4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뛰고 나서 이정후가 옵트 아웃(계약 기간 중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을 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정후는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장으로부터 ‘SF’ 구단 마크가 선명한 모자와 ‘GIANTS’가 새겨진 유니폼을 건네받았다. 유니폼에는 등번호 ‘51’이 박혀 있었다. 이는 이정후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달았던 번호다. 가장 유명한 51번 선수였던 스즈키 이치로 같은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담겨있다.

“핸섬?” 한 마디에 묻어난 자신감

이정후의 입단식에서 미국 현지매체가 가장 주목한 행동은 “핸섬?(저 잘 생겼나요)”라고 물은 장면이었다.

이정후가 자이디 사장에게 유니폼과 모자를 받아 입은 뒤 취재진에게 “핸섬?”이라고 돌발질문을 던졌다. 이를 못 알아들은 취재진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허리를 굽혀 마이크에 대고 다시 “핸섬?”이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이정후의 말을 알아들은 현지 취재진은 파안대소했다. 자칫 딱딱해질 뻔했던 입단식 분위기가 싹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이정후가 얼마나 여유 넘쳤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영어로 입단 소감을 밝히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영어 소감을 미리 준비해 적어 온 뒤 열심히 그 종이를 읽었다. 그 모습이 현지 취재진 눈에는 제법 신선하게 보였다. 새로운 환경에 열심히 적응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마지막에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외치는 모습에선 다시 한번 웃음이 쏟아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인 ‘디애슬레틱’은 그런 유쾌한 순간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정후는 매력적이고 재치있는 첫인상을 남겼다”며 “언어장벽도 이정후의 빛나는 개성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바람의 손자’만큼 화제된 ‘바람의 아들’

이정후만큼이나 화제가 된 인물은 아버지 이종범 전 LG트윈스 코치였다. 이종범 전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해 아들의 MLB 첫 공식 행보를 직접 눈에 담았다.

이종범-이정후 부자(父子)에 대한 스토리는 이정후가 MLB 진출을 선언했을 때부터 미국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현지 매체들은 이정후의 별명인 ‘바람의 손자’(grandson of wind)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이종범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종범의 현역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다.

이정후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에게 야구로 배운 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내 “인성이라든지 좋은 사람으로서 성장하고 선수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의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라서 태어날 때부터 나는 손자가 돼 있었다”며 “한국에서 들을 때는 손이 오글거렸는데, 영어로 쓰니까 멋있는 것 같더라”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이정후에게 아버지 이종범은 좋은 교과서다. 이종범도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활약했다. 일본에서 선수 생활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가 직접 몸으로 겪고 느낀 경험은 이정후가 돈 주고 사지 못할 교훈이다.

이종범은 입단식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내가 정후 나이 때 두려움은 없었다. 정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실패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일 중견수 출전하게 될 것” 샌프란시스코

이정후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하는데 앞장선 인물은 파르한 자이디 구단 사장이다.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한 것으로 잘 알려진 그는 ‘오버페이’ 논란에도 과감히 이정후를 선택했다. 입단식에서 이정후를 직접 소개하고 모자와 유니폼을 전달한 주인공도 자이디 사장이었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중견수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팀은 콘택트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고 이는 최근 MLB가 추구하는 야구다”며 “이번 비시즌에 가장 영입하고 싶었던 선수가 바로 이정후였다”고 털어놓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한해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중견수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3년 샌프란시스코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Outs Above Average)는 -13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위에 머물렀다.

확실한 주전이 없다보니 무려 11명이나 중견수로 출전했다. 루이스 마토스가 57경기·438이닝으로 가장 많이 중견수로 나섰지만 그의 타격 성적은 타율 .250, 2홈런, 14타점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런 팀 상황은 당연히 이정후에게 호재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곧바로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중견수와 1번타자를 책임져주길 기대한다.

자이디 사장은 “밥 멜빈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우리 선수들도 이정후를 위해 지원할 것”이라며 “25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 오래 머물며, 위대한 유산을 남길 기회를 얻었다”고 이정후의 성공을 기대했다.

기사제공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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